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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사닥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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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월호 2023년 3월호 이야기 꾸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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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사닥다리


딕 더크슨

   

알레한드로는 진리를 담은 책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 가방에 한가득 책을 짊어지고 문서 전도를 하는 젊은 청년이었다. 문서 전도로 돈을 많이 벌 수는 없었지만 대학 학비를 대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그는 이 산자락에서 태어나 사탕수수를 빨고 야생 망고와 구아바를 먹으며 자랐고 언덕 중턱에 있는 가족 농장을 돌보면서 산에서 나고 자란 산사람이었다. 염소와 닭, 3마리의 젖소, 비둘기 그리고 수많은 고양이의 이름을 지어 주고 키웠다. 그는 이곳의 습기, 밤의 시원한 바람, 어디든지 자기를 따라다녔던 파랗고 까만 나비들 모두를 사랑했다. 그리고 교회에서 친구들과 불렀던 행복한 노래들도 너무 좋아했다. 


교육을 가치 있게 여긴 부모님 덕분에 지역 초·중등학교와 근처 고등학교에 다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부모님은 그를 장거리 버스에 태워 수도 근처의 재림교회 대학으로 데려갔다. 가족들의 예상보다 수업료가 훨씬 비쌌고 집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문제였다. 

***

“방법이 있을 겁니다.” 재정 지원 상담자가 말했다. “합회는 여름 동안 문서 전도인으로 일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산악 지대 마을에 성경이나 예언의 신, 기타 종교 서적을 파는 일입니다. 관심이 있다면 학생을 연결해 줄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몇 주 후 알레한드로는 10일간 훈련을 받고 가방에 책을 한가득 짊어지고, 손에는 빨갛게 원으로 몇 개의 마을을 표시한 지도를 들고 새 등산화를 착용한 뒤 길을 나섰다. 

훈련 과목이 ‘기도하는 법’, ‘성령께 의지하기’ 등에 집중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숲속에서 살아남기’나 ‘판매를 위한 적절한 화법’ 등을 배우리라 기대했지만 예상이 빗나갔다.


“성령과 하나님의 천사가 여러분의 가는 길에 함께할 것입니다. 성령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십시오.” 지도자는 문서 전도를 떠나는 이들에게 수없이 상기시켰다. 특히 마지막 2~3일을 남겨 놓고는 더욱 주의를 주었다. 한 무리의 반란군이 언덕 위의 커피 농장에 나타나 돈과 음식을 요구하고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고 가축도 훔쳤다는 것이다. 군인들이 마을 사람 여럿을 쏘았다는 소문도 돌았다. 정부군의 등장으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가 총에 맞을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청년 알레한드로는 장학금을 받기 위해 계속 언덕을 걸었고 한 작은 나무 집에서 다른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대의 소망』, 『각 시대의 대쟁투』뿐 아니라 가방에 가득 넣은 다른 종교 서적들을 보여 주며 부지런히 복음을 전했다. 

***

걷다 보니 페인트를 칠하지 않은 집이 나타났다. 알레한드로는 새롭게 만날 사람이 누구일지 기대하며 언덕을 걸어 올라갔다. 계단을 올라 오래된 나무 문을 두드렸다. 한 여성이 문을 열어 주었는데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고 눈에는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그냥 가세요.” 그 여자는 속삭임에 가까운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여사님에게 평화와 희망을 줄 책이 있어요.” 알레한드로가 배낭에 손을 뻗으며 말했다.


“빨리 가시라고요.” 그 여인은 또 한 번 재촉했다. “여기는 안전하지 않아요. 많은 군인이 가까이 있어요.”


그리고 급하게 문을 닫더니 걸쇠를 걸어 잠갔다. 


알레한드로는 잠시 서 있었다. 평상시에 들리던 숲 소리가 사라졌다. 새소리, 매미 소리, 개구리 소리 심지어 늙은 당나귀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잠잠했다. 축축한 오후 공기가 그를 짓눌렀고 알레한드로는 진흙탕 길로 향해 있는 계단 아래로 급히 내려갔다.


도망칠 곳이 없었다. 숨을 곳도 없었다. 헛간도 ‘은신처’가 있는 이웃도 없었다. 몇 그루의 나무, 키가 큰 대나무, 커피나무가 전부였다. 


이때 아주 오래된 대나무로 만든 닭장이 눈에 들어왔다.


알레한드로는 길을 가로질러 뛰어가 대나무 아래 닭이 있는 닭장으로 들어갔다.


정적이 흐르던 그곳이 전쟁터가 되었다. 반군이 정부군을 향해 총을 쏘고 정부군도 반군을 향해 총을 쏘았다. 닭장은 싸움터 한가운데 있는 상황이 되었고 배낭을 멘 알레한드로는 부러진 대나무 아래에서 전투를 지켜보며 닭장 속에 쪼그리고 있었다.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때 문서 전도 훈련을 이끌었던 분의 말씀이 떠올라서 성령과 수호 천사에게 기도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마주하게 된 문제를 이야기하고 어떻게든 뜨거운 총알이 그의 생명을 끝내기 전에 구출해 줄 것을 간곡히 청하였다. 그의 요청은 너무도 분명했다. 


바로 그때 키가 큰 하얀 옷을 입은 낯선 사람이 닭장을 향해 길을 가로질러 질주하는 모습이 보였다. 알레한드로는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그 남자는 이 젊은 문서 전도자의 안내를 받아 닭장 안으로 들어왔다. 


“뭐예요? 당신 미친 거 아닙니까?” 알레한드로가 그에게 물었다.


“안녕하세요. 비좁은 곳에 함께하게 되어 미안합니다.” 그 낯선 이는 평안하고 좋은 날에 만난 것처럼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몇 분간 이야기를 나눈 뒤 이 낯선 사람이 시계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


“아니 이런! 지금 길 아래 다른 마을에 갔어야 했는데 여기 있네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저는 그만 가 볼게요.”


그 남자는 대나무 아래에서 나와 닭장 옆에 우뚝 서더니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날아드는 총탄은 개의치 않은 채 침착하게 길을 향해 걸어갔다. 길 한가운데에 이르자 그는 몸을 돌려 알레한드로에게 손을 흔들었고 보이지 않는 계단을 오르듯 천천히 하늘로 올라갔다. 그리고 계단 꼭대기에서 사라졌다.


부러진 대나무 사이로 계단이 있던 허공을 바라보며 가만히 누워 있던 알레한드로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한 뒤 그는 배낭을 움켜쥐고 닭장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우뚝 서서 먼지를 털고 길 중앙을 향해 침착하게 걸어갔다. 하늘로 난 계단은 없었지만 총격은 멈췄고 숲은 조용했다.


길의 중간에 이르렀을 때 그는 멈춰 서서 반군 쪽을 한 번 쳐다보고 정부군 쪽을 쳐다본 다음 하늘을 가리켰다.


“제가 다음 마을에 약속이 있습니다. 지금 가 봐야 합니다.”라고 크게 외쳤다. 그리고 길을 따라 안전하게 걸어 내려갔다. 


딕 더크슨 목사이자 이야기꾼으로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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