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8년에 관한 부가적인 자료 1888년 전후에 나타난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에 관한 세 가지 이해 방식
글씨크기
본문
1888년 미니애폴리스 대총회 회의 기간 동안 주어진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의 기별과 관련하여 엘렌 화잇 여사는 다음과 같은 논평을 하였다.
“1844년 이후 엘렌 G. 화잇 여사가 제시해 왔던 진리: 이 집회에서 나는 율법과 연관된 그리스도의 의의 위대한 주제를 제시함을 통해 가장 고귀한 빛이 성경으 로부터 비춰 나왔으며 그것은 죄인 앞에 구원의 유일한 희망으로서 끊임없이 제 시되어야 함을 증언했다. 이것은 내게 새 빛이 아니었다. 이는 내게 지난 44년 동 안 보다 높은 권위자로부터 이것이 주어졌기 때문이며 나는 그분의 영의 증언을 통하여 펜과 목소리로 우리 백성에게 이것을 제시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주 제에 대한 증언에 동의한 몇 사람들 외에는 이에 대해 호응한 사람들은 거의 없 었다. 이 위대한 문제에 대하여 말해지고 쓰여진 것이 매우 적다. 어떤 이들의 설 교는 그리스도가 없는 가인의 제물과 같다고 묘사해야 옳을 것이다.”(가려 뽑은 기별 제3권, 168-169).
화잇 여사는 미니애폴리스 대총회를 마치는 날(1888년 11월 4일)에 가족 중 한 사람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이 편지는 미니애폴리스 총회에 대하여 내린 화잇 여사의 평가이기도 하다.
“나는 매우 자유롭게 20회 가까이 말했으며 우리는 이 집회가 매우 좋은 결과 를 가져오리라고 믿는다. 우리는 미래를 모르지만 예수께서 키를 잡고 계심을 느 끼며 파선하지 않을 것이다.”(가려 뽑은 기별 제3권, 177-178).
화잇 여사는 솔직한 언어를 구사하여 이렇게 쓰고 있다. “한 사람의 병든 마음 이 대총회 회의에 지배적인 능력을 행사하였으며, 목사들은 그것이 건전하고 사업에 좋은 것이라 하여 버틀러 목사의 그림자와 메아리가 되어갔다. 시기, 악한 추측, 질투가 누룩처럼 작용하여 온 덩어리가 발효된 듯하였다.…”(가려 뽑은 기 별 제3권, 178).
1888년 전후하여 나타난 구원관에 관한 세 가지 이해 방식
노장파 측과 그 지지자들의 충돌적인 인품, 갈라디아서에 나오는 율법, 열 뿔에 해당하는 나라들의 정체 등과 같은 문제나 이슈를 넘어서, 소장파 측이 제시한 죄인이 어떻게 구원 받는지에 관한 이슈가 더 근본적인 이슈이다. 이에 관하여 세 가지로 각각 다르게 이해하거나 접근한 방식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전통적 이해 방식
첫 번째 이해방식은 이른바 전통적인 견해(traditional view)이다. 이 견해는
1888년 이전 약 30년간 발전되어 온 시각이다. 이는 1888년 총회가 지나고 약 6 개월 후 유라이어 스미쓰가 1889년 6월 11일 자 <리뷰 앤드 헤럴드>지에 기고한 논고, “우리의 의(Our Righteousness)”라는 제목에 잘 드러나 있다. 이 견해는 1888년 총회에 참석한 대표들이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에 관한 이해를 드러낸 것이다. 이 견해는 1888년 미니애폴리스에서 왜거너와 존스가 제시한 주장을 반 박하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그 기본적 특색은 율법 폐기론적인 공격으로부 터 율법을 보호하고자 하는 논증을 강조하는 데 있었다. 처음부터 이 논고는 재 림신도들로부터 존경 받은 제임스 화잇의 글을 여러 차례 인용하므로 논조의 신 빙성을 높이고자 하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스미쓰가 제시한 몇 가지 대목을 다 음에 인용한다.
“율법은 신령하고 거룩하고 의로운 것으로 의의 신적 표준이 된다. 율법에 대한 완전한 순종은 의를 발전시킬 것이므로 그것은 인간이 의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 한 길이다. …죄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연합을 깨트렸을 뿐만 아니라, 인간이 순종의 길로 돌아오기 전… [죄된] 본성으로 감염되어버렸다. …그리스도께서 오 셔서 우리와 하나님 사이에 놓인 이 심연을 메우고자 희생제물을 드림으로써 과거의 죄를 없애고 새로운 신령한 본성을 제공하신다.”
“우리를 위한 그리스도의 사역의 모든 목표는 우리로 하여금 율법으로 돌아오 게 하는 데 있어야 하며, 율법에 대한 우리의 순종으로 말미암아 우리 안에 그 의 가 성취되게 하는 데 있다. …우리가 천국을 보기 위해서는 ‘우리의 의’라고 일컬 어지는 의를 지녀야 한다. 이 의는 하나님의 의와 조화되는 상태에서 온다.”
스미쓰는 자신의 논증을 이렇게 요약하고 있다. “우리가 지녀야 하는 의는 계 명을 행하고 가르치는 것으로 확보된다.” 이 논고는 여러 가지로 묘사하고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하는 점은 의를 얻는 과정에서 그리스도의 개입의 정도가 개개인이 율법을 실행하는 정도에 비교하여 낮다는 것이다.
이 논고는 1888년까지 대부분의 재림신도들의 의식 저변에 깔려 있던 생각을 대표한다. 왜거너가 1888년에 이런 전통적인 시각에 대하여 도전장을 내민 것이 었다. 물론 그는 1888년 직전에 이미 문제를 제기하여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었 다. 그래서 스미쓰의 논고가 출판된 직후, 사람들이 화잇 여사에게 스미쓰의 논고 에 대한 논평을 요청하는 질문들을 보냈다. 당시 화잇 여사는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에 관한 일련의 부흥 집회를 이끌어 가고 있던 중이었다. 질문에 대하여 화잇 여사는 “스미쓰 목사는 자기가 진술하고 있는 것을 잘 모른다.”라고 딱 잘라 말하 였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1888년 이후에도 스미쓰는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 에 관하여 여전히 비타협적인 태도를 분명하게 나타낸 것 같다.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에 관한 선구자들의 전통적인 견해는 칭의의 객관적 견 해를 강하게 견지한 형태이다. 이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는 루터가 주장한 것처럼 인간 밖에서(outside of man), 인간을 위하여(for man), 인간의 행위에 상관없이 이뤄진 점에 역점을 두고 있다. 그것은 하나님께 나아오는 죄인을 의롭다고 선포 하는 신적인 행위이다. 죄책을 짊어진 죄인은 아무 공로도 없어 무죄하신 그리스 도께서 죄인을 위해 대속을 이루심으로써 결코 이전에 죄를 범하지 않은 신분을 얻게 된다. 이것이 전가된 의 곧 입혀 주신 의이다.
