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행복,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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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사미디어
등록일 202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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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연세 많으신 분이 이렇게 꼬옥 안아 주시며 사랑을 표현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했던지.
만남과 헤어짐은 많은 깨달음을 가져다준다. 만남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깨닫고 미소와 기쁨을 경험하고, 헤어짐을 통해 성숙을 배우고 인생을 배운다. 우리가 언제 헤어지게 될지를 안다면 우리는 더욱 소중히 사랑하며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 분명하다. 목회자들은 계절이 오는 것처럼 피할 수 없는 만남과 헤어짐의 시간을 경험한다.
6년의 목회를 마치고 마지막 설교의 자리, 만감이 교차한다. 그동안 경험했던 행복과 기쁨 그리고 함께 경험했던 아픔과 눈물들도.
구미에 발령받아 왔을 때 삼육초등학교 선생님 한 분이 전화를 주셨다. “목사님, 저희 아버님이 여러 목사님께 성경 공부도 많이 하고 하셨는데 침례를 안 받으셨어요. 이번 목사님께 꼭 침례를 받고 구원받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시면 좋겠어요.”라고 하셨는데 6년을 교제하고 방문했는데도 별 반응이 없으셨다. 또 다음 목회자에게 부탁드리고 가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고별 설교의 날, 그렇게 미뤄 오시던 88세 어르신이 침례를 받아 기쁨과 감격의 날이 되었고, 오랫동안 교회를 오지 못하셨던 구도자 한 분이 떡을 해 가지고 처음으로 교회를 방문해 주셨다. “이제 더는 목사님 마음 아프게 해 드릴 수가 없어서 이제라도 왔어요. 제가 조금이라도 일찍 왔더라면 더 좋은 말씀들 많이 들었을 텐데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해요. 이제부터라도 열심을 내서 신앙생활 할래요.” 세상에 목회자에게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어디 있을까?
침례를 받으신 그 어르신이 “가시기 전 제가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그동안 사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시면서 나를 꼭 안아 주셨다. 그 연세 많으신 분이 이렇게 꼬옥 안아 주시며 사랑을 표현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했던지.
그 행복했던 안식일 저녁에는 교회에서 저녁 식사와 송별회 시간을 마련해 주셨다. 정성 어린 식사와 한 분 한 분 소중한 인사와 감사의 말들을 나눴다. 유튜브 방송을 듣고 진리를 찾아서 오신 집사님은 이렇게 고백하셨다.“참된 진리 교회에 와서 예수님을 새롭게 만나고 제 삶이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저의 성품이 변화되었습니다. 자아가 죽고 주님이 제 삶의 온전한 주인이 되셨습니다.”
교인 중에는 또 이런 분도 계신다. 나이 85세, 이제 쉬셔야 할 연세인데도 쉴 줄을 모르신다. 오토바이에 리어카를 달고 하루 종일 시내를 누비며 다니신다.
몇 시에 일이 마치느냐고 여쭈어 보니 새벽 2시까지 일하신다고 한다. 이제 연세도 생각하시고 제발 쉬시라고 말씀드리니 자기는 할 일이 있다고 그래서 쉴 수가 없다고 하신다. 도대체 그 연세에 무슨 하실 일이 그리 있으시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이웃에 부모님이 이혼한 아이가 할머니와 함께 사는데 그 딸아이를 손주처럼 뒷바라지해 주고 계시다는 것이다. 아이가 재주가 있어서 이번에 예술고등학교에 들어갔는데 3년 동안 학비와 생활비를 매월 100만 원가량 지원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폐지 가격도 떨어져서 힘들고 어렵지만 예수 정신으로 섬기며 봉사한다고 하셨다. 사랑의 힘이 그분을 젊은 열정으로 살게 하는 것이다.
이사하는 날, 바쁘고 슬프고 힘든 날인데 성도님들의 사랑이 또 나를 감동케 했다. 새로 발령받은 대구 중동교회에 도착해 보니 이삿짐센터에서 오신 분들이 벌써 짐들을 풀어 나르고 계셨다. 중동교회 성도님들이 먼저 와서 반겨 주시고, 이전의 사역지였던 구미교회 성도님들도 따라오셔서 식사 준비를 하고 계셨다.
새로 발령받아 가는 교회, 함께 오셔서 인사를 나누어 주시는 것만 해도 고마운데 세상에나 그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음식을 준비해 오셔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새 밥을, 뜨거운 국을 끓여 주셔서 교회 유년관인데 마치 집에서 식사하는 것처럼 두 교회 교인들이 함께 맛난 식사 잔치를 했다. 평생에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이제껏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을 벌이신 것이다. 마치 엄마처럼 마치 누님처럼 자상하고 따스한 사랑을 베풀어 주신 것이다. 떠나면 이제 정도 마음도 다 떠나보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따라오셔서 넘치는 사랑을 나누어 주시다니 감동 또 감동이었다.
또 다른 감동이 있었다. 식사 중인데 함께 오지 못하셨던 두 여집사님이 택시를 대절해서 타고 오셨다. 그렇게 건강하지도 않으신 분인데 세상에 이런 일이! 아이고, 반갑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불편을 끼쳐 드려 죄송하기도 했다. 베풀고 나누어 주시는 우리 성도님들의 사랑에 행복했다.
세상에서 최고로 행복한 것은 사랑을 나누는 일이다. 생각해 준다는 것, 마음을 써 준다는 것, 위하여 기도해 준다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고상하고 아름다운 마음의 활동이다.
주님의 사랑은 하늘에 있지만 성도들의 가슴에 그 사랑이 있어서 오늘 우리에게 전해진다. 어두운 밤에 별이 반짝이듯 사랑과 배려, 정성, 용서, 관심, 이해 등이 어두운 세상에 별이 되어 우리에게 더 큰 살맛을 누리게 해 준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시고 그의 사랑이 우리 안에 온전히 이루어지느니라”(요일 4:12).
- 변영기 대구 중동교회 담임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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