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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수재민의 안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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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02.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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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애착 빗물에 씻겨가" ... 마읍예배소 정영진 장로
마읍예배소 정영진 장로가 무너진 교회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정 장로와 성도들은 재난의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들을 향하신 하나님의 섭리와 신앙적 교훈을 잊지 않았다.
태풍 피해발생 일주일째. 마을은 여전히 고립되어 있고, 전기, 수도, 전화 등 생활전반에 걸친 기간시설은 언제 정상화될는지 기미마저 보이지 않는다. 마을로 향하는 진입도로마저 끊겨 물자수송도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그사이 마을을 떠난 이들도 많다. 간간이 헬리콥터로 공수해 주는 라면, 쌀 등의 구호물품으로 어렵사리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다. 재림마을이 지난 7일 안식일 오후, 일주일째 고립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강원도 삼척의 마읍예배소(소장 이재숙) 정영진 장로의 집을 찾았다.

그간 많이 복구가 되었다지만 여전히 집 안팎은 어수선했다. 특히 빗물에 휩쓸려 내린 토사와 바위는 벽을 무너뜨리고 안방까지 차 들어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할지 모를 정도로 답답하게 했다. 마당에는 흙탕물로 뒤범벅된 가재도구들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그나마 고맙게도 소식을 전해들은 경북 봉화의 두음교회 성도 30여명이 찾아와 그간 안방 허리까지 차올랐던 토사를 제하고, 집안 가재도구와 침구, 옷가지 등을 세탁해 주어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이번 수해로 이웃 김 집사의 집은 완전히 매몰, 완파되어 버렸고, 정 장로 자신의 살림살이도 거의 모두 버려야 할 형편이다.

강원도 삼척시 노곡면 하마읍리 마읍예배소(소장 이재숙).
그리 넉넉하지는 않아도 시골생활을 하는 네 가구의 재림성도들이 모여, 풍성한 주의 말씀을 재산으로 소박한 꿈을 일구며 살아가던 곳. 밤이면 개구리소리에 어디선가 날아든 반딧불이가 춤을 추고, 성도들은 재림의 소망을 가꾸며, 행복을 키워가는 그림같이 평온한 마을이었다.

지난 8월 31일 안식일. 그날도 그랬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성도들은 도란도란 모여 함께 예배를 드렸다. 이미 며칠 전부터 태풍이 북상 중이라는 일기예보와 함께 집중호우가 내리기는 했지만 계곡물이 약간 불어난 정도였을 뿐 그리 걱정할 만큼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후가 되면서 사정은 급박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해질녘이 가까워지자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다. 정 장로는 상황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는 직감이 들었다.

‘쾅’
갑자기 벼락이라도 치는 듯 엄청난 굉음이 고막을 찢었다. 상수도물통이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다. 교회 옆 개울가 중턱에는 어느새 시커먼 흙탕물과 집채만한 바위들이 통나무 줄기들과 함께 뒤엉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지난 동해지역 산불피해 후 방화선구축을 위해 임도를 만든다며 잘라두었던 나무들이 제때 치워지지 않고 방치되면서, 엄청난 빗물과 함께 붕괴되어 내려오는 것이 분명했다.

불과 5분도 안되는 사이, 개울 건너편에 살고 있던 정 장로 부부는 꼼짝달싹 하지 못하고 완전 고립되고 말았다. 1미터도 안되던 폭의 개울은 어느덧 사람키를 훌쩍 넘길만큼 넓어져 있었고, 물살도 성급히 뛰어들다가는 큰 화를 면치 못할 만큼 기세가 등등했다.

곳곳에서 산사태의 조짐이 보이고, 여기저기 바위와 토사가 쓸려 내려오면서 당장 한치 앞도 장담할 수 없을 만큼 상황은 어려워져 가고 있었다. 부인과 함께 요양차 이곳을 찾았던 천무웅 집사를 비롯한 10여명의 교인들은 곧 산길로 피신을 시작했다. 아랫마을로 향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러나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줄기를 뚫고, 붕괴와 산사태의 위험 속에서 마땅한 랜턴도 없이 산길로 떠나는 피신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저녁 여덟시 경에 출발한 일행은 새벽 한시가 넘어서야 겨우 민가에 다다를 수 있었다.

