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에게 한국 사회와 기독교는 어떻게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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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크리스챤아카데미는 지난달 30일 서울 평창동 대화의집에서 ‘청년의 눈으로 본 한국 사회와 기독교’라는 주제로 2023년 상반기 대화모임을 열었다. <재림신문>이 현장을 찾아 이들의 고민과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편,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크리스챤아카데미는 양극화된 한국 개신교의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한 대화마당을 2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대화모임은 서로의 소개를 겸한 간단한 아이스 브레이킹 후 곧장 본론으로 향했다. 사회자가 패널들에게 던진 첫 번째 질문은 기독교 사회운동에 대해 느끼는 한계나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이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개인과 단체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였다.
물꼬는 청년정의당 인천시당 김대현 위원장이 텄다. 그는 “정당 혹은 정치 지형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하다. 거대 정당이 의견을 관철시키는 건 쉽다. 그러나 우리 같은 군소 정당은 정말 힘들고, 선거 때마다 당의 존립을 고민해야 한다. 이 운동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하게 된다”고 한계를 고백했다.
그는 “부조리한 현실에 분노해서 이 일을 한다. 분노는 강하지만 순간적인 에너지로서 오래가지는 않는다. 분노라는 에너지가 지속가능한 긍정 에너지로 바뀌는 길은 좋은 동료를 만나는 것이다. 그런 동료를 만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없다면 이 일을 지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향린교회 김하나 전도사는 교회 안에서 다루기 힘든 성소수자 문제를 꺼내 놨다. 그는 “성소수자 이슈가 뜨거운 감자다. 그런데 어느 지역에서든 대상화가 된다. (성소수자는)찬반논쟁의 대상이지 크리스천으로서 주체적인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퀴어 크리스천 운동의 한계점이라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김 전도사는 “성소수자가 다른 운동에 연대하는 것이 숙제다. 그들은 스스로의 문제가 너무 크고 어려워 다른 운동에 신경 쓰지 못한다. 그들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넘어 그들을 동등한 크리스천으로 보고, 똑같은 연대자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며 되물었다.
높은뜻광성교회 윤진영 청년부 목사는 사역하며 절망을 느낀 순간을 이야기했다. 그는 “교회처럼 이중적인 곳을 찾기 힘들다. 반자본적인 외피를 입고 ‘우리는 돈을 추구하지 않아’ 라고 말하지만, 그 안에 자본으로 응축된 무의식이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교회가 그 어떤 곳보다 자본에 기생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일 때 절망스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예를 들어 직분을 맡았을 때 내야 하는 헌금의 규모가 있잖나. 예전에 있던 교회에서 두 부부가 직분을 맡았는데, 헌금 액수가 부담스러워 한 명이 직분을 내려놓거나 금액을 조정하고 싶어했다. 그런데 교회 측은 ‘할부가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의미와 가치를 지향하는 삶이 자본에 잠식당하고, 거기에 청년들이 동원될 때 가슴 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
기독청년아카데미 장철순 사무국장은 지속가능한 청년사역의 원동력을 언급하며 “자본주의가 이미 우리 안에 내밀하게 들어와 있다. 청년들이 어떤 이슈에 관해서는 뜨겁게 반응하는데, 소비지향적인 형태나 문화에 있어서는 속수무책인 경우를 자주 본다. 이런 문제에 대항할 수 있는 대책을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마련해 나아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KSCF 대학부 이광호 간사는 “분노와 한숨의 현장을 견디고 이길 수 있는 힘은 동료를 만나는 것이라는 지적에 공감한다. 동료를 만나 관계와 인연을 일궈감으로 자본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청년의 특징은 무모함이다. 기성세대보다 용감할 수 있고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시대에 더럽게 느껴지고, 화가 나고, 짜증이 나면 겁먹지 말고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러한 운동가들이 지속해서 끝까지 이 일을 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결국 자본에 굴복하게 되고, 한 때의 일탈로 끝날 것”이라며 청년들의 연대와 생태계 구축을 촉구했다.
에큐메니컬 사회단체인 ‘고난함께’의 김지애 팀장은 성차별 이슈를 주제로 대화의 맥을 이어갔다. 그는 “대형 교회에서 사역하던 중 교회 안에서의 성차별로 상처받았다. 이런 차별은 사역자뿐 아니라 청년공동체에서도 일어나 여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좀 더 안전하고 마음 편한 공동체를 찾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 역시 그런 마음으로 교회에서 뛰쳐나왔다고 고백한 그는 “내가 이런 성차별에 어떻게 저항할 수 있을까. 나를 동료로 인정한다지만, 만연한 성차별을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그러나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교회 공동체 내 성차별 인식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문제도 주요 관심사였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임지희 간사는 “기후위기가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는 일인 만큼 시급하고 거대한 일이라는 점이 환경운동의 한계”라고 짚고 “어떤 분은 ‘이미 끝난 것 아니냐’ ‘뭘 해도 소용없는 것 아니냐’ ‘인간 자체가 문제’라고 말한다. 교회 안에서도 ‘종말의 징조’라며 그냥 손 놓고 있는 분도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임 간사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는 이때가 기독교인이 나서야 할 때다. ‘기후 정의’라는 말이 있다. 잘 사는 나라에서 기후위기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를 배출했으나 그 피해는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은 가난한 나라가 받고 있다. 회의와 낙담과 회피를 딛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기후위기기독인연대 문형욱 공동대표는 “기후위기를 촉발한 것은 자본주의와 성장주의다. 기후가 환경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런 문제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희년이다. 희년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해 탕감으로 나아갈지, 공동성 확장으로 나아갈지, 성장이나 부의 재분배를 이뤄낼 수 있는 모델로 발전시킬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대표는 “재밌는 것은 교회가 아닌 바깥의 학자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기독교가 이런 이야기를 못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스템을 만들어오고 지지해온 주체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성경에 나와 있는데 그것을 교회가 거론하지 못한다”며 아이러니한 현실에 쓴웃음을 지었다.
시대전환 서기정 여성위원장은 “현재 우리 사회는 토론이 실종됐다. 다른 생각을 나눌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소수의 생각이 보이지 않는다. 기독교 역시 소수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데,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대화의 필요성과 소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함을 지적했다.
하성웅 한국기독청년협의회 총무는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는 교회가 응답을 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교회가 세상에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보수적인 분위기가 팽배하다. 소수의 성공을 강조하는 메시지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 안에서 사람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려면 보수적인 교회의 현실을 인정하고 해야 할 일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고 결론지으며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현실과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 다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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