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연합회장 '조위의 말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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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김범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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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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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으로 거목이 부러지고 큰 바위가 깨어지듯
한국연합회장 신계훈
사람의 천 마디, 만 마디 위로의 말이 아무 힘이 되지 못하는 이 때, 생명이요 부활이신 우리 주님의 부활과 재림의 약속이 졸지에 슬픔을 당하신 유족들과 친지, 성도 여러분께 큰 위로가 되시고 소망이 되시기를 멀리서 큰 슬픔과 충격을 안고 기도드립니다.
연초에 발병소식을 듣고 곧 바로 달려갔을 때, 송구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안타까워하던 그 모습이 이렇듯 생생한데, 태풍으로 거목이 부러지고 큰 바위가 깨어지듯 이렇게 삶을 서둘러 마감하고 우리 곁을 떠나가니 마음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동병상련으로 나도 발병하여 이 곳으로 온 후 종종 소식을 전하며 좋다는 약도 나누며 끝까지 투병하여 다시 한 번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기쁨이 되도록 열심히 투병하자고 했는데, 이렇게 서둘러 떠났구려. 며칠 먼저 귀국한 집사람 편에 내가 쓰는 약 몇 가지도 함께 보냈는데 ...
몸도 마음도 큰 바위같이 우람했던 사람, 박종현 교수, 96년 내가 엉겁결에 대학의 책임을 맡은 후, 너무 떨리고 힘이 없어서, 큰 짐 나누어 질 사람을 찾다가 참으로 기대고 싶어서 찾은 사람, 학생처장 박 교수! 그 탄탄한 어깨와 곧은 발걸음, 굳게 다문 입, 그러면서도 인정이 넘치는 눈길과 수줍음 타는 음성이 좋아서 힘겨운 멍에 함께 메고 돌짝밭 길을 함께 달렸는데, 이렇게 쓰러지다니 ...
2003년 사상초유의 대학 입학정원 역전의 위기를 앞에 두고 속이타서 여하튼 대학의 살길을 찾아보려고 양 대학 정원을 2,000명이나 늘려놓고 학생들의 생활지도, 신앙지도가 자나 깨나 가슴에 눌려, 박 처장에게 온갖 짐을 지워드렸던 자책이 가슴에 사무칩니다. 질수록 무거워지는 그 무거운 짐을 한번도 마다 않고 말없이 지고 간 순박한 황소 같은 사람, 그래서 이렇게 마음이 더욱 아파옵니다. “우리 대학의 성공은 학생수의 증가에 있지 않고 학교 캠퍼스에 편재하는 도덕적 능력에 달렸다”는 선지자의 말씀을 함께 되뇌이며, 안간힘을 다하던 하나님의 사람, 고맙기 그지없는 동역자 박종현 교수!
우리는 종종 칼국수를 함께 나누며, 보람의 열매를 나누며 서로 땀을 닦았었지요. 천재일우의 기회가 주어져 학과증설이 가능해졌을 때, 박 교수는 생활체육학과의 신설을 간청했습니다. 그 때 나는 물론 여러 사람의 우려는 컸습니다. 힘세고 주먹 큰 체육전공 학생들이 학교의 통제를 벗어날 때 발생하는 다른 대학들의 여러 어려움을 언제나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몇 번이나 개인적으로 약속하고 공적으로 다짐한 끝에 가까스로 태어난 우리대학 늦둥이 생활체육학과, 그것은 모름지기 박 교수의 해산의 고통이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안식일이면, 어엿한 정장차림으로 두드러지게 경건한 모습으로 예배하며 수침을 비롯하여 학교의 영적 분위기를 주도하는 체육학과 학생들을 바라보노라면 박 교수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가슴이 벅차왔습니다. 당신은 그 약속을 생명이 다할 때 까지 몸을 바쳐 지켜주었습니다. 당신의 그 진통이, 그토록 감싸주던 동료 교수들과 자랑스러운 학생들에 의해 학과의 넋으로, 대학의 전통으로 이어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사랑하는 동역자, 박 교수, 당신은 헛되이 살지 않았습니다. 헛되이 죽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굳게 다문 입은 다시 말하지 않아도 당신의 살아온 삶이 더 큰 소리로 말하고 있습니다.
변변한 집 한 채 마련 못한 당신의 소원이 성취되고, 학교의 소원이 마침내 이루어져 우람한 체육관이 세워졌을 때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던 당신의 순진하리만치 솔직했던 모습이 떠올라, 이렇게 가슴이 패입니다. 갈고 닦고 쓰다듬으며 집 드나들 듯 하던 그 체육관, 그 한 가운데 말없이 누어있는 당신을 생각하며 눈물이 흐릅니다. 병상에 누워서도 학과와 학생 걱정하던 당신이 억지로 감았을 눈이 이렇게 눈에 선합니다.
사랑하는 교수, 교직원, 그리고 학생, 여러분, 꿈이 컸던 큰 나무, 박 교수의 꿈을 부디 마저 이루어 주십시오. 그리고 하나님을 위하여, 대학과 교회를 위하여, 학생들을 위하여 해야 할 사명을 바윗돌처럼 무겁게 부둥켜안았던 큰 바위 박 교수의 사명을 끝내 이루어 주십시오.
사랑하는 아우와도 같았던 박 교수를 마지막 떠나보내는 자리 한없이 많은 말을 줄이며 ...
“여호와께서 그 사랑하는 자에게 단잠을 주신다” 하셨으니, 이제는 아픔 잊고 걱정 잊고, 불안 벗고서 주님께서 마련하신 침상에서 편히 쉬세요. 주님 안에 있으면 죽는 것이 죽는 것이 아니니까 좀 더 일찍 저녁 잠자리에 들었다가 부활의 아침 점호 나팔이 울릴 때 벌떡 일어나 다시 만납시다.
이제는 홀로 사셔야 할 사모님, 믿음 안에서 소망가지고 자녀들 바라보며 굳세게 사세요.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던 아들, 따님, 끝까지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자녀로, 믿음 안에서 성실히 살아가세요.
그리고 슬픔으로 가득 찬 가족, 친지, 학생, 조객 여러분, 임박한 주님의 재림, 확실한 소망가지고 끝까지 하나님 사랑하시고, 몸 되신 교회, 학교 몸 바쳐 힘껏 섬겨 주세요. 그래야 삶의 참 뜻이 있고 살아갈 가치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박 교수, 안녕히 가세요. 그리고 부활의 아침, 이 사랑하는 가족들과 그리운 친구, 친지, 동료들과 학생들과 꼭 다시 만나십시다.
이 큰 슬픔에 참여해 주신 조객 여러분, 영원한 기쁨에도 동참을 약속해 주십시오. 다시 한번 하나님의 다함이 없으신 위로가 넘치시기를 병상에 엎드려 기도드립니다.
2003년 9월 로마린다에서 투병중인 신계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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