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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에 대한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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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사미디어 등록일 20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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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는 혼란과 부패가 가득한 세상이 아닌 의와 공의가 실현되는 세상을 꿈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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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가? 세계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암울하다. 3년째에 접어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 1년을 넘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수단 내의 민족 전쟁 등은 세계적인 불안과 혼란을 보여 준다. 이번 여름에 경험한 폭염은 기후 위기의 심각함을 드러내며 전염병의 확산 가능성 역시 높아지고 있어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국내의 정치 상황도 혼란스러워 보인다. 특히 한국의 경우 출산율 감소로 인해 국가의 존속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울리고 있으며 여전히 세계 1위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코로나 사망자보다 더 많은 사람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반대로 일부 사람들은 이러한 사회의 암울한 현실에 눈을 감고 이런 상황에 맞서 싸우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작은 일이 내 삶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자신에게 손해가 없다면 주어진 인생을 즐겁게 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와 비슷한 시대적 어려움을 마주했으나 다른 태도로 살아간 성경 속 여성 한나를 통해 그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한나가 살았던 시대는 사사들이 이스라엘을 지도하고 있던 때였다. 하나님은 사사들을 통해 일하셨지만 이스라엘은 계속해서 불순종의 길에 빠졌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방 민족에게 고통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사기에는 동족 간의 살육만 기록되어 있다. 이는 당시의 섬뜩한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 사사기는 “그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삿 21:25)라는 구절로 끝나는데 이는 당시의 정치적 혼란과 도덕적 타락을 여실히 드러낸다. 당시는 종교 또한 그 기능을 잃어 가고 있었다. 성전의 상황은 혼란스러웠고 악행이 공개적으로 자행되었다. 제사장 엘리는 자신의 아들들을 제지하지 못했고 그의 아들들은 성전에서 제물을 함부로 먹고 여인들을 겁탈했으며 하나님의 이름은 모욕을 당했다(삼상 3장).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사무엘서는 한나와 브닌나를 아내로 둔 엘가나라는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한나에게는 자녀가 없었지만 브닌나에게는 여러 자녀가 있었다. 매년 성전에 올라갈 때마다 브닌나는 자식이 없다는 이유로 한나를 심하게 괴롭혔다. 한나는 남편의 위로조차 큰 위안이 되지 않았다. 엘가나는 자식이 없어 괴로워하는 한나를 위해 기도하지도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지도 않았다. 오랜 기간 자녀가 없음에 괴로워하던 한나의 간절한 기도를 들으신 하나님께서 그녀의 태를 여셔서 사무엘을 낳게 하셨다. 한나는 사무엘을 하나님께 바치겠다고 서약했고 때가 되자 성전에 가서 그를 봉헌했다. 이때 하나님께 드린 찬송의 기도가 사무엘상 2장 1~10절의 내용이다.


정치적·종교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사사 시대에 시골 아낙네 한나가 올린 찬양의 기도는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동시에 그녀가 왜 그토록 아들을 원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암시하고 있다. 사무엘상 2장 1절에서 한나는 하나님을 찬양하며 기도를 시작한다. 2~8절까지는 그녀가 경험한 바를 바탕으로 그리고 하나님에 대한 깊은 신앙을 기초로 하나님의 특성과 모습을 열거한다. 9~10절은 기도의 절정으로서 하나님께서 기름 부음을 받은 왕을 통해 세상을 심판하시고 그 왕에게 힘을 주어 그를 세우실 것을 노래한다. 


9~10절의 기도는 단순히 한 여인이 직면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 차원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두 여인 한나와 브닌나의 적대 관계는 세계적인 대쟁투의 관점으로 확대된다. 한나는 시골의 아낙네였으며 불임으로 멸시와 조롱을 받았던 여인이다. 사회적 지위도 내세울 것 없고 고통과 수치 속에 살아가던 여인이 단지 하나님을 찬양하고 감사를 드리는 차원을 넘어 이제는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하나님의 계획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나는 자신이 처한 현실에 갇히지 않고 무시받고 천대받는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세우실 왕을 기대하며 새로운 세상을 꿈꿨다. 이는 한나가 단지 개인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 이상의 비전을 품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


그렇다면 10절에서 말하는 왕은 누구일까? 여호와가 그분의 왕에게 힘을 주신다고 말한 것은 그 왕이 하나님의 성품을 지닌 자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호와의 모습은 어떻게 표현되었는가? 사회의 약자를 일으키며(8절) 악인을 심판하는 분이시다(9절). 따라서 의와 공의로 통치하시는 하나님이 힘을 주실 그분의 왕도 의와 공의를 바탕으로 세상을 통치할 존재여야 한다. 이스라엘의 첫 왕인 사울은 의와 공의를 따라 통치했는가?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후임인 다윗은 어떠했는가? 하나님은 다윗을 ‘그분의 마음에 합한 자’라고 칭하시며(삼상 13:14) 다윗과 영원한 언약을 맺으셨다(삼하 7장). 따라서 한나가 노래한 왕은 다윗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10절에서 언급된 왕은 단지 다윗왕만을 가리킬까? 일차적으로는 다윗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메시아를 가리킨다. 그 이유는 8~10절의 내용이 이스라엘이라는 한 나라에 일어날 사건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뤄질 사건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온 세상은 심판을 받고 악인이 사라지며 대적자들은 깨어질 것이다. 결국 10절에서 말하는 ‘기름 부음을 받은 왕’은 단지 지상의 왕이 아니라 온 세상을 통치할 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10절의 왕을 다윗의 후손으로 오실 메시아 곧 ‘그리스도’로 해석할 수 있다.


당시 한나는 이스라엘 백성의 불순종, 이방 민족의 침입, 왕이 없음으로 인한 혼란스러운 정치적 상황, 제사장들의 타락, 브닌나와의 적대 관계 등으로 인해 암울한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가정에서나 교회에서나 국가적으로 희망을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시골 아낙네 한나가 왕이 없던 시대에 하나님께서 세우실 왕이 보좌에 올라 의와 공의의 원칙대로 통치하는 새로운 세상을 갈망했다는 사실을 그녀의 찬송 기도를 통해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한나는 혼란과 부패가 가득한 세상이 아닌 의와 공의가 실현되는 세상을 꿈꾸었다. 사사 시대의 혼란이 물러가고 평화로운 세상이 오기를 고대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일이 어떻게 이뤄졌을까?


실제로 한나가 낳은 아들 사무엘을 통해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사무엘은 이스라엘의 왕권 제도를 수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그토록 바라던 왕,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인 다윗에게 기름을 부었다. 다윗의 통치로 사사 시대의 혼란은 물러가고 이스라엘은 종교적으로, 정치적으로 전성기를 맞이했다. 또한 다윗의 후손에서 의와 공의의 왕, 평화의 왕이신 예수님이 탄생하셨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잠시나마 의와 공의의 원칙을 실현하셨는데 가난한 자, 병든 자, 소외된 자들에게 복음을 전하시며 평화와 안식을 사람들의 삶 속에 가져오셨다. 그리고 그 동일한 예수님은 이 땅에 다시 오셔서 악인을 심판하시고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주실 것이다. 


따라서 한나가 그토록 아들을 원했던 것은 바로 그 아들을 통해 펼쳐질 새로운 세상을 내다보았기 때문이다. 


한나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태를 주님께 드림으로써 하나님과 동역자가 되어 그 꿈을 실현하고자 했다. 현시대의 혼란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의와 공의가 이뤄지고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세상을 위해 우리는 주님께 무엇을 드릴 수 있을 것인가?



-​ 이충열 ​삼육대학교 신학대학원 신학과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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