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신띠엔교회 고은진 PCM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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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가을도 끝자락이다. 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나라 안팎으로, 교회와 가정에도 그리고 개인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을 터, 고은진 양도 그렇다. 그는 올해 ‘재림 청년’이라는 이름에 ‘PCM 선교사’라는 명찰을 하나 더 달았다. 대만 신띠엔교회에서 봉사한 그에게 2024년은 태어나 처음이자 다시는 겪지 못할 여러 경험과 감정으로 가득 채운 해로 기억될 듯하다.
‘나의’ 하나님 소개하고 싶어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두 삼육학교를 다녔어요. 1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삼육교육을 받았지만 막상 사회에 나와 보니 제가 믿는 하나님조차 잘 설명하지 못하겠더라고요. ‘나의 신앙’과 ‘내가 만난 하나님’을 자신 있게 소개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내가 느꼈던 그분의 사랑을 아직 진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전해 주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미래의 계획과 꿈을 잠시 뒤로 미루고 PCM 선교사에 지원한 이유이다. 그래서인지 하나님 안에, 교회 안에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따스함을 현지 청년들에게 전하는 일에 사역의 초점을 맞췄다. 1년 남짓한 짧은 기간이지만 대만 청년들이 교회에서 느꼈던 하나님의 사랑을 영원히 가슴속에 담아 두길 바랐다. 힘든 일을 겪거나 어려울 때 교회를 떠올릴 수 있기를 또 이를 통해 본인의 하나님을 만나는 경험을 하기를 기도했다.
배우는 시간이기도…
그런데 타인을 향했던 마음은 놀랍게도 자신에게 축복으로 다가왔다. PCM 사역을 통해 스스로가 아닌 하나님께 의지하는 방법을 배웠다. 하나님보다 자신을 더 믿었던 그래서 겸손하지 못했던 자아를 거울처럼 마주했다. 인간적인 욕심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미약한 존재임을 깨달았다. 함께해 주시는 주님께 더욱 감사할 수 있었고, 하나님의 때에 그분이 일하실 것을 확신하며 기다릴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배웠다.
이런 경험이 쌓여 앞으로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십자가 앞에 겸손히 무릎 꿇고 기도할 수 있게 됐다. 이 활동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신앙의 유익이다.
어쩌면 이제 그의 삶은 PCM 선교사 사역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 같다. 신앙의 깊이나 인생관이 확연히 달라졌다. 다른 사람의 행복과 기쁨에 공감하고 동참하는 것이 얼마나 큰 보람인지 확실히 알게 됐다. 가끔 사역이 버거울 때도 있었지만 자신의 헌신을 통해 즐거워하는 청년들의 모습에 동력을 얻고, 덩달아 행복해지는 시간이었다.
돌이켜 보면 삶의 발자국마다 그림자처럼 동행하셨던 하나님께서 이 시기에 꼭 알맞게 ‘선교사’로 옷 입혀 부르셨다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 다녔고 삼육학교 안에서 공부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부모님의 하나님 혹은 학교에서 배우는 하나님에 그쳤다. 개인의 하나님을 만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하지만 선교지에서 만난 하나님은 지식적이거나 교육적인 하나님이 아니었다. 언제나 곁에 계신 하나님이었다. PCM 선교사는 이 신앙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깨닫게 되는 기회였다.
“아마 이전의 저였다면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혼자 힘으로 이겨 내려 고집 피우거나 하나님을 찾는 사람이 아닌, 가장 먼저 하나님을 놓아 버리는 사람이 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남아 있는 하나님의 따스한 느낌이 또 제 마음속에서 일하시는 성령님이 저를 이곳으로 인도해 주신 것 같아요.”
“왜 지원했는데?”
사역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역시 자신에게로 눈을 돌렸다.
“인간의 눈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이 친구는 하나님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겠다.’ ‘어쩌면 하나님을 믿지 않을 수도 있겠다.’라는 저의 판단으로 지레짐작한 한 청년이 있었어요. 그 친구가 신앙과 하나님에 관해 관심을 보이기를 정말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그에게 ‘선교사에 왜 지원했느냐?’라고 물었다. 어설픈 중국어로 매우 행복하게 그리고 열심히 자신이 만난 하나님을 설명했다. 친구가 신앙에 대해 먼저 질문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의 마음속에 성령께서 여전히 일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는 날이어서 의미가 깊었다.
우리 모두 하나님의 소중한 자녀
그렇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재림 청년에게 세계 선교 활동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자신 역시 무한 경쟁과 불확실의 시대에 놓인 동년배로서 이 사역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그는 세대의 특성 안에서 답을 찾았다.
고은진 선교사는 “요즘 청년들은 극심한 경쟁 속에서 하나님을 의지하기보다 스스로를 지키는 데 빠지기 쉬운 것 같다.”고 진단하면서 “하지만 그런 생각이 오히려 자신을 더 외롭고 힘들게 할 때가 있고, 주변 환경에 쉽사리 상처받는 사람으로 만들어 가기도 한다.”라고 지적했다.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한 명의 청년으로서 다른 이들에게 하나님께 의지하는 방법을 알려 주고 싶은 그의 마음이 다가왔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소중한 피조물임을 알고 올바르게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전하는 일은 너무 중요하고 꼭 필요한 일인 것 같다는 말에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는 또래의 다른 청년들에게 PCM 선교사를 추천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이 사역을 통해 얻는 경험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본인의 신앙을 지키고, 재림 청년으로 살아가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같은 청년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에게 하나님을 소개하는 경험 또 그들과 신앙에 대한 고민을 나눠 보는 시간은 정말 뜻깊은 1년을 만들어 주는 것 같다고 했다.
“대만 친구들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는 본인만의 하나님을 만난 경험을 많이 정리해 두면 좋을 것 같아요. ‘사역지에 와서 생각해야지.’ 하다 보면 바쁘게 몰아치는 일상에 내 경험을 깊이 돌아보고 정리할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거든요.”
이 글을 읽고 앞으로 PCM 선교사를 지원하려는 청년이 있다면 어떤 점을 미리 준비해야 좋을지 묻는 질문에 그가 전한 답이다. 그러고 보면 고은진 선교사는 어쩌면 지금도 본인만의 하나님을 만나고, 동행하며, 그분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 김범태 한국연합회 뉴스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