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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사’ 피해지역, 목회자 힘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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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김범태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02.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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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지역 찾아다니며 복구에 혼신
강릉지역 목회자들은 태풍피해 발생 이후 계속해서 성도들의 안전과 상황을 체크하며 복구에 노력하고 있다. 강릉동부교회 허상영 목사가 복구작업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폭우는 마치 양동이로 퍼붓듯 한치 앞도 분간하기 힘들만큼 세차게 내리쳤다. 수십년은 족히 되었을 마을의 ‘터줏대감’ 고목나무는 폭풍우에 힘없이 쓰러져 버렸다. 나무는 인근의 이씨 할머니집을 덮쳐 3층집이 폭삭 주저앉았다. 마을 앞 다리는 밀려드는 물줄기에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끊어져 버렸다. 어느새 도로는 물에 젖은 종이 찢어지듯 무너져 내리고, 곳곳에서 산사태로 아우성 이었다.

요란한 대피방송에 불안해하던 교인들은 계속 “대피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물어왔다. 일단 그들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그나마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마저 끊겨져 버렸다. 휴대폰도 곳곳의 기지국이 쓰러지면서 먹통이 되고 말았다.

칠흙같은 어둠 속에 맹렬하게 몰아치는 비바람을 뚫고 남대천가로 나가보았다. 아수라장. 뭔가 다른 단어가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상황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시시각각 변해가고 있었다. 중형승합차가 빗물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침수된 집에서 쏟아져나온 온갖 집기류는 여기저기 흉물스럽게 걸쳐있었다. 언제 범람할지 모를 급박한 상황이었다. 믿을 수 없었지만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은 냉엄한 현실이었다.

교회에는 어느새 지하부터 물이 차 오르기 시작했다. 각종 집기류와 교재, 물품들을 정리해 재빨리 2층으로 옮겼다. 교회 현관에는 물막이 ‘바리케이트’를 치고, 밀려드는 빗물을 쓸어내리기 바빴지만 머리에는 온통 교인들 걱정뿐이었다. 특히 계속되는 산사태 소식은 산비탈에 살고 있는 성도들의 안전여부를 근심하게 했다.

날이 밝고, 서서히 비가 멈추자 어수선한 교회정리를 뒤로 한 채 제일 먼저 교인들의 집을 찾아 나섰다. 어떤 이는 대피소로, 어떤 이는 이웃집으로 피신해 있었다. 모두들 뜬눈으로 밤을 지샜으면서도 교인들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인근의 이재민들을 위해 교회를 개방하기도 했다.

충격과 놀라움에 떨고 있는 성도들을 안심시키며 발길을 재촉했다. 피해상황을 계속 체크하기도 했다. 하지만 답답했다. 하룻밤 사이에 생활의 모든 터전을 잃고 허탈함과 난감함에 빠져 있는 이들에게 위로밖에는 달리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도심까지 차올랐던 물은 언제 그랬냐는 듯 누런 황토빛 먼지만 남긴 채 빠져 나갔다. 어렵사리 양수기를 구해 물을 퍼내며 복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전화, 전기, 수도 등 모든 것들이 끊겨버린 외곽지역의 성도들을 생각하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저 무사하기만 바랄 뿐이었다.

발목까지 푹푹 차오르는 진흙을 밟으며 고립마을을 찾아 나섰다. 불과 2-3일 전만 해도 멀쩡하던 마을은 어느새 초토화 되어 버려있었다. 처참했다. ‘폭격을 맞아도 이 정도는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마을은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5개 남짓의 다리는 모두 끊어지고, 저수지의 제방은 허무하게 무너지면서 순식간에 논과 밭을 모두 휩쓸고 지나가 버렸다.

우선 자동차로 진입가능한 곳까지만 차량을 이용하고, 그 다음부터는 무작정 걷는 수밖에 없었다. 정겹게 방문길에 나섰던 길은 어디가 어디였는지 조차 분간할 수 없을 만큼 깊게 패어있었다. 자동차로 25분 남짓이면 충분히 닿았던 마을은 세 시간이 넘어서야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그토록 간절히 바랐건만 교우들의 피해도 만만찮았다. 상황을 계속 체크했다. 그들의 아픈 마음을 위로하며 뜨거운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그저 기도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가장 분명한 위로요, 확실한 지원책이라는 확신은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 그토록 쉼없이 헤메이고 다녔지만 하루해가 다가도록 겨우 세 집밖에 방문할 수 없었다. 그나마 몇몇 고립가옥은 여전히 갈 수 있는 여건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고맙게도 곤지암, 진부 등 인근 지역에서 동료 목회자와 성도들이 ‘생명수’와 같은 물을 들고 찾아와 주었다. 산사태로 곳곳의 도로가 유실되고 정체되는 어려움 가운데서도 기꺼이 달려와 준 것이었다. 감사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인사할 겨를이 없었다. 물이 부족해 갈증 속에서도 고통을 참아내고 있을 성도들을 생각하면 한시라도 지체할 수 상황이 아니었다. 식수가 조달되자 물통을 들어 나르며 집집마다 ‘물배달’에 나섰다. 성도들의 기뻐하는 표정에서 그간의 피곤이 씻은 듯 달아났다.

곧 진흙과 토사에 파묻힌 성도들의 가정과 상가를 복구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살림살이가 어느새 쓰레기로 변해버리고, 가게를 가득 채웠던 물건들이 빗물에 쓸려가 실의에 빠진 성도들의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었지만 다시 재기의 의지를 추슬러야 했다. 피해가 덜한 교인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봉사의 손길을 더했다.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곳저곳에서 도움의 손길도 계속 이어졌다.

태풍 피해발생 5일째. 전국에서 피해가 가장 큰 강릉 지역의 목회자들은 오늘도 성도들을 위로하며 복구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교인들이 빨리 일어서셔야죠. 그분들께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이것 밖에 안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지 못하는 것, 주님께서 도와주시고, 인도해 주시리라 확신합니다. ... ...”
흐려지는 목소리 뒤로 땀방울 아닌 한 줄기 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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