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중섭 목사, 이산가족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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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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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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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만에 행방불명 형님 만나 ... 내달 1일 금강산서
조간신문을 들여다보던 임중섭 목사는 깜짝 놀랐다.
그러나 틀림없었다.
4차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명단이 교환된 뒤 그토록 애타게 찾았던 둘째 형님의 이름이 분명했다. 전쟁통에 행방불명되어 생존사실조차 불분명했던 형님이 남한에 있을 형제와 가족들을 애타게 찾고 있는 게 확실했다.
순간, "생전에 단 한번만이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며 금지옥엽 같은 아들을 잃고 평생의 한을 가슴에 품은 채 먼저 떠나신 어머니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지났다.
청명한 가을하늘은 이날따라 유난히도 푸르르고, 햇볕은 따사롭기만 했다.
그로부터 2년의 시간이 흐른 다음달 1일(수).
임중섭 목사(5남, 57세)를 비롯한 봉섭(3남, 70세) 인섭(4남, 68세) 순자(장녀, 60세) 성자(막내, 53세) 다섯 남매는 그토록 꿈에도 그리던 형제를 찾아 제4차 남북이산가족 상봉단 일행과 함께 금강산행 설봉호에 오른다.
그간 생사마저 확인할 수 없었던 형제를 반세기 만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설레임에 요즘 이들은 밤잠을 설칠 정도로 상봉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왠일인지 시간은 더디게만 지나는 것 같아 조바심만 늘어간다. 벌써부터 준비해 두었던 시계와 옷가지 등 선물을 다시 확인하고, 필름과 카메라를 챙기며 혹시나 빠진 것들은 없는지 여기저기 둘러본다.
특히, 기약도 할 수 없었지만 언젠가 다시 만나리라는 굳은 믿음으로 상봉의 그날 전해주기 위해 준비해 두었던 생전의 부모님 모습과 자손들의 얼굴이 담긴 가족사진첩을 틈틈이 들춰보며 만남의 날을 고대하고 있다.
이번에 만나게 되는 형섭 씨는 8남매 중 둘째. 함께 행방불명된 큰 형님 임옥섭 씨의 생존은 안타깝게도 이제껏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금 살아있다면 77세의 고령이겠지만 형섭 씨가 명단에 큰 형님의 이름까지 포함한 것으로 보아 전쟁 와중에 헤어진 모양이다.
당시 다섯 살의 어린 나이였던 임 목사는 이미 성인에 가까웠던 형들과의 나이차가 워낙이 컸던데다, 고향인 경남 함양에 살았던 가족들과는 떨어져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형들과의 기억이 거의 없는 형편.
이같은 이유 때문인지 요즘은 어머니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
그토록 기다리던 아들의 모습을 끝내 보지 못한 채 한 많은 가슴에 뭍고 지난 94년 작고한 어머니 배영달 집사는 생전에 기회가 될 때마다 똑똑하고 강직해 마을에서도 출중하기로 유명했던 큰 형 옥섭 씨와 조용하고 순박한 성격에 손재주가 좋아 공작소에서 기술자로 일했던 둘째 아들 형섭에 대한 기억을 잇곤 하셨다.
그런 어머니에 대한 애닮은 회상과 이산가족들에 대한 측은함, 그리고 아직도 이산가족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북한의 정치적 상황들을 생각하면 마음은 여전히 무겁기만 하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동안 잃고 있던 혈육을 다시 찾아 북한땅을 밟게 된 이들 남매들은 오는 30일(화) 속초에 모여 이튿날 입북, 2박3일간의 짧은 일정 동안 다섯 차례의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그러나 50년이 넘는 시간을 서로 떨어져 살아야 했던 무심한 세월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짧은 시간. 하지만 임 목사의 가족들은 아직도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채 다시 만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여러 이산가족들을 생각하며 이마저도 감사하기로 했다.
"이번에 만나면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지... 이번에 헤어지면 생전에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가슴을 무겁게 해. 죽기 전에 다시 만나기란 불가능 하겠지..."
그간의 그리웠던 감정이 북받치는 듯 기억마저 아득한 형님에 대한 이야기를 해 나가던 임 목사의 말꼬리가 순간 흐려졌다.
역사의 고통, 민족상잔의 비극이 한 가족사에 남긴 되돌릴 수 없는 아픔의 시간과 하염없이 원망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을 안고 임 목사와 가족들은 오늘도 사랑하는 형님 가족들과 함께 손을 잡고 교회를 찾을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무릎을 조아린다. 누구보다 애절한 통일의 그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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