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도 잊은 선행’ 삼육식품 집수리 봉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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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충남 천안시 성거읍.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날만한 비좁은 골목을 타고 어느 농가에 다다랐다.
오전 8시. 아직 잠자리에 누워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휴일 아침임에도 10여 명이 모였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정기활동을 위해 팔을 걷고 나온 삼육식품 지역사회봉사회 회원들이다. 2013년 처음 시작해 직산읍, 성환읍, 입장면 등 인근 지역에 사는 취약계층의 주거환경을 개선해주고 있다.
이날의 대상은 지은 지 40년은 족히 넘은 듯한 노후가옥이다. 세월이 흐르며 곳곳이 낡고 헐고 부식됐다. 그곳에 84세 된 치매어르신이 홀로 살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제대로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쓸쓸히 여생을 보내던 노인의 처지를 딱히 여긴 요양보호사가 지방자치단체에 부탁해 연결됐다.
계절은 이미 봄의 길목에 들어섰지만, 전날 내린 비로 체감온도가 훅 떨어져 제법 쌀쌀한 날씨다. 라디오에서는 아침 최저기온과 한낮 최고기온이 섭씨 10도 이상 차이날만큼 일교차가 클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봉사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소형트럭에 준비된 각종 장비와 집기를 챙겨 내렸다.
그런데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전해 들은 이야기보다 일의 규모가 훨씬 커졌다. 거의 리모델링급 수준의 요구였다. 심길섭 본부장이 “당초 전달된 정보와 다르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누군가 “이 정도면 적어도 2000만 원짜리 공사”라며 농담을 던졌다. 심 본부장은 “현장에 오면 갑자기 상황이 달라지기도 한다. 난감하고 당황스러워도 어쩔 수 없다. 밤을 새워서라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유압공구를 손에 집어 들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봉사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기 자리를 찾아 돌아갔다. 누구는 자재의 규격과 길이를 재고, 누구는 이를 정확하게 옮기고 날랐다. 누구는 합판을 대고, 누구는 각목을 자르고, 누구는 전등을 교체했다. 언뜻 봐도 담당별로 분업화되어 있었다. 손발은 분주했지만, 호흡이 척척 맞았다. 그간의 경험이 쌓이며 이미 몸에 익은 듯 보였다.
방안의 색바랜 벽지를 뜯어내자 흑벽이 부서지며 뿌연 먼지가 머리 위로 새하얗게 내려앉았다. 방진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숨도 쉬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나마 이웃들이 전날 큰 짐을 미리 옮겨놔 일이 줄었다. 어느새 이마에 송골송골 이슬이 맺혔고, 등허리에도 땀이 흥건하게 배었다.
여직원들은 집 안팎 쓰레기를 치우고, 정리정돈 했다. 도배와 장판 작업도 맡았다. 평소에는 싱크대의 묵은 때를 닦아내거나 주방용기를 살균 소독하는 일도 한다. 마치 자기 집을 고치듯 꼼꼼하고 깐깐하다. 세심함에 정성이 깃들어 있다.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지켜보던 이웃집 주민이 “삼육식품에서 온다더니 전문기술자들이 왔다”며 감탄했다.
식은 김밥 한 줄과 컵라면 하나로 끼니를 때우며 열심히 일한 덕분에 25평 남짓한 주택은 깨끗하게 새 옷을 갈아입었다. 오전 8시30분에 시작한 작업은 해가 진 뒤에야 끝났다. 평소보다 훨씬 더 품이 많이 든 ‘역대급’ 공사였다. 하지만, 봉사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노동에 드는 피로보다 보람이 더 크기 때문이다.
집수리를 의뢰한 요양보호사는 “삼육식품이 좋은 일 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면사무소에 찾아가 통사정을 했다. 자식들도 외면한 일을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분들이 이렇게 기꺼이 와서 도와주시니 뭐라 고맙다고 인사해야 할지 모르겠다. 진심을 다하는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 미안하고 감사하다”며 몇 번이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은 전광진 사장도 참여했다. 전 사장은 “때로는 식사도 거른 채 작업해야 하는 날도 있다. 힘들지만 수혜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모든 피곤이 사라진다. 마침 소풍 주간이어서 집에서 쉬고 싶거나 여독이 다 풀리지 않았을 텐데도 이렇게 선행에 자원한 직원들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고 격려했다.
집수리 봉사는 이번이 벌써 64번째다. 좋은 품질의 건강식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기업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10년 전, 자발적으로 시작한 일이다. 이날은 올해 두 번째 활동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잠시 멈췄다가 지난해부터 재개했다.
초창기에는 두 달에 한 번이었는데, 입소문이 나며 요청이 늘면서 요즘은 한 달에 한 번씩 나서고 있다. 다른 단체에서 꺼려하거나 불편해하는 일을 도맡을 정도로 깊이가 남다르다. 생산부서의 경우, 1일 3교대로 돌아가다 보니 야간근무를 하고 현장으로 달려오거나 이곳에서 활동한 후 부랴부랴 출근하는 이도 있다. 봉사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임하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천안시 자원봉사센터가 주관하는 ‘재난재해전문봉사단’에 위촉돼 활동 폭을 더욱 넓혔다. 홍수, 태풍, 지진 등 재해가 발생하면 긴급구조, 물자지원, 환경정비, 사후복구 등 관련 사업에 참여한다. 얼마 전에는 직산읍과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결연협약을 맺고 더욱 다양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매번 20여 명이 함께 하는데, 직접 돕지 못하는 직원들은 자금으로 후원한다. 회비를 분담하는 인원만 무려 100명이 넘는다. 장비나 공구도 직접 마련한다. 필요한 비용의 절반은 회비에서, 절반은 회사가 분담한다. 요즘은 석고보드 등 건축 자재 가격이 훌쩍 오르며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 이날도 거의 1000만 원 가까운 금액이 들었다. 하지만 돈보다 중요한 게 사람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없다.
어둑어둑 땅거미가 내려앉고, 가로등이 하나둘 불을 밝힐 즈음 드디어 모든 작업이 끝났다. 주인 할머니의 얼굴에도 오랜만에 웃음꽃이 환하게 피었다. 먼지를 툭툭 털어내며 공구를 챙기던 동료들 사이로 심길섭 본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음 달엔 어디야?”
그렇게 고되고 힘들었건만, 벌써 마음은 다음 현장으로 향해 있는 듯했다. 이들의 헌신이 더해지는 만큼, 어느 저소득가정의 삶의 질은 한층 나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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