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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잃은 책상엔 국화꽃 한 다발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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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09.05.10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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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삼교회 고 채희균 군 추모안교 ... 친구 영전에 띄운 마지막 편지
고 채희균 군의 친구 송인혁 군이 고인을 추모하는 편지를 낭독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기자 김범태
9일 오전, 한국삼육고 강당.

얼마 전까지만 해도 희균이가 서서 찬양지도를 했던 그 자리에 오늘은 친구들이 대신 섰다.

이날 한삼교회의 안식일학교는 고 채희균 군을 추도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희균이와 함께 찬양을 하고, 순서를 준비하고, 공부했던 물보라, 안식일학교 임원, 3학년3반 학생들이 친구와의 추억을 목소리에 담았다.  

아이들은 희균이가 평소 좋아했던 노래를 부르며 훌쩍 떠나버린 친구를 멀리 보내주었다. 마음속에 담아둔 채 그간 다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이젠 대답 없는 친구의 영전에 띄웠다. 아이들은 그렇게 기억 저 편의 친구 모습을 보듬으며 다시 만날 그날을 기약했다.

순례길을 다 마치고 하늘문이 열리는 그날, 함께 화음을 맞춰 부를 그 노래를 위해 아이들은 희균이의 자리를 비워두었다. 슬픔을 애써 삭이며 재회의 그때를 꿈꾸는 아이들의 말없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그의 빈자리는 너무 커 보였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노래를 부르던 아이들은 이내 슬픔에 목이 메어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못했다. 애써 눈물을 참으며 친구와의 이별을 애도하던 아이들의 볼에 끝내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바닥에 떨어진 이슬이 조명을 타고 반짝였다.

News_4198_file2_v.png스피커에서 추모의 노래가 흐르고 있던 그 시간, 3학년3반 교실 한 쪽에는 주인 잃은 책상 위로 하얀 국화꽃 한 다발이 눈에 띄었다.

한 점 때도 타지 않았을 것 같은 산들바람이 따사로운 봄볕을 타고 스며드는 창가 맨 앞자리. 고 채희균 군이 공부하던 책상엔 친구들이 놓아둔 꽃 한 다발과 아이가 평소 좋아했던 딸기우유 그리고 몇 해 전 침례기념으로 받은 성경책이 놓여 있었다.

아이들의 책상엔 어제까지도 씨름했던 교과서와 참고서가 수북이 쌓여 있었지만, 그의 책상엔 친구들과의 추억이 유품이 되어 돌아오지 않을 주인을 말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선가 날아온 나비 한 마리가 그의 책상 위에 잠시 앉았다 열린 창문 틈으로 사뿐히 날아갔다.

추모객 마음 더욱 애잔하게 녹이는 영정 앞 유품
열여덟 꽃다운 나이에 자신의 꿈을 채 펼쳐 보지도 못하고 숨을 거둔 고 채희균 군의 영정 앞에는 몇 가지 유품이 놓여 있어 이를 지켜보는 추모객들의 마음을 더욱 애잔하게 녹이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지난 생일(4월 23일) 담임선생님이 보내준 앨범. 병상의 희균이가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녹음이 짙은 교정의 모습과 친구들의 일상 그리고 환자복을 입고 있지만 밝게 웃고 있던 희균이의 모습이 담긴 잊지 못할 특별한 생일선물이다.

그 앞에는 희균 군의 성경이 있다. 가족들은 아이가 평소 가장 좋아했던 마태복음 6장 말씀을 펼쳐두었다. 형광펜으로 곱게 줄을 그으며 읽어간 모습에서 평소 말씀을 사랑하며, 목회자의 길을 꿈꾸었던 소년의 모습이 엿보인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장현교회 청년들이 희균 군을 추억하며 보낸 앨범도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또 지난 3월, 발병 사실을 알고 찾았던 이상구박사뉴스타트센터에서 봉사자와 함께 찍은 사진도 눈에 밟힌다. 에덴요양병원 입원 당시 문병 온 친구들과 한삼고 안교 임원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도 액자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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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고인이 되어버린 아이는 몇 장의 사진 속에서 짙푸른 하늘만큼이나 파란 미소로 해맑게 웃고 있다.

장현교회 학생반 아이들은 아들을 잃고 깊은 슬픔에 빠져 있는 어머니 윤숙이 집사를 위로하기 위한 편지를 보내왔다. 아이들의 정성이 고스란히 배인 편지는 예쁜 종이상자에 소복하게 담겨 희균 군의 빈소를 지키고 있다.  

둘째누나 희민 씨가 생일선물로 준 손목시계는 아직도 상자에 담긴 채 말없이 흘러가고 있다. 건강해지면 차겠다며 고맙다는 인사만 건넨 채 미루어두었던 시계는 끝내 마지막 선물이 되었다.

사랑스런 동생을 먼저 떠나보낸 누나는 그저 액자 속에 담긴 동생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다시 만날 그날을 가슴에 새길 뿐이다. 사진 속에서 앳된 모습의 개구쟁이처럼 환하게 웃고 있는 동생과의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이 이젠 가슴 저리기만 하다.

빈소의 한 구석에서는 자신도 커서 ‘무대 위의 선교사’가 되고 싶다며 꿈을 키웠던 골든엔젤스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 투병 당시 자신을 위해 기꺼이 달려와 준 고마운 형과 누나들이었다. 희균이는 지난 7일 오후, 자신의 방에서 이 음악을 들으며 깊은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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