그러나 재림교회의 선구자들에게 그러한 칭의는 처음에 회개한 죄인들에게 이 루어진 하나님의 무차별적 및 포괄적 행위, 곧 죄인을 과거의 죄로부터 전적으로정결케 한 것에만 국한되고 개인의 품성에는 적용이 안 된다고 보았다. 이런 의미 에서 믿음으로 말미암은 칭의는 과거를 정화시킨 것이어서 죄인을 천국 문지방에 세운 단계밖에 되지 않으며 이제는 방해받지 않고 전진해 나갈 수 있는 지점이 된 다. 그러한 칭의는 구원을 위해서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제 앞 으로의 정결 단계로 나가는 예비 단계일 뿐이다. 이 단계는 하나님 앞에서의 수 동적 단계에 속한다. 이런 전통적 입장은 칭의의 대리적, 객관적(‘법정적’) 진술에 해당한다. 칭의는 성화의 앞 현관일 뿐이다. 그리고 성화에서는 의롭게 선언된 인 간이 성령의 내주로 율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칭의가 과거에만 적용이 되기 때문에 구원의 초점은 아무래도 미래에 이어질 성화일 수밖에 없다. 이 성화에서는 바울이 말한 것을 잘못 적용하여 “항상 복종 하여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룸”으로써(빌 2:12) 품성의 변화가 일어난다 고 주장한다. 이리하여 중심 관심사가 하나님께서 인간을 위하여 과거에 행하신 일로부터 인간이 하나님과의 협력하여 할 수 있는 것으로 옮겨 간다. 이런 점에서 이들이 말하는 의는 인간의 순수한 행위로만 구성된 의는 아니다. 그렇지만 그리 스도의 사역은 최소한으로 축소되고 인간의 협력에 강조점을 두고 있는 의가 된 셈이다.
(2) E. J. 왜거너의 이해 방식
E. J. 왜거너는 그의 부친 J. H. 왜거너의 칭의 교리를 이어 받아 설명하고 있다. 칭의는 인간을 위한(for man) 사역일 뿐만 아니라 또한 이 칭의를 완성시키기 위 하여 인간 안에서(in man) 행하는 사역이다. 형벌(penalty)을 대속자 위에 놓는 행위[객관적 사법적 칭의]는 율법의 위엄성을 옹호하는 반면, 그것은 미래가 요청 하는 마음 또는 성향의 변화와 삶의 철저한 개혁을 보증해 줄 뿐이다. 믿음으로 말미암는 칭의는 이 모든 것을 포괄한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부족하다면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의로워 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에게 칭의는 단순히 신자의 법적인 변화 이상을 말한다. 개인이 일단 죄를 범 하면 그는 더 이상 율법을 행하는 자가 아니다. “하나님의 용서가 칭의이다. 그리스도 안에 있는 신자들에게 과거에 지은 죄를 제거하기 위하여 그리스도의 의가 전가된다. 용서 받은 사람은 죄를 범하지 않은 것처럼 된다.”(“The Lord's prayer,” ST 13, May 5, 1887, 263.). 그러면 어떻게 개인이 의롭게 되는가? 왜거너는 그리 스도의 의가 그러한 죄를 취하여 감으로 사면되었다고 보았다. 그는 이 방법으 로 인간의 전 생명이 하나님의 율법과 완전히 조화된다고 여겼다(“Justified by Faith," ST 12, March 25, 1886, 83).
인간이 의롭게 되려면 그는 죄를 정죄하는 율법의 공의를 알아야 하고 죄를 회 개해야 하며 율법을 순종하기로 약속해야 한다(위의 자료, 184). 화목의 행위는 인간 편에서 하나님의 요구에 순종하는 것을 함축한다. 화목은 새로운 피조물이 되는 것을 포함한다. 그것은 죄된 옛 생활을 벗어 던지고 하나님의 율법을 준행함 으로써 그분과 화목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1880년대에 일요일 법제화 운동과 종말이 임박하였다는 강한 의식 의 기류가 감돌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회심한 재림신도들이 성화의 과정에서 하나님의 율법을 준행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을 것과 특별한 백성이 될 것이라 는 개념은 그들에게 매력적이었다. 이렇게 하여 그들은 하나님의 목적에 부응하 는 궁극적인 목표에 도달 할 것이며 승천 준비를 마치게 된다는 것이다. 칭의는 과 거를 정리하고 현재에 품성의 변화를 이루어 미래에 주의 오심을 준비케 하는 것 이다. 요컨대, 구원은 하나님의 율법에 충성스럽게 순종하는 가운데 그것의 전 과 정의 절정에 이르게 한다.
1888년 이후 왜거너와 존스는 이런 믿음의 의의 주제를 강력하게 펼치면서 북 미 교회를 부흥시켜 갔다. 이 믿음의 의의 기수들의 신학적 사상은 인간의 행위 중심에서부터 그리스도의 역사를 중심으로 하는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로 옮겨 갔다. “우리의 의”라는 표현 대신에 “그리스도의 의”가 강조된 것이다. 그리고 그 리스도의 의는 인간의 과거의 죄를 바로 잡을 뿐 아니라 현재적 삶으로 이어지며, 따라서 인간의 공로가 율법에 대한 순종으로 획득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로 부터 전가된다는 것이다. 존스의 메시지를 한 마디로 압축한다면 의란 하나님의 선물임과 동시에 생명이어서 다른 방식으로 그것을 얻으려는 시도는 실패를 자초할 뿐이라는 것이다(A.T. Jones Sermon, 1889, Ottawa, Kansas).
그런데 존스와 왜거너의 메시지를 예리하게 고찰하고 분석한 해일로비애크 (Haloviak)는 이 믿음의 의의 기수들이 사용하고 있는 단어, 즉 그리스도의 의가 인간에게 전가된다는 것을 말할 때 나오는 용어 “impute”(전가하다)를 사용하는 데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두 믿음의 의의 기수들은 이 단어를 그 리스도의 의가 신자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라고도 하고, 동시에 그 의가 개인에 게 “주입된다”라고도 말한다. 개인적인 순종이 믿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그 것은 개인의 행위가 아니고 오히려 개인에게 “믿음의 행위”로 간주된(credited)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므로 종교개혁자들이 순수하게 객관적인 의 미로 본 “impute”를 주관적인 의미로 사용하므로 그 의미를 모호하게 변질시킨 셈이다. 이렇게 의를 주관적 의미로 전용하고 변질시킴으로써 용서라는 것은 한 개인 속에서 일어나는 처리로 전락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런 논리적 혼선이 있었지만 칭의와 성화 역사의 중심점을 인간으로부터 그리 스도께로 옮기고 칭의와 성화를 그리스도의 선물로 본 점이 믿음의 의에 관하여 문제점이 심각한 전통적인 이해를 바로 잡는 역할을 하여 환호를 받게 된 것이다. 전가된 의가 과거를 덮는다 할지라도 구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척도는 인간 안 에서 일어나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칭의와 성화가 그리스도의 공로에 기 초를 두고 있고 선물이라는 메시지는 문제를 해소시킨다. 복음에 관한 이 새로운 이해는 달콤한 메시지가 아닐 수 없는 특징을 지녔다. 그래서 이 메시지가 하나님 의 은혜를 드러내는 새로운 국면을 전개시킨 것이다.
