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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민한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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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사미디어 등록일 202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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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예민해?
오늘날 이 세상 거의 모든 사람은 매우 바쁘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고, 하루 24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예전보다 더 많은 일들을 처리해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심신은 피곤하며 하루하루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매일 우리 삶을 파고드는 과도한 자극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혹여라도 실수하지 않으려고 예민하게 반응하며 순간순간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기에 예민하게 반응하는데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구느냐?”며 핀잔을 주기 일쑤다. 간혹 “참 예민하시네요!”라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치 않다. 많은 사람에게 있어서 ‘예민하다’라는 말은 누구나 듣기에 꺼려 할 만한 부정적인 표현임에 틀림없다. 가령 어떤 아이에 대해 ‘예민하다’고 말할 때는 그 아이가 ‘겁이 많거나 소심한 아이’ 혹은 ‘나약한 아이’라는 뜻으로 말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신중한 아이’ 또는 ‘예열할 시간이 필요한 아이’로 바라보는 시각이 더 바람직하다. 일반적으로 ‘낮은 감각의 역치를 가진 사람’을 예민한 사람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시각, 후각, 청각, 촉각과 같은 감각을 통해 받아들이는 정보에 예민한 사람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사람들로 붐비는 장소에서 쉽게 피곤함을 느낀다. 또한 시끄러운 소리를 매우 불편하게 여기며, 밝은 빛과 같은 자극을 싫어한다. 온도 변화에도 민감해서 쉽게 더위를 느끼거나 추위를 탄다. 또한 배가 고프면 쉽게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기도 한다. 이처럼 ‘예민성’은 사람들의 생각 속에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강릉 손칼국수
나는 나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때 대체로 예민하지 않은 편이다. 특히 입맛이 그렇다. 음식을 맛보는 일에는 아주 둔감하다. 한번은 아내가 “강릉에 가면 정말 맛있는 손칼국수 집이 있으니 꼭 그 맛집에서 손칼국수를 먹고 싶다.” 말한 적이 있다. “서울에도 손칼국수 잘하는 집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강릉까지 가서 먹어야겠느냐?”며 핀잔을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 아내와 함께 강릉에 다녀올 일이 있어서 아내에게 “언젠가 당신이 강릉에 있는 손칼국수 맛집을 가자고 했지? 오늘 거기 가자!”라며 인심 쓰듯 말을 건넸다. 아내는 매우 밝은 목소리로 “좋아!”라며 맛집의 위치를 검색했다. 차를 운전해서 그 식당을 향해 갔는데 도착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고, 식당 근처에는 주차장도 없어서 차를 세워 둘 곳이 없었다. 나는 눈치도 없이 “여보! 손칼국수가 다 같은 손칼국수지, 근처의 다른 손칼국수 집을 검색해서 그리로 가자!”고 말했다. 그랬더니 아내가 입술을 삐죽이 내밀며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서 먹자!”며 졸라 댔다. 하는 수 없이 식당에서부터 좀 멀리 떨어진 곳에 차를 주차하고 긴 줄 끝으로 가 서서 기다렸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나도 모르게 입술을 삐죽이면서 아내에게 몇 번이나 투덜댔는지 모르겠다. 한 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드디어 식당에 들어서니 허름한 한옥을 식당으로 개조한 데다 마당 한가운데는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게다가 메뉴라고는 손칼국수 한 가지뿐이었다. 음식을 주문하고 난 뒤에도 한참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손칼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음식을 맛보는 일에 꽤나 둔감한 편인 나였지만 줄 서서 기다린 끝에 먹은 음식이어서 그랬는지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손칼국수 한 그릇을 뚝딱 먹어 치웠다. 아내의 까다로운(?) 입맛 덕분에 예전에 미처 맛보지 못했던 음식 맛에 마치 새로운 맛의 세상을 경험한 듯했다. 아내의 예민하고 섬세한 미각이 나의 둔감한 입맛을 한순간에 일깨워 준 것이다.


