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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양의 노래, 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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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월호 2023년 4월호 이야기 꾸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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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양의 노래, 시편


딕 더크슨


불가능한 일이었다. 서로 다른 퍼즐 상자 12개를 한꺼번에 풀어 놓고 그림 맞추기를 하는 것과도 같았다. 포기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여행 목적이고 뭐고 짐을 싸서 집으로 가고 싶었다.

처음에는 확신에 차서 로키산맥에 있는 산장을 하나 빌려 짐을 풀었다. 우리 네 사람이면 12개 대학에서 입학생 모집에 멋지게 활용할 수 있는 마케팅 계획을 찾아낼 수 있을 줄 알았다. 동료들과 현명한 지도자들은 작은 기적이 일어날 수 있으리라 믿으며 우리를 선택했다. 하지만 여러 날 동안 수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냈지만 쓰레기통에는 구겨진 아이디어들만 쌓여 갔다.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지금 우리에게는 주님의 말씀이 필요해요.” 한 사람이 고백하듯 말했다.

“다윗은 해답을 찾지 못했을 때 시편을 기록했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금요일 저녁, 우리는 베란다에 앉아 산의 일몰을 바라보며 다윗의 시편을 읽었다.

“전에 산에서 살았다고 들었어요.” 한 분이 내 쪽을 보며 말했다. “우리가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곳에서 안식할 수 있도록 내일 여정을 안내해 주세요.”

“딱 맞는 곳을 알고 있어요.” 나는 희망의 미소를 띠며 말했다. 

***

안식일은 쉼의 날이다. 우리의 일을 내려놓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의 선물을 기념하는 시간이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딱 좋은 시간이다.

사과와 땅콩버터, 젤리, 샌드위치를 싸고 물병 12개를 챙겨 로키산맥의 더 깊숙한 곳으로 운전해 갔다.

“에반스산은 58개 콜로라도 봉우리 중 하나로 해발 4,347미터인데 거의 정상까지 굽이진 길이 나 있어요.” 일행에게 내가 설명했다. 

에코 호수에 모인 군중을 지나 작은 나무로 이루어진 숲을 통과하고 아찔한 모퉁이를 수없이 돌고 돌아, 누워 있는 공룡의 뼈처럼 나란히 놓인 화강암 바위들을 지나 차를 몰아갔다. 우리가 지나가자 새앙토끼와 마멋이 째려보았다. 어디를 가든지 산은 훤히 내려다보이는 멋진 풍경을 선사했다. 우리는 펼쳐진 풍경에 감탄하며 자주 멈춰서 경외심으로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간중간에 세르주는 시편 98편을 큰 소리로 낭송했다.

“큰 물들은 손뼉을 치며 

산들은 함께 기뻐하되 

주 앞에서 기뻐하라.”

해발 3,962미터 바로 아래에 위치한 서밋 호수 주변에는 북극의 툰드라 기후에 속하는 야생화들이 널리 퍼져 있었다. 우리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두꺼운 재킷을 입고, 모자와 장갑을 챙겨 내가 종종 야생 염소를 발견했던 곳까지 호수를 지나 돌길을 걷기 시작했다. 거대한 화강암 바위들이 솟아 있고, 풀들이 듬성듬성 있는 곳 옆에는 609미터 깊이의 협곡이 있는 위험한 곳이었다.

***

커다란 화강암 옆에 자리를 잡자 높은 고도에 익숙하지 않고 운동도 부족한 이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힘들어했다.

“우리가 왜 이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오기로 했는지 다시 한번 설명해 주시겠어요?” 일행 하나가 농담 어린 불만을 던졌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주님의 말씀을 받을 수 있는 곳에 가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내가 대답했다.

거친 숨이 점차 잦아들자 주변의 경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고 있는데 큰 야생 염소가 깡충깡충 뛰는 새끼들을 거느리고 멋지게 등장했다. 우리가 거기 있는 것을 알면서도 어미 염소는 우리가 있는 화강암 옆의 풀이 많은 곳으로 새끼들을 이끌면서 우리 주변에서 두려움 없이 걸어 다녔다. 새끼들도 우리를 보았지만 엄마처럼 우리를 무시하고 야생화를 맛있게 뜯어 먹었다. 

세르주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야생 동물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에요.”

“저도요.” 다른 이들도 합창하듯 말했다.

“우리 안전한 거죠?” “말해도 돼요?” “우리를 물면 어떻게 하죠?” 그리고 언덕은 잠잠해졌다. 야생 염소들이 풀 뜯는 소리만이 정적을 깨웠다.

“만복 근원 주 하나님 천하 사람 모두 찬송.”

누가 처음 노래를 시작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노래는 분명히 기억난다. 송영 찬미가 입에서 저절로 흘러나왔다. 음도 정확했다. 독창은 곧 4중창이 되었고 우리는 산꼭대기에서 남성 사중창단이 되었다.

이어 ‘자비로운 주 하나님’,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저 장미꽃 위에 이슬’ 등 안식일학교, 교회, 가족 예배에서 불렀던 찬미를 생각나는 대로 모두 불렀다. 테너, 베이스, 바리톤, 멜로디에다 다른 파트도 덧붙여 찬양하였다. 화음이 맞지 않을 때는 끔찍하게 들렸을 수도 있었지만 염소들은 우리의 찬양을 정말 좋아하는 듯했다. 엄마 염소는 고개를 젖혀 새끼들에게 잘 들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새끼 염소들은 엄마의 말을 무시하고 화강암 주변에서 꼬리 잡기를 하며 놀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찬양이 바닥날 때까지.

“더 이상 기억나는 찬양이 없네요.” 세르주가 가장 먼저 포기한 것으로 기억된다.

우리가 찬양을 멈추자 새끼 염소들이 엄마 곁으로 뛰어가 눕더니 우리를 쳐다보았다. 마치 다음으로 우리가 보여 줄 것이 무엇인지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엄마는 새끼들을 쳐다보지 않고 계속 우리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언덕에 있는 이곳 교회에 와서 우리를 위해 아름다운 찬양을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물론 말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염소의 눈길에서, 귀를 쫑긋 세우는 모습에서 그리고 “음매애~”라고 소리 내는 그 톤을 들으니 우리에게 그렇게 말하는 듯 보였다. 찬양이 너무 아름다웠다고 우리가 와 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자신의 새끼들에게 다정한 눈길을 보낸 데 반가워하며 창조주와 함께 이 예배의 시간에 만난 것을 기뻐하는 듯이 보였다. 

음이 틀렸는데 친절하게 들어 주고 받아 준 엄마 염소에게 우리도 감사했다.

우리가 느끼기에 엄마 염소는 웃으며 새끼들과 함께 협곡 아래 절벽을 따라 걸어 내려가는 듯했다.

그러다가 새끼 둘을 옆에 두고 조용히 멈춰 서서 우리에게 분명한 소리로 “매애, 매애애애”하고 말하더니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 

우리는 오랫동안 조용히 그곳에 앉아 있었다.

“시편 98편을 기억해 보세요.” 우리 중 한 명이 속삭였다. “큰 물들은 손뼉을 치며 산들은 함께 기뻐하며 야생 염소도 하나님을 찬양하되! 다윗왕이 오늘 여기 있었다면 시편 98편에 ‘야생 염소도 하나님을 찬양하되’라는 시구가 더해졌을 거예요.”

우리는 산장으로 돌아왔고 완벽한 마케팅 계획을 세우는 데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딕 더크슨 목사이자 이야기꾼으로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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