이미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왜거너와 존스의 신학은 1888년보다는 오히려 그 후 이어지는 여러 해 동안에 계속적으로 주관적 국면을 발전시켜 갔다. 이 가르침 의 핵심은 하나의 주입물(infusion)로서의 그리스도의 믿음이라는 권능(power) 에 의하여 의가 그리스도 안에 있는 신자에게 침입해 들어가(invaded) 신자 안에 서 선량한 행동을 유발시키는 상태라고 가르친 점에 있다. 존스의 표현을 빌리면 “그리스도의 선함이 신자에게 임하여 신자를 선하게 하거나” “권능이 신자에게 임하여 신자를 의롭게 만든다.” 이 침입된 권능은 객관적인 용어들로 묘사되어 있다 해도 주관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상은 처음에 광범위하게 수용되 어 확산되어 가는 가운데, 관통하고 침입해 들어가는 힘이 신자 안에서 적시에 만개하여 하나님이 거룩한 것처럼 신자들의 육체도 거룩하게 된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리하여 복음의 진수는 “새로운 그리스도들(new christs)의 창조, 즉 새로운 성육신들이 된다는 데 있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서 예수는 모든 그리스도 인들이 실제로 도달할 수 있는 범위 안에 당신 자신을 두셨다는 것이다. 존스는 그의 설교에서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우리는 드디어 우리 안에 그리스도의 신적 본성[신성]을 지녀, 그것이 화살이 과녁을 맞힐 만큼 강력하여 우리가 하나님의 계명을 준수할 수 있게 되었다. …하나님의 계명을 사실상 준수할 수 있는 날이 이를 때 우리는 결코 죽지 않게 될 것이다. 계명을 지키는 것이 의가 되고 의와 생 명은 분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May 18, 1889).
(3) 엘렌 화잇의 이해 방식
엘렌 화잇은 위에서 살펴 본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에 관한 두 가지 개념을 어떻 게 보았는가? 그녀는 간단하게 과거의 죄에 관한 칭의 개념 및 인간의 행위에 역 점을 둔 성화 사상을 전개한 “우리들의 의”에 관한 스미쓰의 전통적 입장을 지지 하지 않았다. 그가 1888년 미니애폴리스에서 왜거너의 메시지를 지지하였지만 왜 거너의 신학도 빛을 놓친 점이 있다고 논평하였다.
그러나 화잇 여사는 1888년에 제시된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의 메시지가 율법 을 격하시키지는 않는다고 분명하게 못 박았다. “그리스도를 우리의 유일한 힘의 근원으로 높이며 인간의 죄책을 그분에게 부과하고 그분 자신의 의를 인간에게 입혀 주심으로써 그분의 비할 데 없는 사랑을 제시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율법 을 폐기하거나 그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율법을 올바른 빛이 비치는 곳에 놓고 영화롭게 한다. 이것은 갈바리의 십자가로부터 반사되는 빛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율법은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부활하신 구주로부터 비추는 빛 안에서 제시될 때에만 구원의 위대한 계획에 있어서 완전하고 충만하 다. 이것은 영적으로라야만 분별될 수 있다. 그것은 바라보는 자들의 마음에 그리스도께서 그의 의라는 열렬한 믿음, 소망, 기쁨을 불붙인다. 이 기쁨은 예수의 말 씀 곧 하나님의 말씀을 사랑하고 지키는 자들만을 위한 것이다.”(가려 뽑은 기별 제3권, 176-177).
화잇 여사는 미니애폴리스 총회 이후 이어지는 3년 동안 믿음으로 말미암은 칭 의를 자주 언급하였다. 그리고 그가 남긴 글들에서도 같은 주제를 포괄적으로 다 루고 있다. 화잇 여사는 죄인이 의롭게 된다(justified)는 것을 객관적으로 의롭게 되는 것이고(made righteous), 인간이 스스로 내적으로 의롭게 되는 것은 아니 라고 본 것이다. 그리스도가 우리의 대속자(substitute)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의 완전한 의를 받으신 것이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어떤 것 을 받으신 것이 아니다. 이 점은 우리가 성령의 권능에 힘입었다 해도 결국 그것은 그리스도의 의라는 것이다.
“칭의는 죄에 대한 충분하고 완전한 용서이다. 죄인이 믿음으로 그리스도를 받 아들이는 그 순간 그는 용서를 받고 그리스도의 의가 그에게 입혀진다. 그는 더 이상 하나님의 용서하시는 은혜를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화잇 주석, 롬 3:24-26).
“죄인이 그리스도를 믿는 순간 하나님 앞에서 정죄 받지 않는 자로 선다. 그리 스도의 의가 그의 의가 된다. 그리스도의 완전하신 순종이 그에게 전가된다.”(FE429).
여기에서는 그리스도의 권능 아래서 의로운 행위를 해야 한다는 언급이 없다. 죄인 밖에서 이루어진 행위가 있을 뿐이다. “주님께서는 그리스도의 의를 신자에 게 전가시키시며 온 우주 앞에서 그를 의롭다고 선언하신다.”(가려 뽑은 기별 제1 권, 392). 의에 도달하기 위하여 행하신 분은 그리스도이지 신자가 아니다.
물론 화잇 여사는 회심과 회개의 경험에서 변화시키는 특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님이 주도적으로 하시는 행위에 대한 반응이다. 혹자는 이것 이 칭의라고 한다면 성화란 무엇이냐고 물을 것이다. 이에 대해 화잇 여사는 용 서 다음에 따라오는 단계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루어져야 될 또 다른 역 사(役事)가 아직 있다. 이것은 발전적인 특성에 속한다. 영혼은 진리를 통하여 성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 또한 믿음을 통하여 성취되는 것이다. 품성이 변화될 수 있는 것은 믿음을 통해서 우리가 받는 그리스도의 은혜로써만 가능하다.” (ST, Nov. 3, 1890).
화잇 여사는 신학적으로 세세한 사항에 대하여 따지는 일을 제쳐두고 적실한 경고를 하고 있다.
“칭의와 성화 간의 세세한 구분점을 엄밀히 정의해 보려는 잘못을 범하는 사 람이 많이 있다. 이 두 용어의 정의에다 자신들의 생각과 사색의 결과를 덧붙이 는 경우가 더러 있다. 왜 영감의 말씀이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에 관하여 정의한 것보다 더 자세히 정의하려 하는가? 마치 영혼의 구원이 이 문제에 대한 그대의 이해 여부에 좌우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무엇 때문에 모든 세부 사항을 다 풀어내 려 하는가? 모든 사람이 다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없는 법이다.”(원고 21, 1891; 화 잇 주석, 롬 3:24-28).
화잇 여사가 이해하는 방식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점은 그리스도에게 절대적 으로 의존하는 데 있다. 성령의 역사를 통하여 신자들이 선한 삶을 살도록 인도 받을 때 칭의와 성화는 모두 그리스도의 선물임이 드러난다. 전적으로 그리스도 의 은혜 사역인 칭의는 처음 그분을 받아들일 때만 일어나는 대전환점인 단회적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대전환이 일어난 후 현재와 미래 시제에 곧 평생 소전 환들이 계속하여 일어나는 그리스도의 은혜 사역이다. 이런 개념이 다음 글에 잘 나타나 있다.