예민한 사람은 말이야
예민한 사람은 예민하지 못한 사람이 알아채지 못하는 것을 알아채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예민한 사람을 달리 표현하면 <섬세한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의 필요를 빨리 알아채기도 하고, 곤경에 처한 사람들이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잘 공감하며 소통하는 특징이 있다. 미국 예일 대학교 에이미 브제스니브스키(Amy Wrzesniewski) 교수는 무엇이 일을 의미 있게 만드는지 알아보기 위해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직업 가운데 하나인 병원 미화원들을 만나기로 했다. 그녀는 그들이 더러운 것들을 청소하고 사람들이 하찮게 여기는 일들을 하기 때문에 자기 일에 감사와 만족을 모를 줄로 알았다. 실제로 그녀는 불평하는 미화원들을 많이 만났지만 예외도 있었다. 몇몇 미화원은 자신의 직업에 대해 열정적으로 말했다. 그들은 스스로를 병원의 홍보대사로 심지어 환자들의 증세가 호전될 수 있도록 병원 구석구석을 소독하는 치료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들은 일을 즐길 뿐 아니라 자기가 하는 일에 성취감을 느꼈다. 이러한 모습에 흥미를 느낀 브제스니브스키는 그들을 따라다니며 무엇이 차이를 만드는지 알아봤다. 그녀는 차이를 보이는 미화원들이 다른 미화원들과 같은 일을 하지만 의미 있는 다른 일을 추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부 미화원은 면회객이 없는 환자에게 다가가 자기의 시간을 할애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환자의 건강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청소 화학 물질이 환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본 직원도 있었다. 한 직원은 환자의 뇌를 자극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중환자실 병동에 걸린 그림의 위치를 바꿔 보기도 했다. 이 모든 일은 업무 외적인 것들이었다. 이러한 노력은 그들의 일이 왜 중요한지, 미화원들이 어떻게 환자들의 회복과 편의를 위해 전심을 다해 일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었다(출처: 『예민함의 힘』, 21세기북스 참조). 섬세한 사람, 예민한 사람들은 평범한 일도 의미 있는 일로 바꾸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 예민한 사람은 신중하며, 타인의 감정에 잘 공감한다. 그들은 항상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준비가 되어 있으며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다.



단번에 알아채는 예민한 감각

예수님도 매우 예민한 분이셨다. 회당장 야이로의 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사람과 이동하며 걷는 중에 열두 해 동안 혈루증을 앓던 여인이 “예수의 소문을 듣고 무리 가운데 섞여 뒤로 와서 그의 옷에 손을 대니 이는 내가 그의 옷에만 손을 대어도 (내 병이 나으리라)(마가복음 5장 26, 27절)며 군중을 헤집고 예수께서 지나가시는 행렬을 따라갔다. 뒤이어 가까스로 그녀가 예수의 옷자락을 만지자 예수께서는 가던 걸음을 멈추시고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마가복음 5장 30절) 물으셨다. 그분은 가련한 여인의 간절한 믿음의 일촉(一觸)을 간과하지 않으셨고 그녀의 병을 고쳐 주셨다. 여리고성으로 들어가실 때에도 키가 작은 삭개오가 예수를 만나기 위해 뽕나무 위에 올라간 것을 아시고, 그 아래를 지나가실 때 잠시 발걸음을 멈춰 서서 뽕나무에 오른 삭개오와 대화를 나누셨다. 예수께서는 그의 간절한 바람을 아시고 “삭개오야 속히 내려오라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 하겠다”(누가복음 19장 5절)라 말씀하시며 그의 집에 구원이 이르렀음을 선포하셨다. 예수께서는 그분을 찾는 자들의 작은 필요를 민감하게 알아채셨으며, 그들의 소원을 이루어 주셨다. 우리 주변에 있는 우리의 작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의 필요를 무심히 지나치지 않도록 하자. 그들의 필요를 단번에 알아채는 예민한 감각을 가져서 우리 주변에 더 이상 외롭거나 소외된 사람이 없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보자!



​박재만 ​시조사 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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