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사채널

많은 사람이 사도행전 20장 7절을 초기 기독교인들이 일요일을 예배일로 지켰다는 성경적 증거로 사용해 왔다. 이들은 “그 주간의 첫날”(개역개정) 혹은 “안식 후 첫날”(개역한글)을 일요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 구절에 묘사되고 있는 모임의 성격을 살펴보면 예배를 위한 모임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떡을 떼려 하여 모였더니” 

- 초기 기독교인들에게 떡을 떼기 위한 모임은 예배를 위해 어떤 특별한 날과 장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일이었다. 즉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의 저자인 누가가 사용하는 ‘떡을 떼다’라는 말은 일반적인 식사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예를 들어 목요일 저녁에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떡을…떼어” 먹었고(눅 22:19), 예루살렘 교인들은 날마다 “떡을 떼며”(행 2:42, 46) 지냈고, 바울도 배가 난파하기 직전에 “떡을…떼어 먹었”다(행 27:34~36). 

“이튿날 떠나고자 하여” 

- 바울을 포함하여 드로아 사람들이 식사를 위하여 모인 이유는 바울이 “이튿날 떠나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즉 예루살렘으로 여행을 계속하려는 바울을 위한 송별 식사였음이 분명하다. 이 식사 자리에서 바울은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를 드로아의 신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에게 권면과 용기를 주었다. 바울의 “말은 밤중까지 계속”되었다는 것으로 보아 그들의 식사 모임은 저녁에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바울이…그들에게 강론할새”

- 이것은 모임의 성격을 분명하게 말해 준다. ‘강론하다’에 해당하는 헬라어(디알레고마이)의 의미를 보면 바울은 드로아 사람들에게 ‘설교’를 한 것이 아니라 그들과 ‘대화’ 곧 토론을 나누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유두고를 살린 이후에도 “바울은…떡을 떼어 먹고 오랫동안 곧 날이 새기까지 이야기하고”(11절) 떠났다. 

“그 주간의 첫날” 

- 누가는 이 사건이 벌어진 시간을 기록했다. “그 주간의 첫날” 혹은 “안식 후 첫날”은 문자적으로 “안식일로부터 첫 번째”이다. 오늘날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대로 말한다면 이 사건은 ‘일요일’에 일어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누가가 사용하고 있는 시간 계산 방법을 살펴보아야 한다. 먼저 로마식 계산 방법에 따르면 일요일 저녁 시간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요한복음 20장 19절에서 “안식 후 첫날 저녁”은 분명히 일요일 저녁 시간을 말한다. 하지만 누가는 여기서 저녁부터 저녁까지를 하루(창 1:15; 눅 23:54)로 간주하는 유대식 계산 방법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토요일 저녁 시간을 말한다.

위의 분석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예루살렘으로 향하던 바울은 드로아에서 안식일을 보냈다. 그런 다음 일요일 아침에 여정을 지속할 참이었다. 급하게 떠나야 하는 바울을 위한 송별 식사가 토요일 저녁에 있었다. 모임은 이런저런 이야기로 길어져 밤중까지 계속되었다. 그러는 사이 유두고라는 청년이 창에서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모임은 유두고 사건 이후에도 오랫동안 지속되어 곧 날이 새기까지 이어졌다. 바울은 일요일 아침 해가 돋은 후에야 드로아를 떠났다. 

결론적으로 본 구절은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일요일을 예배일로 지켰다는 성경적 증거가 될 수 없다. 바울의 임박한 출발(일요일 아침)은 사랑 어린 송별 식사(토요일 저녁)로 드로아 교회를 연합시켰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일요일 예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 ​지상훈 ​신학박사, 토론토교회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