“우리가 예수께 더욱 가까이 가면 갈수록, 그분의 품성의 순결을 더욱 분명히 알면 알수록 우리는 더욱 더 죄의 극악함을 알게 되고 자신들을 높일 마음이 더 욱 더 적어질 것이다. 하나님을 향한 계속적인 영혼의 발돋음, 계속적이며 열렬한 죄에 대한 마음을 찢는 회개와 그분 앞에 마음을 겸비하게 하는 일이 있을 것이 다. 우리의 그리스도인적 경험에 있어서 진보의 매 발걸음마다 우리의 회개는 깊 어질 것이다.”(사도행적, 561).
성화도 그리스도의 전적인 은혜 사역이다. “인간은 그리스도의 의의 옷을 입어 야 한다. 그때 그리스도의 의를 통하여 하나님 앞에 죄 없이 설 수 있다.”(Ms. 5,1889). 그러나 화잇 여사는 존스가 의의 길에서는 어떤 조건도 필요치 않다고 강 조하는 것을 배격하면서, “우리가 칭의와 성화와 그리스도의 의를 받아들이는 데는 엄연한 조건들이 있는 것입니다.”(1893년, 가려 뽑은 기별 제1권, 377)라고 한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거룩함의 길에는 “인간이 하나님께 의지를 바친 후 하나님으로부터 의지를 다시 받아야 한다.”(산상보훈, 62).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이런 의지로써 다시 하나님과 협력하여야 한다. 성화 사역에 있어서 복음적 협력 은 품성 형성의 관건이 되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에게 재능과 능력을 주셨다. 하나님께서는 일하시며 그분 이 인간에게 나누어 주신 재능과 협력하신다. 그렇게 하여 인간은 신의 성품에 참여하는 자가 되고 그리스도의 사업을 함으로써 승리자가 되어 영생을 얻을 수 있게 된다.”(믿음과 행함, 26)
“그러나 누구든지 하나님께서 인간의 협력이 없이 인간을 위하여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자기를 이기는 위대한 일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은 거의 아무것도 없다는 견해를 나타내지 말 것이다. 또한 그대들이 인간적인 최 선을 다한 이후에 예수님께서 그대들을 도우실 것이라고 말하지도 말 것이다. 그 리스도께서는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요 15:5)라고 말 씀하셨다.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은 하나님과 동역자가 되어야 한다. 성령께서 인 간의 심령에 역사하시지 않는 한, 우리들은 발자국마다 걸려 넘어질 것이다. 인간 의 노력만으로는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으며 무가치한 것이다. 다만 그리스도와 의 협력만이 승리를 의미한다.”(가려 뽑은 기별 제1권, 381).
화잇 여사는 칭의와 성화를 구분하면서도 상호 불가분적인 관계로 보았다. 믿 음으로 말미암은 칭의이고 믿음으로 말미암은 성화라고 볼 수 있으리만큼 양자 는 모두 계속되는 그리스도의 은혜 사역으로 보았다. 그의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 는 노장측의 전통적 이해 곧 율법에 대한 순종에 역점을 둔 객관적 및 형벌 대속 적 속죄만도 아니고, 정도를 일탈한 소장측인 왜거너와 존스가 주장한 복음의 주관적, 내적 측면만도 아니다. 그 대신 화잇 여사의 의도는 칭의와 성화에 있어 서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를 모든 최고선의 원천으로 높이는 데 있다. 죄인을 구원하려고 오신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이 구원하시는 은혜를 허락하고 베푸는 점을 드높였다.
“평강의 하나님이 친히 너희로 온전히 거룩하게 하시고 또 너희 온 영과 혼과 몸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강림하실 때에 흠없이 보전되기를 원하노라”(살전5:23).
“성화는 하나님의 뜻에 순종할 때만 얻어진다. 여호와의 율법을 고의적으로 짓밟고 있는 많은 사람이 마음의 성결과 생애의 성화를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 은 하나님이나 그분의 율법에 관한 구원의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RH, March8,1881)..
엘렌 화잇 여사는 1890년에 기고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나는 이 문제를 어떻게 사실 그대로 제시할 수 있을지 묻는 바이다. 주 예수님 은 역시 하나님의 선물인 산 믿음으로 인간이 당신의 의를 붙잡을 수 있도록 제 시해 주는 데 있어서 모든 능력과 모든 은혜와 모든 회개와 모든 성향과 모든 죄 의 용서를 주신다. 만일 그대가 사람에게 있는 선하고 거룩하고 고상하고 사랑스 런 모든 것을 함께 모아서 그것들이 인간의 영혼의 구원이나 공로에 한몫을 담당 하고 있는 것으로 하나님의 천사들에게 제시한다면 그 제안은 반역으로 간주되 어 배격당할 것이다. 천사들은 그들의 창조주 앞에 서서 그분을 두르고 있는 비 길 데 없는 영광을 바라보면서 창세 이후로 굴욕의 생애가 주어진 하나님의 어린 양이 죄 많은 사람들에게 배척을 당하시고 멸시를 받으시고 십자가의 죽음을 당 하셔야 했던 것을 보고 있다. 어느 누가 그 무한한 희생을 측량할 수 있겠는가!” (믿음과 행함, 24).
화잇 여사가 1888년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와 관련하여 특히 수없이 강조한 것 은 그리스도의 의를 신학적이고 이론적인 사상으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고 하는 데 있다. 왜거너와 존스가 다분히 이론적이고 논리적이고 체계적 접근을 하고 있 는 점에 비하여 화잇 여사는 삶의 현장에서 살아 있는 체험적 및 실용적 접근을 하여 실제로 구원하는 믿음(saving faith)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 녀는 사법적 허구가 아니라 실제적인 경건의 부흥을 가져오는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를 역설한 것이다.
“구원하는 참 믿음은 하나님을 신뢰한다. …신조는 신뢰 없이도 존재할 수 있 다. 그러나 신뢰에서 생성된 확신은 믿음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그리스도의 구 원하는 능력에 관한 지식을 받은 모든 죄인이 체험 중에 전진할 때 더 많이 이런 신뢰를 나타낼 것이다”(ST Nov 3, 1890).
“산 믿음은 작은 의무들을 수행하는 매일의 경험에 황금실처럼 얽혀져야 한 다.”(교회증언 제6권, 171).
화잇 여사가 주된 관심을 둔 것은 영혼 깊은 곳으로부터 나오는 신뢰, 곧 복음 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완전한 신뢰가 매일의 삶의 현장 에 적용되는 데 있었다. 따라서 어떤 점에서 교리적 명료성이 화잇 여사의 궁극적 목표가 아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는 오히려 하나님의 은혜라는 영적 필요성과 신자들의 실존적 반응을 연계시키는 일을 중시한 것이다. 그래서 그녀 의 진술에는 루터가 그랬던 것처럼 역설적인 면과 긴장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에 대한 이런 영적인 체험이야 말로 생명선이 되 고 죄악이 가득 찬 현재를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는 힘이 되고 미래를 열어가는 희 망이 될 것이다.
