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튀르키예 의료봉사 다녀온 류병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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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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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3.03.0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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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육서울병원 재활의학과장 ... 참상 아직도 눈에 선해
지난달 17일부터 25일까지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현장에서 의료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류병주 삼육서울병원 재활의학과장은 현장에서 있었던 일과 느낌을 담담하게 풀어놨다. 하지만 때때로 그의 목소리가 상기되는 것을 보면 아직 현장에서의 느낌이 생생하게 남아있는 듯했다.
류 과장에게 튀르키예는 낯설지 않다. 평소에도 매년 해외의료봉사활동에 참여해 왔는데, 튀르키예는 이미 방문한 적이 있으며 남다른 관심을 갖던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런 나라에서 큰 지진이 발생했다.
류 과장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국내 한 NGO단체에서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현장에서 봉사할 의료인을 모집하는데 인원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류 과장은 망설임 없이 자원했다. 그에게 의료봉사활동은 어떤 만족감을 기대하고 하는 일이 아니다. 필요하니까, 해야 하니까 하는 일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니까 손을 뻗은 것이다.
2월 17일, 여러 의약품을 챙겨 튀르키예로 향했다. 비행에만 12시간이 걸렸다. 이스탄불공향에 도착하자마자 그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봉사활동 이전에 현실적인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화물검사 과정에서 의약품이 통과가 안 될 수도 있었다. 튀르키예는 현재 재난대응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든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웠다.
류 과장의 검사차례가 다가오자 긴장됐다. 검사관에게 카라만마라슈에 가서 봉사할 계획이라고 얘기하자 검사관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불안한 마음도 잠시, 검사관은 자신이 카라만마라슈에서 왔다며 가족과 지인들도 이번 지진에 희생됐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자신의 고향에서 봉사할 의사를 환영했다.
공항을 빠져나와 버스를 타고 3시간을 더 달려 봉사할 곳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참혹한 현장이 눈을 가득 채웠다. 짐을 풀 겨를도 없이 진료에 들어갔다.
그는 함께 봉사하러 간 한국인 의료인과 튀르키예 현지 의료인 2명과 팀을 이뤘다. 하루에 적어도 100명의 환자들을 진료했다. 류 과장이 진료를 시작할 땐 지진 발생 11일째였다. 큰 부상을 입은 환자들은 대부분 치료를 받은 후였다. 문제는 지병이 있는 난민들이었다. 대부분의 의료 인력이 골든타임 내에 환자를 살려내기 위해 투입됨으로 평소 지병은 치료받기 힘들어진다.
또한 지진을 피하는 중에 다친 부위가 있는 경우 제때 진료 받지 못해 악화된 경우도 있었다. 지진 재난에만 골든타임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류 과장을 찾아오는 환자들 각자에게도 골든타임이 있었다. 류 과장은 그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진료를 이어갔다.
하루의 모든 진료를 마친 저녁, 봉사자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갑자기 땅이 크게 흔들렸다. 다시 한번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봉사자들은 ‘이게 뭐지?’하는 반응이었지만 현지 난민들은 소스라치게 놀라 건물 밖으로 뛰쳐나갔다. 지진에 대한 두려움이 몸에 각인된 것이다.
류 과장은 진료 중에 들었던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건물 옥상에서 떨어진 사람, 5명의 아들을 모두 잃은 사람, 다리를 다쳐 기어서 건물을 빠져나온 사람 등 그들이 겪은 참상은 평범한 사람으로선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그런 어둠도 하루하루 봉사할 때마다 조금씩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난민들의 부상이 조금씩 나아지고, 전가와 수도 공급이 재개되고 조금씩이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튀르키예가 재건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수많은 벽돌이 모여 튀르키예란 건물을 이루는 과정에서 류 과장은 하나의 벽돌로서 참여할 수 있어 가슴이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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