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하늘빛교회 최남철 장로, 윤병오 집사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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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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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3.07.3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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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규모 추산도 어려워 ... 기약 없는 복구 대책 ‘막막’
“제가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랐는데, 이런 물난리는 처음입니다. 지금도 기가 막혀요”
아내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끝을 흐렸다. 남편도 고개를 지긋이 가로저으며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여기 와 산 지 30년이 넘었지만, 이런 수해는 처음 경험합니다. 평생 이곳에서 산 어르신들도 이전에 못 본 일이라 하니 할 말이 없죠”
예천군 감천면 진물리에서 사과농장을 하는 최남철 장로와 윤병오 집사 부부. 시장에서 가장 고가이자 고품질로 평가받는 미얀마부사 품종을 재배한다. 청정 고랭지에서 믿음으로 지은 사과여서 그런지 이들의 상품은 늘 뛰어난 맛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번 폭우와 산사태로 3000평 가까운 과수원이 하루아침에 유실됐다.
열매 맺기가 제일 한창이라는 11년생, 12년생 성근 과수가 부러지거나 쓸려나갔다. 와이어로 연결된 나무가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흔들리면서 낙과까지 이어져 피해를 키웠다. 들깨나 고추 등 밭작물은 빗물에 다 떠내려갔다. 지금으로서는 손실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어림짐작으로도 추산이 어렵다.
그나마 성한 나무에서 얼마나 수확할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 자칫 뿌리가 썩지 않을까 염려된다. 쓰러진 나무를 일으켜 세워 지지대로 고정하는 등 응급처치부터 해야 한다. 기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애가 탄다. 그만큼 일손이 많이 가야 한다. 그때까지 그저 나무가 잘 버텨주길 바랄 뿐이다.
아무리 천재지변이라지만, 자식처럼 애지중지 정성을 다해 키웠는데 부러지고 꺾인 상처를 바라보노라면 안쓰럽고 미안하다. 그러면서도 자기 자리를 꿋꿋하게 지켜준 녀석들이 고맙고 기특하다. 최대한 빨리 복구한다 해도 나무를 다시 심고, 수확하기까지 최소 5년 이상 걸려야 한다. 최 장로는 “그때쯤이면 내가 일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나마도 복구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때 가능한 이야기다. 정부가 최대한 빨리 손을 쓴다 해도 올겨울은 지나야 할 판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아직도 막막하다. 규모가 워낙 커 원상을 회복하는데 얼마나 걸릴 지 미지수다. 일단은 군인과 전문인력이 굴착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 길을 내고, 돌을 치우는 등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피해 규모가 워낙 어마어마해 개인적으로 마땅한 대책이나 계획도 세울 수 없다. 자원봉사도 받을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에서 피해 조사를 하고, 보상이 얼마나 현실적인 기준에서 이뤄질지 지켜봐야 할 형편이다.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지만, 여전히 지원은 더디고 부족하다. 예전 모습을 언제쯤 되찾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
실제로 현장은 한눈에 보기에도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포격을 맞은 것처럼 완전히 초토화됐다. 거대한 토사가 마을을 완전히 쓸어버렸다. 과수원이 있던 자리는 산에서 굴러온 바위와 자갈로 홍해처럼 갈라졌다. 밭고랑은 쑥대밭이 됐고, 개울가에 있던 집은 흔적도 남지 않았다. 밀려든 토사 구덩이에 파묻혀 부서진 주택이 한둘이 아니었다. 주인 잃은 자동차는 진흙을 뒤집어쓴 채 방치돼 있었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말문이 막혔다.
그런데도 최 장로는 “나는 집이라도 멀쩡하지 않나”라며 “솔직히 우리는 다른 사람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민다. 어떤 분은 목숨을 잃기도 하고, 전 재산이 떠내려간 이재민도 있는데 그들에 비하면 나는 괜찮다. 그나마 남은 게 있으니 얼마나 감사하냐”고 긍정했다.
그러면서 “피해가 큰 분들이 어서 빨리 복구해야 하는데 걱정”이라며 조속한 처리를 위해 전국의 성도들이 관심을 갖고 기도해 줄 것을 부탁했다. “우리야 1000원 쓸 거 500원만 쓰고, 땀 흘려 다시 열심히 일하면 된다”면서 자신보다 더 큰 피해를 당한 이들에게 지원의 손길이 닿길 바랐다.
최 장로는 뜻하지 않은 절망과 역경 중에도 마지막 시대에 임할 환란을 주목했다.
“앞으로 이보다 더 큰 사건이 우리 앞에 일어날 거 아니겠습니까. 사탄은 지구 역사의 끝에서 하나님의 백성을 쥐고 흔들기 위해 온갖 시험을 던질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믿는 사람으로서 이런 재난을 통해 더욱 근신하고 깨어, 하늘에 가까워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피난처는 오직 예수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때, 우리의 마음가짐과 영적 잣대를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할지 깨우치는 게 중요합니다”
인터뷰 도중 마을회관으로 구호물품을 받으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혹여 늦을세라 서둘러 인사하고 자리를 일어섰다.
읍내로 향하는 길. 곳곳에서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국민 여러분, 힘내십시오’라고 쓴 글귀를 내건 군 수송차량이 병력을 태우고 바삐 이동했다. 도로는 군데군데 움푹 패어 위험했고, 마을로 통하던 진입로는 두부 자르듯 뚝 잘려나갔다. 어디서 굴러 왔는지 모를 소나무가 뿌리째 뽑혀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
벼가 자라던 논은 토사에 절반 이상이 잠식됐다. 하천에는 상류에서 떠내려온 쓰레기와 부유물이 널브러져 있었다. 어느 이름 모를 야산의 산등성이는 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가 상처처럼 흉물스럽게 남아 있었다. 마을 초입에서는 119 대원들이 수색견을 앞세워 실종자를 찾는 모습도 모였다.
후두둑 후두둑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굵은 빗방울에 “아직 땅속은 빗물을 잔뜩 머금고 있어 슬금슬금 산사태가 일어나고 있다”며 “큰비가 오면 안 된다. 제발 오늘 밤에는 비가 내리지 않길 바란다”고 걱정하던 부부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아 자꾸 마음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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