(이 자료는 대총회 성경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George W. Reid 박사의 “Ellen
White and Minneapolis”에 대부분 의존한 것입니다.)
-안금영
“1844년 이후 엘렌 G. 화잇 여사가 제시해 왔던 진리: 이 집회에서 나는 율법과 연관된 그리스도의 의의 위대한 주제를 제시함을 통해 가장 고귀한 빛이 성경으 로부터 비춰 나왔으며 그것은 죄인 앞에 구원의 유일한 희망으로서 끊임없이 제 시되어야 함을 증언했다. 이것은 내게 새 빛이 아니었다. 이는 내게 지난 44년 동 안 보다 높은 권위자로부터 이것이 주어졌기 때문이며 나는 그분의 영의 증언을 통하여 펜과 목소리로 우리 백성에게 이것을 제시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주 제에 대한 증언에 동의한 몇 사람들 외에는 이에 대해 호응한 사람들은 거의 없 었다. 이 위대한 문제에 대하여 말해지고 쓰여진 것이 매우 적다. 어떤 이들의 설 교는 그리스도가 없는 가인의 제물과 같다고 묘사해야 옳을 것이다.”(가려 뽑은 기별 제3권, 168-169).
화잇 여사는 미니애폴리스 대총회를 마치는 날(1888년 11월 4일)에 가족 중 한 사람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이 편지는 미니애폴리스 총회에 대하여 내린 화잇 여사의 평가이기도 하다.
“나는 매우 자유롭게 20회 가까이 말했으며 우리는 이 집회가 매우 좋은 결과 를 가져오리라고 믿는다. 우리는 미래를 모르지만 예수께서 키를 잡고 계심을 느 끼며 파선하지 않을 것이다.”(가려 뽑은 기별 제3권, 177-178).
화잇 여사는 솔직한 언어를 구사하여 이렇게 쓰고 있다. “한 사람의 병든 마음 이 대총회 회의에 지배적인 능력을 행사하였으며, 목사들은 그것이 건전하고 사업에 좋은 것이라 하여 버틀러 목사의 그림자와 메아리가 되어갔다. 시기, 악한 추측, 질투가 누룩처럼 작용하여 온 덩어리가 발효된 듯하였다.…”(가려 뽑은 기 별 제3권, 178).
1888년 전후하여 나타난 구원관에 관한 세 가지 이해 방식
노장파 측과 그 지지자들의 충돌적인 인품, 갈라디아서에 나오는 율법, 열 뿔에 해당하는 나라들의 정체 등과 같은 문제나 이슈를 넘어서, 소장파 측이 제시한 죄인이 어떻게 구원 받는지에 관한 이슈가 더 근본적인 이슈이다. 이에 관하여 세 가지로 각각 다르게 이해하거나 접근한 방식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전통적 이해 방식
첫 번째 이해방식은 이른바 전통적인 견해(traditional view)이다. 이 견해는
1888년 이전 약 30년간 발전되어 온 시각이다. 이는 1888년 총회가 지나고 약 6 개월 후 유라이어 스미쓰가 1889년 6월 11일 자 <리뷰 앤드 헤럴드>지에 기고한 논고, “우리의 의(Our Righteousness)”라는 제목에 잘 드러나 있다. 이 견해는 1888년 총회에 참석한 대표들이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에 관한 이해를 드러낸 것이다. 이 견해는 1888년 미니애폴리스에서 왜거너와 존스가 제시한 주장을 반 박하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그 기본적 특색은 율법 폐기론적인 공격으로부 터 율법을 보호하고자 하는 논증을 강조하는 데 있었다. 처음부터 이 논고는 재 림신도들로부터 존경 받은 제임스 화잇의 글을 여러 차례 인용하므로 논조의 신 빙성을 높이고자 하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스미쓰가 제시한 몇 가지 대목을 다 음에 인용한다.
“율법은 신령하고 거룩하고 의로운 것으로 의의 신적 표준이 된다. 율법에 대한 완전한 순종은 의를 발전시킬 것이므로 그것은 인간이 의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 한 길이다. …죄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연합을 깨트렸을 뿐만 아니라, 인간이 순종의 길로 돌아오기 전… [죄된] 본성으로 감염되어버렸다. …그리스도께서 오 셔서 우리와 하나님 사이에 놓인 이 심연을 메우고자 희생제물을 드림으로써 과거의 죄를 없애고 새로운 신령한 본성을 제공하신다.”
“우리를 위한 그리스도의 사역의 모든 목표는 우리로 하여금 율법으로 돌아오 게 하는 데 있어야 하며, 율법에 대한 우리의 순종으로 말미암아 우리 안에 그 의 가 성취되게 하는 데 있다. …우리가 천국을 보기 위해서는 ‘우리의 의’라고 일컬 어지는 의를 지녀야 한다. 이 의는 하나님의 의와 조화되는 상태에서 온다.”
스미쓰는 자신의 논증을 이렇게 요약하고 있다. “우리가 지녀야 하는 의는 계 명을 행하고 가르치는 것으로 확보된다.” 이 논고는 여러 가지로 묘사하고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하는 점은 의를 얻는 과정에서 그리스도의 개입의 정도가 개개인이 율법을 실행하는 정도에 비교하여 낮다는 것이다.
이 논고는 1888년까지 대부분의 재림신도들의 의식 저변에 깔려 있던 생각을 대표한다. 왜거너가 1888년에 이런 전통적인 시각에 대하여 도전장을 내민 것이 었다. 물론 그는 1888년 직전에 이미 문제를 제기하여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었 다. 그래서 스미쓰의 논고가 출판된 직후, 사람들이 화잇 여사에게 스미쓰의 논고 에 대한 논평을 요청하는 질문들을 보냈다. 당시 화잇 여사는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에 관한 일련의 부흥 집회를 이끌어 가고 있던 중이었다. 질문에 대하여 화잇 여사는 “스미쓰 목사는 자기가 진술하고 있는 것을 잘 모른다.”라고 딱 잘라 말하 였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1888년 이후에도 스미쓰는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 에 관하여 여전히 비타협적인 태도를 분명하게 나타낸 것 같다.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에 관한 선구자들의 전통적인 견해는 칭의의 객관적 견 해를 강하게 견지한 형태이다. 이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는 루터가 주장한 것처럼 인간 밖에서(outside of man), 인간을 위하여(for man), 인간의 행위에 상관없이 이뤄진 점에 역점을 두고 있다. 그것은 하나님께 나아오는 죄인을 의롭다고 선포 하는 신적인 행위이다. 죄책을 짊어진 죄인은 아무 공로도 없어 무죄하신 그리스 도께서 죄인을 위해 대속을 이루심으로써 결코 이전에 죄를 범하지 않은 신분을 얻게 된다. 이것이 전가된 의 곧 입혀 주신 의이다.