마읍예배소는 정영진 장로가 20여년전 이곳 진료소로 자리를 옮기면서 가정요양원과 함께 시작된 작은 교회. 10여 가구 안팎의 마을 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청정한 신앙을 가꾸어 가는 성도들의 보금자리였다. 그러나 이번 폭우로 너무나 아름답던 이 일대는 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만큼 처참하게 파괴되고 말았다.

취재팀이 마을로 접근을 시작한 이후 2Km 남짓한 거리에는 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가 너무도 흉물스럽게 상처를 드러내놓고 있었다. 길을 따라 세워져 있었을 전봇대는 힘없이 쓰러져 있거나, 부러져 내동댕이쳐 있고, 무너진 도로는 통행을 불가능하게 했다. 이웃마을로 향했던 다리는 어디로 갔는지 상판마저 찾아보기 힘들고, 지역민들의 생활터전이었을 농경지는 크게 유실되어, 그쪽에 논이 있었으리라고 상상하기 힘들만큼 휩쓸려 당시의 참혹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여전히 치워야 할 일들이 산더미 같이 많아 보이지만 이제 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것이 정 장로의 설명이었다. 집을 덮치고 있는 돌더미를 치워야 보수공사를 하던, 신축공사를 하던 할텐데, 현재로서는 쉽게 엄두를 낼 수가 없다. 중장비를 동원하려해도 마을 진입로가 끊겨버려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마을 주민들은 진입로가 제모습을 찾으려면 상당기간이 걸릴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 올 겨울나기가 큰 걱정이라고 했다.

정 장로와 성도들은 이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들을 향하신 하나님의 섭리와 신앙적 교훈을 잊지 않는다. 이날 안식일에는 인근의 태백에 살고 있는 자녀들과 함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재난 속에서도 주신 영적 교훈을 생각하고, 이런 기회를 통해 우리가 더 하늘을 사모하고, 더욱더 철저히 주님의 재림을 준비하는 삶을 살자”는 말씀을 나누었다.

“다른 사람들은 생명을 잃고, 집이 자취도 없이 사라진 사람도 많은데, 우리야 이게 무슨 피해야? 그저 이만하길 감사할 뿐이지. 오히려 다른 지역의 성도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으셨을 텐데...” 그 와중에 성도들의 안전과 안부를 먼저 걱정한 정 장로는 하나님께서 생명을 보호해 주셨음에 감사했다.

정 장로와 가족들은 “이번 재난을 겪으며 마음속에서 세상의 것들에 대한 애착이 완전히 떠나는 신앙적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에서 좋다하는 여러 살림살이가 일순간에 없어져 버렸다. 하지만 언젠가 우리가 버리고 갈 물건들을 미리 마음 가운데 정리한 것 같아 미련이 없다. 그저 덤덤할 뿐”이라고 고백했다.


아직까지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가스등을 켜고, 개울물을 받아 끊여먹는 불편이 있어도 정 장로와 가족들은 “생각보다 그리 불편하지 않다”며 예의 사람 좋은 그 웃음을 지어보였다. “처음에는 어떻게 살아갈까 막막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시간이 지나며 우리 마음이 더 여유있고, 편안해 졌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더 깊어지는 것 같아 좋다”며 성도들을 안심시킨다.

그런 이들의 모습에 이웃들도 “큰 일을 당해 걱정할 줄 알았더니, 속없이 웃고 다닌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믿는 사람이 ‘뭔가 다르긴 다르다’는 표정이었다.

정 장로는 이날 안식일 오후, 조용히 교회 앞뜰을 찾았다. 교회는 이번 폭우로 산사태가 나면서 쓸려내린 물과 바위더미로 계단이 파괴됐다. 그나마 약간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또 교회 앞을 듬직하게 지키고 있던 100년은 되어 보임직한 상수리나무가 온갖 돌덩이와 통나무들을 막고 든든히 버텨주었기에 피해가 그리 크지 않았다. 묵묵히 서 있는 녀석이 기특하고 그리 고마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1층에 있던 요양원 시설은 크게 파손되고 말았다. 안스러이 교회를 바라보던 정 장로는 자신의 집보다 교회의 복구가 언제될런지 더 마음 쓰이는 모양이었다.

“여러 성도들이 안팎으로 염려해 주시고, 기도와 도움을 주셔서 시련을 믿음으로 이겨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남은 생애, 더 신실한 믿음으로 사는 것이 사랑하는 형제들과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늘 재림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살았기에 그다지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는 정 장로와 가족들의 잔잔한 간증이 돌아오는 취재진의 발자욱에 깊은 인상으로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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