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110』 그의 가슴엔 이름 대신 번호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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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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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7.0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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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일준수 문제로 복역 중인 재림군인 이주안 군 옥중인터뷰
약속된 시간이 되자 그가 헌병대원과 함께 굳게 닫혀 있던 철문을 열고 면회실로 들어섰다.
‘희망’이라는 글씨가 인쇄된 회색 수의를 입은 그의 가슴에 이름 대신 『미 110』이라는 번호표가 새겨져 있었다.
처음 보는 낯선 얼굴이었지만, 그는 환하게 웃으며 기자를 맞이했다. “너무 늦게 찾아와 미안하다”는 인사에 “별 말씀을 다하신다”며 이렇게 관심을 갖고 찾아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미소 짓는다.
재림군인 이주안 군. 삼육대 신학과 3학년을 마치고 지난 1월 입대한 이 군은 파주 1사단 신병교육대로 배치되어 기초군사훈련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훈련을 거부해 곧바로 구속됐다.
그는 “교도소 생활이 생각했던 것보다 불편하거나 어렵지 않다”며 “걱정해 주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꿋꿋하게 견뎌내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그의 표정은 밝고 편안했다. 다행히 건강도 좋아보였다. 그는 간간이 미소를 지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그간 학교 친구들과 교수님, 선배들이 면회를 다녀가셨다며 용기를 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멀리 여수에 사시는 부모님과는 일주일에 한 번씩 화상면회를 하고 있다며 그나마 그렇게라도 서로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으니 좋다고 했다.
지난 5월 보통군사법원으로부터 1년형을 언도받고 수감 중인 그는 부모님과 상의해 고등법원에 항소해 놓은 상태다. 2심 재판은 이르면 8월쯤 국방부에서 열릴 예정이다.
당시 그는 재판에서 “안식일 문제만 해결해 주면 군 복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지만, 재판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예외는 있을 수 없다”며 원론만 되풀이한 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1심에서 언도받은 형량에는 불만이 없다고 했다.
“제가 고등법원에 항소한 이유는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우리 사회에 소수종교자의 종교자유를 인정하고 보장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탄원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교인들을 위해서 입니다”
그가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부끄럽게도 저 역시 입대 전에 그랬지만, 요즘 우리 성도들 사이에 안식일준수 정신이 많이 퇴색되고, 희미해진 것 같습니다. 저의 사건을 계기로 우리의 나약해진 안식일 정신을 다시한번 생각하고, 재림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길 바라는 것이 저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약 30분간의 면회가 끝날 즈음 그는 함께 염려해 주시고,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모든 성도들에게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꼭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짧은 작별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 그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의 뒤로 다시 철문이 굳게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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