그러나 재림교회의 선구자들에게 그러한 칭의는 처음에 회개한 죄인들에게 이 루어진 하나님의 무차별적 및 포괄적 행위, 곧 죄인을 과거의 죄로부터 전적으로정결케 한 것에만 국한되고 개인의 품성에는 적용이 안 된다고 보았다. 이런 의미 에서 믿음으로 말미암은 칭의는 과거를 정화시킨 것이어서 죄인을 천국 문지방에 세운 단계밖에 되지 않으며 이제는 방해받지 않고 전진해 나갈 수 있는 지점이 된 다. 그러한 칭의는 구원을 위해서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제 앞 으로의 정결 단계로 나가는 예비 단계일 뿐이다. 이 단계는 하나님 앞에서의 수 동적 단계에 속한다. 이런 전통적 입장은 칭의의 대리적, 객관적(‘법정적’) 진술에 해당한다. 칭의는 성화의 앞 현관일 뿐이다. 그리고 성화에서는 의롭게 선언된 인 간이 성령의 내주로 율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칭의가 과거에만 적용이 되기 때문에 구원의 초점은 아무래도 미래에 이어질 성화일 수밖에 없다. 이 성화에서는 바울이 말한 것을 잘못 적용하여 “항상 복종 하여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룸”으로써(빌 2:12) 품성의 변화가 일어난다 고 주장한다. 이리하여 중심 관심사가 하나님께서 인간을 위하여 과거에 행하신 일로부터 인간이 하나님과의 협력하여 할 수 있는 것으로 옮겨 간다. 이런 점에서 이들이 말하는 의는 인간의 순수한 행위로만 구성된 의는 아니다. 그렇지만 그리 스도의 사역은 최소한으로 축소되고 인간의 협력에 강조점을 두고 있는 의가 된 셈이다.
(2) E. J. 왜거너의 이해 방식
E. J. 왜거너는 그의 부친 J. H. 왜거너의 칭의 교리를 이어 받아 설명하고 있다. 칭의는 인간을 위한(for man) 사역일 뿐만 아니라 또한 이 칭의를 완성시키기 위 하여 인간 안에서(in man) 행하는 사역이다. 형벌(penalty)을 대속자 위에 놓는 행위[객관적 사법적 칭의]는 율법의 위엄성을 옹호하는 반면, 그것은 미래가 요청 하는 마음 또는 성향의 변화와 삶의 철저한 개혁을 보증해 줄 뿐이다. 믿음으로 말미암는 칭의는 이 모든 것을 포괄한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부족하다면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의로워 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에게 칭의는 단순히 신자의 법적인 변화 이상을 말한다. 개인이 일단 죄를 범 하면 그는 더 이상 율법을 행하는 자가 아니다. “하나님의 용서가 칭의이다. 그리스도 안에 있는 신자들에게 과거에 지은 죄를 제거하기 위하여 그리스도의 의가 전가된다. 용서 받은 사람은 죄를 범하지 않은 것처럼 된다.”(“The Lord's prayer,” ST 13, May 5, 1887, 263.). 그러면 어떻게 개인이 의롭게 되는가? 왜거너는 그리 스도의 의가 그러한 죄를 취하여 감으로 사면되었다고 보았다. 그는 이 방법으 로 인간의 전 생명이 하나님의 율법과 완전히 조화된다고 여겼다(“Justified by Faith," ST 12, March 25, 1886, 83).
인간이 의롭게 되려면 그는 죄를 정죄하는 율법의 공의를 알아야 하고 죄를 회 개해야 하며 율법을 순종하기로 약속해야 한다(위의 자료, 184). 화목의 행위는 인간 편에서 하나님의 요구에 순종하는 것을 함축한다. 화목은 새로운 피조물이 되는 것을 포함한다. 그것은 죄된 옛 생활을 벗어 던지고 하나님의 율법을 준행함 으로써 그분과 화목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1880년대에 일요일 법제화 운동과 종말이 임박하였다는 강한 의식 의 기류가 감돌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회심한 재림신도들이 성화의 과정에서 하나님의 율법을 준행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을 것과 특별한 백성이 될 것이라 는 개념은 그들에게 매력적이었다. 이렇게 하여 그들은 하나님의 목적에 부응하 는 궁극적인 목표에 도달 할 것이며 승천 준비를 마치게 된다는 것이다. 칭의는 과 거를 정리하고 현재에 품성의 변화를 이루어 미래에 주의 오심을 준비케 하는 것 이다. 요컨대, 구원은 하나님의 율법에 충성스럽게 순종하는 가운데 그것의 전 과 정의 절정에 이르게 한다.
1888년 이후 왜거너와 존스는 이런 믿음의 의의 주제를 강력하게 펼치면서 북 미 교회를 부흥시켜 갔다. 이 믿음의 의의 기수들의 신학적 사상은 인간의 행위 중심에서부터 그리스도의 역사를 중심으로 하는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로 옮겨 갔다. “우리의 의”라는 표현 대신에 “그리스도의 의”가 강조된 것이다. 그리고 그 리스도의 의는 인간의 과거의 죄를 바로 잡을 뿐 아니라 현재적 삶으로 이어지며, 따라서 인간의 공로가 율법에 대한 순종으로 획득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로 부터 전가된다는 것이다. 존스의 메시지를 한 마디로 압축한다면 의란 하나님의 선물임과 동시에 생명이어서 다른 방식으로 그것을 얻으려는 시도는 실패를 자초할 뿐이라는 것이다(A.T. Jones Sermon, 1889, Ottawa, Kansas).
그런데 존스와 왜거너의 메시지를 예리하게 고찰하고 분석한 해일로비애크 (Haloviak)는 이 믿음의 의의 기수들이 사용하고 있는 단어, 즉 그리스도의 의가 인간에게 전가된다는 것을 말할 때 나오는 용어 “impute”(전가하다)를 사용하는 데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두 믿음의 의의 기수들은 이 단어를 그 리스도의 의가 신자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라고도 하고, 동시에 그 의가 개인에 게 “주입된다”라고도 말한다. 개인적인 순종이 믿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그 것은 개인의 행위가 아니고 오히려 개인에게 “믿음의 행위”로 간주된(credited)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므로 종교개혁자들이 순수하게 객관적인 의 미로 본 “impute”를 주관적인 의미로 사용하므로 그 의미를 모호하게 변질시킨 셈이다. 이렇게 의를 주관적 의미로 전용하고 변질시킴으로써 용서라는 것은 한 개인 속에서 일어나는 처리로 전락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런 논리적 혼선이 있었지만 칭의와 성화 역사의 중심점을 인간으로부터 그리 스도께로 옮기고 칭의와 성화를 그리스도의 선물로 본 점이 믿음의 의에 관하여 문제점이 심각한 전통적인 이해를 바로 잡는 역할을 하여 환호를 받게 된 것이다. 전가된 의가 과거를 덮는다 할지라도 구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척도는 인간 안 에서 일어나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칭의와 성화가 그리스도의 공로에 기 초를 두고 있고 선물이라는 메시지는 문제를 해소시킨다. 복음에 관한 이 새로운 이해는 달콤한 메시지가 아닐 수 없는 특징을 지녔다. 그래서 이 메시지가 하나님 의 은혜를 드러내는 새로운 국면을 전개시킨 것이다.
