시조사채널

“당장 집으로 가세요!” 

딕 더크슨

베티의 목소리는 분명하고 단호했다. “짐, 당신이랑 더는 함께 살 수 없어요. 오늘 내가 일을 끝내고 돌아오기 전에 집에서 나가 줘요.”

그날은 금요일이었다. 젊은 재림교인 목회자 부부인 짐과 베티의 결혼 생활이 순탄하지 않게 흘러가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내 베티는 결혼 관계를 끝내고 싶어 했고 남편 짐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저는 모범적인 결혼 생활을 하고 있고 아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했지요.” 남편은 그렇게 회상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고 제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지도 몰랐답니다.” 

짐은 병원 원목에게 전화해 안식일 설교를 부탁하고 RV 차량에 올라탄 뒤 남쪽으로 차를 몰았다.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을 걷고 나면 머릿속이 좀 정리될 것 같았다. 철로 근처에 차를 주차하고 토막잠을 자며 밤을 보냈다. 안식일 아침에는 더 남쪽으로 내려갔다.

차를 달리던 중 자동차 변속기에서 날카롭게 몇 번 끼익끼익 쇳소리가 나더니 차가 작동을 하지 않고 멈춰 버렸다.

작은 마을에 갇히다

얼마의 시간이 흘러 마침내 견인차가 와서 RV 차량을 카센터로 끌어갔고 점원이 자동차를 살펴보더니 말했다.

“수리할 수는 있는데 저희가 오늘 정오에 문을 닫아서 월요일에 수리해 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 저희 주차장에서 야영하셔도 됩니다.”

안식일을 그렇게 보낼 계획이 아니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날 밤, 주차장에서 집단 폭동이 일어나 자동차를 둘러싸고 총소리와 고함이 들렸다. 끼익하는 타이어 소리와 사이렌 소리가 주차장을 가득 채웠다. 너무 무서웠던 짐은 캠핑카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하나님께 조용히 부르짖으며 그 밤을 보내야만 했다.

일요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짐은 교회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교회라도 괜찮았다. 걷다 보니 큰길 아래에서 열정적인 찬양 소리가 들렸다. 교회 앞에 ‘빅토리 선교회’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작은 교회에 들어서자 짐은 모인 사람들이 자기 교회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사람들임을 곧 알아챘다. 사람들은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몸에는 문신과 피어싱을 하고 있었다. 중독자와 매춘부를 대상으로 섬기는 교회 같았다. 참석한 모든 사람이 목소리를 높여 사랑과 용서의 하나님을 찬양하고 있었다.

찬양이 자신의 영혼을 촉촉이 적시자 억제할 수 없는 울음이 짐의 마음에서 입을 타고 터져 나왔다. 성도들은 짐의 울음소리를 덮기라도 하듯 더 크게 찬양하는 것 같았다. 짐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 정확히 아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절절히 깨달았다.

예배가 끝나고 앞자리에 앉아 있는 여성이 눈에 띄어 그에게 말을 건넸다.

“저는 곤경에 처해 있어요. 저와 이야기를 나눌 분이 계실까요?”

“잠시만요.” 그녀가 대답했다.

몇 분 뒤 젊은 집사 한 사람이 와서 짐 옆에 앉았다. 짐이 흐느껴 울며 자신의 이야기를 토해 내자 그는 진지하게 경청했다. 짐이 이야기를 멈추자 집사는 솔직하게 짐에게 이야기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군요. 목사님이신데 어떻게 아내가 남편 없이 사는 게 낫다고 말할 지경에 이르게 되었을까요?” 젊은 집사의 말은 충격이었다.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하셨나 봐요. 저를 집 밖으로 내몬 건 아내입니다. 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집사가 설득했다. “목사님이 망쳐 놓은 일을 여기서 고칠 수는 없습니다. 집으로 가셔야 해요.” 

“저는 갈 수 없어요.” 

“가셔야 해요.”

합심 기도

밖으로 나온 짐은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눈물이 계속 흘렀다. 걸으면서 자신이 방금 겪은 일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걷다 보니 지역 병원까지 발걸음이 닿았다. 에어컨을 켜 놓은 로비는 시원하고 편안했다. 잡지를 몇 권 숙독하고 보니 로비 끝에 작은 예배실이 보였다. 살며시 들어가 무릎을 꿇고 평안과 이해를 구하는 기도를 드렸다. 정적이 흐르고 시간이 지나 짐은 일어섰다. 예배당을 나가려는데 기도 요청을 적는 바인더가 보였다.

“저는 그리스도인 목사입니다.” 짐은 종이에 적었다. “아내가 저를 집 밖으로 쫓아냈습니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월요일 아침이 되자 정비공들이 낡은 RV 자동차를 차고로 끌고 가 변속기를 고치기 시작했다.

짐은 무작정 걸었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리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무의식중에 걷다 보니 그 병원이었다. 예배실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인접한 사무실에서 목회자가 전화로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목사님의 통화가 끝나자 짐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안에서 친절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들어가서 눈물에 젖은 눈을 닦으며 자리에 앉았죠. 눈을 들어 보니 온화한 얼굴의 목사님이 휴지를 건네려고 손을 뻗고 있었어요.” 짐이 그때를 떠올렸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저는 짐 목사입니다.” 짐이 말을 시작했다.

“당신이 짐 목사인가요?” 목사님이 탄성을 질렀다.

“네, 제가 짐 목사입니다.” 짐은 어리둥절한 채 대답했다.

“목사님이 말하시기 전에 꼭 아셔야 할 게 있어요. 이 도시에 있는 모든 목회자가 오늘 아침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고 있어요. 어제 목사님이 예배당의 기도 요청서에 적은 내용을 제가 오늘 아침 월례 조찬 기도 모임에서 이 도시에 있는 모든 목사에게 전했어요. 모두가 목사님을 위해 기도했고 지금도 기도하고 있어요.”

짐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하나님께서 그를 위해 놀라운 선물을 기획해 놓으신 것이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낯선 도시에서 모든 그리스도인 목사가 나를 위해 하나님께 부르짖다니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

짐과 목사는 함께 기도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마침내 목사는 짐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짐, 집으로 가세요. 망가진 결혼 생활을 이곳에서 고칠 수 있겠습니까?” 짐도 목사의 조언을 깨닫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다. 하지만 그 말을 따르는 것이 두려웠다. 만약 전화했는데 아내 베티가 전화를 그냥 끊어 버리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자동차 수리 센터로 돌아와 대기실에 앉아 기다리며 마음속으로 목사의 말을 천천히 계속 곱씹어 보았다. ‘망가진 결혼 생활을 이곳에서 고칠 수 있겠습니까?’ ‘당장 집으로 돌아가세요.’

수리가 끝났을 때 짐은 떨리는 마음으로 교회에 전화를 걸었다. 개척대 모임 때문에 아내가 교회에 있을 것이다.

“베티와 통화할 수 있을까요?” 짐의 목소리는 진도 7의 지진처럼 떨렸고 마음은 두려움 반 희망 반으로 요동쳤다.

“네, 베티입니다.”

“여보세요? 나야, 짐.”

“짐, 집으로 오세요. 우리 둘 다 도움을 받으러 가겠다고 나와 약속해요.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함께 이 상황을 해결해 나가길 원하세요.”

딕 더크슨 목사이자 이야기꾼으로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