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칼이 된 청소년의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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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Sex) 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성(性)에 대한 강의를 시작하면서 ‘성(性)’ 하면 떠오르는 생각을 말해 보라고 하면 학생들은 거침없이 “섹스, 자위, 애무, 키스, 야동…” 등과 같은 노골적이고 선정적인 말들을 쏟아 낸다. 아마 학생들은 ‘성(性)’ 하면 반사적으로 성행위를 떠올리고, 그 ‘성(性)’은 재미있게 가지고 놀다가 싫증 나면 버리고 새것으로 살 수 있는 물건쯤으로 여긴 것 같다. 이들의 부모 세대인 중년 부부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면 ‘남사스럽게 무슨 그런 질문을 공개적으로 하느냐?’며 얼굴을 붉히거나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나의 눈을 피한다.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말이 있듯이 부모 세대는 성에 대한 담론 자체를 불편해하고 꺼리는 분위기 속에서 성장했다. 그러나 요즘은 초고속 인터넷망을 통해 노골적이고 변태적인 음란물과 포르노가 빛의 속도로 집 안 구석구석까지 들어와 있다. 한창 호기심이 많은 청소년이 각종 퇴폐적인 정보에 너무 쉽게 노출되어 있다. 그 결과 ‘성(性)’은 자신의 욕구 만족을 위한 재미있는 놀이나 가벼운 오락처럼 즐겨도 된다는 잘못된 성 윤리가 만연해졌다. 그렇다고 인터넷을 차단할 수도 없고, 유해한 사이트로부터 자녀를 보호하는 것도 한계를 느끼며 부모들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부모는 어떻게 자녀들이 성(性)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자녀들의 ‘성(性)’
“이제는 다운 안 받고 스트리밍으로 봐요. …페북 같은 데 그게 엄청나게 올라오거든요. 그거 보면 장난 아니에요. 핸드폰은 항상 내가 가지고 있으니까 부모님은 아무것도 몰라요.”
“컴퓨터 검색하다가 그런 사이트 같은 데 나도 모르게 클릭을 하다 보니 계속 보고, 공부하려고 하면 그 생각이 먼저 떠올라서 자꾸 보게 돼요.” 클릭 한 번으로 수많은 웹툰과 유튜브의 미디어들이 또 다른 왜곡된 방법들과 합세해서 청소년들을 굶주린 사자처럼 맹공격하고 있다.
2022년 초등학생은 94.0%, 중학생은 99.2%, 고등학생은 99.3%, 대학생은 100%가 인스턴트 메신저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통계청, 2023.). 이를 통해 각종 음란물 동영상이 무차별적으로 공급된다. 최초 성관계를 갖는 청소년 연령은 13.1세로 낮아졌고 청소년기에 성관계를 경험하는 비율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청소년 건강 행태 온라인 조사, 2016.). 그 결과 청소년 임신, 낙태, 출산, 영아 유기, 영아 살해, 성희롱, 성폭력, 성매매, 학업 중단, 미혼모, 우울증, 자살, 트라우마 등 실제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오늘날 청소년의 성 문화가 얼마나 어두운 방향으로 기울고 있는가 하는 것은 새삼 재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럭비공처럼 튀는 청소년기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청소년기가 아동기와 뚜렷하게 구별되는 특징 중 하나는 신체적으로 성호르몬 분비 및 2차 성징 등 성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점이다. 따라서 청소년기에는 성인과 같은 생식 능력을 갖게 될 뿐 아니라 성과 관련하여 성인의 역할이 가능한 시기다. 결과적으로 청소년들이 성적 관심과 성적 욕구가 증대되는 것은 성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해지는 청소년기의 자연스런 현상이므로 그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없다.
또한 청소년기는 부모에게 의존적인 아동기에서 벗어나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는 시기다. 청소년기의 성은 성적 욕구 충족과 애정적 욕구의 표현이며 가족과 분리되고 대인 관계를 확장하며 아동기의 역할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삶을 살기 위한 준비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시기의 뇌 특히 합리적이고 이성적 판단을 하는 전두엽의 발달은 아직 미성숙하다. 스스로를 통제하고 인내하며 미래의 만족을 기대하고 절제하는 자기 조절 능력을 주관하는 전두엽은 24~26세가 되어야 완성이 되기에 아직은 불균형한 성장의 연속선상에 있다. 미완성의 존재인 청소년들에게 건강하지 못한 음란물의 접촉은 중독을 유발하고 건전한 정서와 올바른 가치관을 파괴하며, 일탈의 원인을 제공하는 유해 환경으로 작용한다. 더불어 선정적인 자극의 노출은 왜곡된 성 문화를 가지게 되어 성인이 된 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성(性)은 누구 작품?
하나님께서는 자신이 성을 창조했다(창 1:26~31)고 선언하셨다.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하나님의 모양대로 남자와 여자, 즉 성(性)을 창조하신 것이다. 이 세상에 어떤 종교도 성(性)을 창조했다는 선언을 하지 않는다. 하나님께서는 인간 창조를 마치신 후에 ‘보시기에 심히 좋았다’고 하셨다. 성(性)적 존재인 인간 창조야말로 하나님의 천지 창조의 절정이요, 창조의 완성이었다. 하나님이 사람에게 처음으로 하신 명령은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창1:28)는 말씀이었다. 남성과 여성이 혼인으로 연합하여 이룬 가정을 통해 생육하고 번성하도록 하셨다.
건강하고 올바른 성(性)에 대한 가치관이 형성되는 최초의 장소는 우리의 가정이다. 가정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으로 시작되었고, 그 사랑의 열매로 자녀가 태어났으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남편이며 아버지로서 한 남성이 보여 주는 든든함과 헌신 그리고 아내이며 어머니로서의 한 여성이 보여 주는 따듯함과 사랑을 통해서 자녀들은 자신의 성(性)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게 되며 올바른 성 역할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익히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부부가 주고받는 따듯한 대화와 더불어 사랑의 눈맞춤과 포옹은 자녀에게 소중한 성교육이 되고 평생동안 간직할 아름다운 사진이 된다. 그 가정에서 성장한 자녀들은 대중 매체가 보여 주는 선정적이고 왜곡된 성을 판별할 수 있는 식별력(미디어 리터러시)을 가지게 될 것이다.
- 안재순 삼육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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