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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해이해진 일상에서 헤어질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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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사미디어 등록일 202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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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져든다. 점점 더 빠져든다. 손바닥만 하고, 반짝거리며, 셀 수 없이 움직이는 눈동자를 사로잡은 그 작은 물체에 빠져든다. 목이 굽어지고 팔목이 저리다. 어깨가 오그라들어도 그 작은 물체를 손에서 놓을 수 없다. 사랑하는 이와의 대화가 끊어지고, 계절의 아름다운 변화를 무시하게 되며, 아기의 웃음소리도 소홀하게 만든 그 작은 물체를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


스마트폰’은 생활 속 소품의 경계를 넘어 삶의 일부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지루하고 메마른 날들이 연속된다. 무의미한 시간으로 삶을 채우고 무기력한 의지가 내 삶을 지배한다. 손가락 하나 까딱거리는 것조차 숨이 찬다. 


특히 8월의 여름은 더 그렇다. 후끈한 요즘 날씨에 문밖 세상은 위험하다는 몸의 신호가 울린다. ‘더욱이 열대야로 요 며칠 잠도 설쳤고 야근 때문에 몸이 피곤하지 않은가? 이럴 때는 시원한 실내에서 스마트폰으로 지친 내 영혼을 달래야지.’ 마음의 소리에 몸은 그렇게 반응한다. 그리고 신체의 일부가 된 스마트폰에 당연하듯 내 영혼을 맡긴다. 요즘 현대인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각자 차이는 있지만 이렇게 살아간다. 사실 요즘 나의 모습이다. 완벽하다. 내가 시원한 에어컨 아래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유가 너무 확실하지 않은가! 무기력해 보이고 이렇게 생활해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이 없지 않은가? 요즘 보통 사람들의 평균적인 삶의 모습이 아닌가? 


이런 나에게 산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준다. 바로 ‘헤어질 결심’을 하게 해 준다. 산은 늘어난 고무줄처럼 해이해진 일상에서 헤어질 결심을 하게 해 준다. 알맞은 크기의 배낭을 준비하고 산행 시간에 맞춰 적당한 간식과 물을 챙긴다. 기온에 맞는 복장과 장비를 준비하면서 탄력 잃은 일상에 탄성을 부여한다. 산은 고개를 숙이며 손바닥 위에 놓인 작은 물건을 보며 실없이 히죽거리는 삶에서 헤어질 결심을 하게 해 준다. 작은 화면에서 사람을 만나고, 책을 보며, 한번도 가 보지 못한 신비의 장소로 모험을 떠난다. 그러나 산은 직접 눈으로 보게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좁은지…산은 직접 피부로 느끼게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답답했는지…산은 직접 귀로 듣게 한다. 우리가 얼마나 소음 속에 살았는지…산은 직접 맛보게 한다. 우리가 얼마나 죽을 맛으로 아옹다옹하며 사는지…산은 직접 몸으로 체험하게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 말고도 아름다운 세상이 얼마나 많은지…산은 오감(五感)을 행복하게 한다. 아~ 어떻게 그 ‘좋음’을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해이해진 일상에서 헤어질 결심을 하게 해 준 산의 ‘그 좋음’을….


산이 주는 이로움이 어찌 그뿐일까? 산은 ‘음이온 천국’이다. 숱한 나무와 풀들이 내는 엄청난 양의 음이온은 인체에 흡수되어 사람의 뇌의 기능을 조절해 주고 심장과 폐 기능을 좋게 해 준다니 참으로 고맙다. 또 산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Phytoncide)는 사람의 몸에 해로운 균들을 죽이고 심리의 안정과 말초 혈관을 맑게 해 준다니 어찌 거절할 수 있겠는가? 돌과 바위 사이에 흐르는 시냇물 소리, 나뭇잎들이 부딪치는 소리, 새들의 합창 소리, 나무 사이로 비취는 햇빛과 그늘, 땀을 식혀 줄 시원한 바람은 산이 덤으로 주는 선물이다. 산에 오르기 위해 흘려야 할 땀조차도 산의 선물이다. 산길을 걸을 때 심장은 요동치고 몸에 열이 나고 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다. 평소 같으면 찝찝했던 그 땀이 불어오는 산바람에 3쾌(상쾌, 유쾌, 통쾌)를 느끼게 해 준다. 아! 어떻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산이 준 ‘그 좋음’을….


8월의 산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물이 풍년이니 산행 후 뜨거워진 몸을 계곡물에 담가 보라. 땀에 젖고 달아오른 몸을 안전한 물웅덩이에 담가 보라. 무릉 계곡이 따로 없다. 돗자리를 깔고 가족들과 함께 담소를 즐겨 보라. 고급 카페가 부럽지 않다. 대야산 용추 계곡, 방태산 아침가리 계곡, 수락산 청학동 계곡, 칠보산 쌍곡 계곡, 유명산 유명 계곡 등은 여름에 추천할 만한 산이지만 소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전국 곳곳에 널린 것이 산이다. 산림청에서 산이라고 불려지는 산만 해도 4,440개라고 하니 여름 산이라고 특별히 소개할 것도 없다. 그냥 가까운 산에 가 보시라! 뜨거운 대한민국의 8월엔 산이 정답이다. 


어느새 산이 주는 행복 호르몬(베타 엔도르핀)에 몸과 마음이 즐거워진다. 아이들의 눈은 어느새 꽃을 향하고, 나무를 향하고, 하늘을 향한다. 직장에서의 상처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섭섭했던 감정은 사라지고, 우울한 감정도 어느새 건강한 미소로 변한다. 달라진 ‘내’가 되어 산에서 내려온다. 


“우리가 정복하는 것은 산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에드먼드 힐러리, 1919~2008, 뉴질랜드의 산악인이자 탐험가). 비로소 깨닫게 된다. 올랐던 산은 산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음을…. 



​이태호 ​한국청소년다사랑봉사회 대표 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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