이미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왜거너와 존스의 신학은 1888년보다는 오히려 그 후 이어지는 여러 해 동안에 계속적으로 주관적 국면을 발전시켜 갔다. 이 가르침 의 핵심은 하나의 주입물(infusion)로서의 그리스도의 믿음이라는 권능(power) 에 의하여 의가 그리스도 안에 있는 신자에게 침입해 들어가(invaded) 신자 안에 서 선량한 행동을 유발시키는 상태라고 가르친 점에 있다. 존스의 표현을 빌리면 “그리스도의 선함이 신자에게 임하여 신자를 선하게 하거나” “권능이 신자에게 임하여 신자를 의롭게 만든다.” 이 침입된 권능은 객관적인 용어들로 묘사되어 있다 해도 주관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상은 처음에 광범위하게 수용되 어 확산되어 가는 가운데, 관통하고 침입해 들어가는 힘이 신자 안에서 적시에 만개하여 하나님이 거룩한 것처럼 신자들의 육체도 거룩하게 된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리하여 복음의 진수는 “새로운 그리스도들(new christs)의 창조, 즉 새로운 성육신들이 된다는 데 있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서 예수는 모든 그리스도 인들이 실제로 도달할 수 있는 범위 안에 당신 자신을 두셨다는 것이다. 존스는 그의 설교에서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우리는 드디어 우리 안에 그리스도의 신적 본성[신성]을 지녀, 그것이 화살이 과녁을 맞힐 만큼 강력하여 우리가 하나님의 계명을 준수할 수 있게 되었다. …하나님의 계명을 사실상 준수할 수 있는 날이 이를 때 우리는 결코 죽지 않게 될 것이다. 계명을 지키는 것이 의가 되고 의와 생 명은 분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May 18, 1889).
(3) 엘렌 화잇의 이해 방식
엘렌 화잇은 위에서 살펴 본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에 관한 두 가지 개념을 어떻 게 보았는가? 그녀는 간단하게 과거의 죄에 관한 칭의 개념 및 인간의 행위에 역 점을 둔 성화 사상을 전개한 “우리들의 의”에 관한 스미쓰의 전통적 입장을 지지 하지 않았다. 그가 1888년 미니애폴리스에서 왜거너의 메시지를 지지하였지만 왜 거너의 신학도 빛을 놓친 점이 있다고 논평하였다.
그러나 화잇 여사는 1888년에 제시된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의 메시지가 율법 을 격하시키지는 않는다고 분명하게 못 박았다. “그리스도를 우리의 유일한 힘의 근원으로 높이며 인간의 죄책을 그분에게 부과하고 그분 자신의 의를 인간에게 입혀 주심으로써 그분의 비할 데 없는 사랑을 제시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율법 을 폐기하거나 그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율법을 올바른 빛이 비치는 곳에 놓고 영화롭게 한다. 이것은 갈바리의 십자가로부터 반사되는 빛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율법은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부활하신 구주로부터 비추는 빛 안에서 제시될 때에만 구원의 위대한 계획에 있어서 완전하고 충만하 다. 이것은 영적으로라야만 분별될 수 있다. 그것은 바라보는 자들의 마음에 그리스도께서 그의 의라는 열렬한 믿음, 소망, 기쁨을 불붙인다. 이 기쁨은 예수의 말 씀 곧 하나님의 말씀을 사랑하고 지키는 자들만을 위한 것이다.”(가려 뽑은 기별 제3권, 176-177).
화잇 여사는 미니애폴리스 총회 이후 이어지는 3년 동안 믿음으로 말미암은 칭 의를 자주 언급하였다. 그리고 그가 남긴 글들에서도 같은 주제를 포괄적으로 다 루고 있다. 화잇 여사는 죄인이 의롭게 된다(justified)는 것을 객관적으로 의롭게 되는 것이고(made righteous), 인간이 스스로 내적으로 의롭게 되는 것은 아니 라고 본 것이다. 그리스도가 우리의 대속자(substitute)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의 완전한 의를 받으신 것이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어떤 것 을 받으신 것이 아니다. 이 점은 우리가 성령의 권능에 힘입었다 해도 결국 그것은 그리스도의 의라는 것이다.
“칭의는 죄에 대한 충분하고 완전한 용서이다. 죄인이 믿음으로 그리스도를 받 아들이는 그 순간 그는 용서를 받고 그리스도의 의가 그에게 입혀진다. 그는 더 이상 하나님의 용서하시는 은혜를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화잇 주석, 롬 3:24-26).
“죄인이 그리스도를 믿는 순간 하나님 앞에서 정죄 받지 않는 자로 선다. 그리 스도의 의가 그의 의가 된다. 그리스도의 완전하신 순종이 그에게 전가된다.”(FE429).
여기에서는 그리스도의 권능 아래서 의로운 행위를 해야 한다는 언급이 없다. 죄인 밖에서 이루어진 행위가 있을 뿐이다. “주님께서는 그리스도의 의를 신자에 게 전가시키시며 온 우주 앞에서 그를 의롭다고 선언하신다.”(가려 뽑은 기별 제1 권, 392). 의에 도달하기 위하여 행하신 분은 그리스도이지 신자가 아니다.
물론 화잇 여사는 회심과 회개의 경험에서 변화시키는 특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님이 주도적으로 하시는 행위에 대한 반응이다. 혹자는 이것 이 칭의라고 한다면 성화란 무엇이냐고 물을 것이다. 이에 대해 화잇 여사는 용 서 다음에 따라오는 단계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루어져야 될 또 다른 역 사(役事)가 아직 있다. 이것은 발전적인 특성에 속한다. 영혼은 진리를 통하여 성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 또한 믿음을 통하여 성취되는 것이다. 품성이 변화될 수 있는 것은 믿음을 통해서 우리가 받는 그리스도의 은혜로써만 가능하다.” (ST, Nov. 3, 1890).
화잇 여사는 신학적으로 세세한 사항에 대하여 따지는 일을 제쳐두고 적실한 경고를 하고 있다.
“칭의와 성화 간의 세세한 구분점을 엄밀히 정의해 보려는 잘못을 범하는 사 람이 많이 있다. 이 두 용어의 정의에다 자신들의 생각과 사색의 결과를 덧붙이 는 경우가 더러 있다. 왜 영감의 말씀이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에 관하여 정의한 것보다 더 자세히 정의하려 하는가? 마치 영혼의 구원이 이 문제에 대한 그대의 이해 여부에 좌우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무엇 때문에 모든 세부 사항을 다 풀어내 려 하는가? 모든 사람이 다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없는 법이다.”(원고 21, 1891; 화 잇 주석, 롬 3:24-28).
화잇 여사가 이해하는 방식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점은 그리스도에게 절대적 으로 의존하는 데 있다. 성령의 역사를 통하여 신자들이 선한 삶을 살도록 인도 받을 때 칭의와 성화는 모두 그리스도의 선물임이 드러난다. 전적으로 그리스도 의 은혜 사역인 칭의는 처음 그분을 받아들일 때만 일어나는 대전환점인 단회적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대전환이 일어난 후 현재와 미래 시제에 곧 평생 소전 환들이 계속하여 일어나는 그리스도의 은혜 사역이다. 이런 개념이 다음 글에 잘 나타나 있다.
