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원주새하늘교회 성도들의 성탄절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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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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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12.2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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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발생 7개월째 ... 도시개발 등 또 다른 도전도
“잘 지내셨어요? 추운데 별일 없으셨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마주한 얼굴에서 웃음꽃이 핀다. 이날은 “행복한 안식일입니다”라는 말 뒤에 “메리 크리스마스”도 덧붙었다.
하지만 동장군의 심술로 얼굴이며 손발이 금세 꽁꽁 얼어붙는 듯했다. 충청이나 호남처럼 기록적인 폭설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체감온도가 영하 15도를 오르내리는 올들어 제일 추운 날이었다. 요사이 내린 눈이 얼면서 곳곳이 빙판이 돼 버렸다. 자칫 넘어질세라 미끄러운 계단을 오르는 걸음이 조심스럽기만 하다.
성탄절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안식일, <재림마을 뉴스센터>는 원주새하늘교회(담임목사 류몽희) 성도들이 예배를 드리는 원주삼육초등학교 예향관을 찾았다. 올해 이 교회처럼 우여곡절을 겪은 곳도 드물다.
5월 1일이었으니 벌써 만 7개월이 넘어간다. 원인 모를 화재로 사택 3채를 비롯해 각종 시설과 집기 등이 한순간에 전소됐다. 사망이나 부상 등 인명 피해가 없었고, 주변으로 확산하지 않는 등 2차 피해가 없었던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사이 예배장소를 옮겼고, 흉물스럽게 남아 있던 잔해는 철거했다. 현재 교회 터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고맙게도 국내외에서 십시일반 도움의 손길이 이르렀다. 재림성도는 물론, 일면식도 없거나 타 교파의 기독인들이 소식을 듣고 성금을 보내왔다. 어린아이는 저금통을 깨 헌금했고, 노인들은 매달 나오는 연금을 뚝 떼어 성전재건 자금으로 드렸다. 삼육대 교수를 비롯한 음악가들은 특별공연을 열어 정성을 모으기도 했다. 그렇게 답지한 자금이 무려 9억 원이 넘는다.
기관들도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 재림연수원은 집을 잃은 목회자들에게 숙소를 내어줬고, 시조사는 서적을 무료로 보내줬다. 원주삼육초.중.고등학교는 집회장소를 빌려줬고, 삼육식품은 두유를 보내 격려했다.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든든한 약속은 시련의 언덕을 넘는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는다.
그사이 교회가 운영하던 지역아동센터는 여러 유관 단체와 기관의 후원에 힘입어 원주시 행구동에 새로운 장소를 마련했고, 10월에 열린 강원도 지역아동센터 축제 한마당에서 모범 센터로 선정돼 도지사 표창을 받는 경사도 있었다.
성도들은 “2022년을 돌아보면 착잡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라며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류몽희 담임목사는 “하나님의 은혜라는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도움을 주신 각 교회와 성도들, 기관과 단체에 교회를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화재 현장을 목격한 지역사회 주민이 많고, 유튜브 등 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많은 분이 염려해주셨다. 성전재건을 위해 마음과 정성을 하나로 모아주셔서 정말 고맙다. 우리가 너무나 큰 사랑의 빚을 지고 있다”고 했다.
안종백 수석장로는 “전례 없는 일”이라며 “뭐라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안 장로는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고난 중에 어떻게 인도하시는지, 성도의 사랑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뼈저리게 실감했다. 미약하나마 내년에는 우리도 어려움에 빠진 연약한 교회나 이웃을 도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민병희 집사는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데, 지금도 알음알음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직접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싶을 정도다. 그런 사랑에 힘입어서라도 우리는 꿋꿋하게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목소리 끝이 바르르 떨렸다.
민 집사는 “처음 몇 개월간은 우리 교회가 없어졌다는 사실에 가슴이 떨리고, 감정이 북받쳐 참 힘들었다. 물론 감사함도 있었지만, 목사님들이나 성도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 절로 눈물이 났다. 그래도 이제는 많이 추스르고, 소그룹별로 사역팀을 만들어 활동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다.
신순철 집사는 “여러모로 힘들었지만, 하나님의 놀라운 인도와 성도들의 성원을 느낄 수 있는 감동적인 한 해였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 우리가 진리 안에서 한 지체임을 알 수 있었다”면서 “길어지는 성전의 부재로 인해 혹여 우리가 지치지 않도록 계속 기도와 응원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아이들도 같은 바람이었다. 마냥 철부지인 것 같아도 속내는 깊었다. 임동해 군은 “교회가 불에 타 많이 놀라고 힘들었는데, 그래도 극복을 잘한 거 같아 감사하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장예진 양은 “교회에 불이 났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당시를 떠올리며 “어서 빨리 우리만의 새 교회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서예슬·예현 자매는 “갑자기 교회가 없어져 슬펐다. 내년에는 새로 시작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교회는 화재 뒷수습과 함께 반곡지구 도시개발사업 토지 수용계획 등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점차 위축되는 안식일 오후 활동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민병희 집사는 “예배를 마치면 대부분 집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그룹별 교제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장소가 여의치 않아 활동에 제약을 받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아무래도 내년에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신순철 집사도 “우리만의 공간이 없다 보니 어린이, 청소년, 청년 등 다음세대의 활동이 제한을 받고 있다. 김밥이나 토스트로 식사를 제공하며 어떻게든 프로그램을 진행하려 애쓰고 있지만, 예전만큼 활성화되긴 힘들어 보인다. 앞으로 교회를 이끌어갈 주인공인데, 이들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정착시킬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8월 갑작스럽게 결정된 도시개발사업은 예기치 않은 복병이다. 교회가 위치한 유만마을이 반곡지구 개발 권역에 포함되며, 토지 수용 여부를 두고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등 관계 기관과 자칫 갈등이 빚어질 상황에 놓여있다. 거주 주민의 80% 이상이 반대하고, 당국에서도 대상 가구 대부분이 찬성하지 않으면 개발지에서 제외한다는 입장이어서 아직 여지는 남아 있다. 그러나 수용이 되든, 그렇지 않든 교회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LH의 확정안은 내년 5월 발표예정이다.
류몽희 목사는 이와 관련해 “지금으로서는 결론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섭리 가운데 우리를 인도하실 것을 믿는다.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기다리면서 기도하고 있다. 우리가 또다시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생각날 때마다 원주새하늘교회를 위해 기도해 주시길 거듭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편, 류 목사는 ‘예수님의 생애와 부활’이라는 제목으로 전한 이날 설교에서 베들레헴의 허름한 마구간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를 향해 황금과 유향, 몰약을 드리며 경배한 동방박사들을 떠올리며 “크리스마스는 예수님께 선물을 드리는 날이어야 한다. 오늘 우리 각자가 자기 자신을 예수님께 드렸으면 좋겠다. 이 땅을 구원하기 위해 오신 그리스도를 생각하며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길 바란다”고 권면했다.
안식일학교의 시작에 앞서 성도들은 ‘주 예수를 찬양합시다 무거운 짐 벗네 무거운 짐 벗네 주 예수를 찬양합시다 오 나의 가장 기쁜 날... ...’이라는 가사의 찬미를 불렀다. 처한 상황이 여전히 부담스럽겠지만, 교회이름처럼 새 하늘을 바라보며 소망을 키워가는 이들의 버거움이 조금이나마 헤아려졌다. 내년에는 그 노랫말만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안고 자동차핸들을 서울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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