“우리가 예수께 더욱 가까이 가면 갈수록, 그분의 품성의 순결을 더욱 분명히 알면 알수록 우리는 더욱 더 죄의 극악함을 알게 되고 자신들을 높일 마음이 더 욱 더 적어질 것이다. 하나님을 향한 계속적인 영혼의 발돋음, 계속적이며 열렬한 죄에 대한 마음을 찢는 회개와 그분 앞에 마음을 겸비하게 하는 일이 있을 것이 다. 우리의 그리스도인적 경험에 있어서 진보의 매 발걸음마다 우리의 회개는 깊 어질 것이다.”(사도행적, 561).
성화도 그리스도의 전적인 은혜 사역이다. “인간은 그리스도의 의의 옷을 입어 야 한다. 그때 그리스도의 의를 통하여 하나님 앞에 죄 없이 설 수 있다.”(Ms. 5,1889). 그러나 화잇 여사는 존스가 의의 길에서는 어떤 조건도 필요치 않다고 강 조하는 것을 배격하면서, “우리가 칭의와 성화와 그리스도의 의를 받아들이는 데는 엄연한 조건들이 있는 것입니다.”(1893년, 가려 뽑은 기별 제1권, 377)라고 한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거룩함의 길에는 “인간이 하나님께 의지를 바친 후 하나님으로부터 의지를 다시 받아야 한다.”(산상보훈, 62).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이런 의지로써 다시 하나님과 협력하여야 한다. 성화 사역에 있어서 복음적 협력 은 품성 형성의 관건이 되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에게 재능과 능력을 주셨다. 하나님께서는 일하시며 그분 이 인간에게 나누어 주신 재능과 협력하신다. 그렇게 하여 인간은 신의 성품에 참여하는 자가 되고 그리스도의 사업을 함으로써 승리자가 되어 영생을 얻을 수 있게 된다.”(믿음과 행함, 26)
“그러나 누구든지 하나님께서 인간의 협력이 없이 인간을 위하여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자기를 이기는 위대한 일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은 거의 아무것도 없다는 견해를 나타내지 말 것이다. 또한 그대들이 인간적인 최 선을 다한 이후에 예수님께서 그대들을 도우실 것이라고 말하지도 말 것이다. 그 리스도께서는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요 15:5)라고 말 씀하셨다.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은 하나님과 동역자가 되어야 한다. 성령께서 인 간의 심령에 역사하시지 않는 한, 우리들은 발자국마다 걸려 넘어질 것이다. 인간 의 노력만으로는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으며 무가치한 것이다. 다만 그리스도와 의 협력만이 승리를 의미한다.”(가려 뽑은 기별 제1권, 381).
화잇 여사는 칭의와 성화를 구분하면서도 상호 불가분적인 관계로 보았다. 믿 음으로 말미암은 칭의이고 믿음으로 말미암은 성화라고 볼 수 있으리만큼 양자 는 모두 계속되는 그리스도의 은혜 사역으로 보았다. 그의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 는 노장측의 전통적 이해 곧 율법에 대한 순종에 역점을 둔 객관적 및 형벌 대속 적 속죄만도 아니고, 정도를 일탈한 소장측인 왜거너와 존스가 주장한 복음의 주관적, 내적 측면만도 아니다. 그 대신 화잇 여사의 의도는 칭의와 성화에 있어 서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를 모든 최고선의 원천으로 높이는 데 있다. 죄인을 구원하려고 오신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이 구원하시는 은혜를 허락하고 베푸는 점을 드높였다.
“평강의 하나님이 친히 너희로 온전히 거룩하게 하시고 또 너희 온 영과 혼과 몸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강림하실 때에 흠없이 보전되기를 원하노라”(살전5:23).
“성화는 하나님의 뜻에 순종할 때만 얻어진다. 여호와의 율법을 고의적으로 짓밟고 있는 많은 사람이 마음의 성결과 생애의 성화를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 은 하나님이나 그분의 율법에 관한 구원의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RH, March8,1881)..
엘렌 화잇 여사는 1890년에 기고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나는 이 문제를 어떻게 사실 그대로 제시할 수 있을지 묻는 바이다. 주 예수님 은 역시 하나님의 선물인 산 믿음으로 인간이 당신의 의를 붙잡을 수 있도록 제 시해 주는 데 있어서 모든 능력과 모든 은혜와 모든 회개와 모든 성향과 모든 죄 의 용서를 주신다. 만일 그대가 사람에게 있는 선하고 거룩하고 고상하고 사랑스 런 모든 것을 함께 모아서 그것들이 인간의 영혼의 구원이나 공로에 한몫을 담당 하고 있는 것으로 하나님의 천사들에게 제시한다면 그 제안은 반역으로 간주되 어 배격당할 것이다. 천사들은 그들의 창조주 앞에 서서 그분을 두르고 있는 비 길 데 없는 영광을 바라보면서 창세 이후로 굴욕의 생애가 주어진 하나님의 어린 양이 죄 많은 사람들에게 배척을 당하시고 멸시를 받으시고 십자가의 죽음을 당 하셔야 했던 것을 보고 있다. 어느 누가 그 무한한 희생을 측량할 수 있겠는가!” (믿음과 행함, 24).
화잇 여사가 1888년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와 관련하여 특히 수없이 강조한 것 은 그리스도의 의를 신학적이고 이론적인 사상으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고 하는 데 있다. 왜거너와 존스가 다분히 이론적이고 논리적이고 체계적 접근을 하고 있 는 점에 비하여 화잇 여사는 삶의 현장에서 살아 있는 체험적 및 실용적 접근을 하여 실제로 구원하는 믿음(saving faith)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 녀는 사법적 허구가 아니라 실제적인 경건의 부흥을 가져오는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를 역설한 것이다.
“구원하는 참 믿음은 하나님을 신뢰한다. …신조는 신뢰 없이도 존재할 수 있 다. 그러나 신뢰에서 생성된 확신은 믿음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그리스도의 구 원하는 능력에 관한 지식을 받은 모든 죄인이 체험 중에 전진할 때 더 많이 이런 신뢰를 나타낼 것이다”(ST Nov 3, 1890).
“산 믿음은 작은 의무들을 수행하는 매일의 경험에 황금실처럼 얽혀져야 한 다.”(교회증언 제6권, 171).
화잇 여사가 주된 관심을 둔 것은 영혼 깊은 곳으로부터 나오는 신뢰, 곧 복음 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완전한 신뢰가 매일의 삶의 현장 에 적용되는 데 있었다. 따라서 어떤 점에서 교리적 명료성이 화잇 여사의 궁극적 목표가 아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는 오히려 하나님의 은혜라는 영적 필요성과 신자들의 실존적 반응을 연계시키는 일을 중시한 것이다. 그래서 그녀 의 진술에는 루터가 그랬던 것처럼 역설적인 면과 긴장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에 대한 이런 영적인 체험이야 말로 생명선이 되 고 죄악이 가득 찬 현재를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는 힘이 되고 미래를 열어가는 희 망이 될 것이다.
(이 자료는 대총회 성경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George W. Reid 박사의 “Ellen
White and Minneapolis”에 대부분 의존한 것입니다.)
-안금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