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전쟁난민 아이의 잊지 못할 초코과자 한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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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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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4.27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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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삼육중 ‘우크라이나 79’ 프로젝트 깜짝 선물에 감동 눈시울
“내가 과연 어떻게 너희의 상처를 공감할 수 있을까. 무서운 전쟁으로 인해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한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솔직히 나는 가늠이 잘되지 않아. 70년 전, 우리나라도 전쟁을 겪었어.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단다. 그러니 너희도 희망을 잃지 마. 언젠가는 자유와 평화가 찾아올 거야. 반드시!”
“요즘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항상 걱정되고 힘들지? 그래도 금방 좋은 날이 올 거라 믿어. 내가 많이 도울 수 없다는 게 미안하고 속상해. 제발 다치지 말고, 안전하게 지내길 기도할게. 다시 찾아올 자유의 세상을 위해 꼭 살아 있어야 해!”
서울삼육중학교(교장 김종섭) 학생들이 우크라이나의 전쟁난민아동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 내용이다. 이 학교 신입생 240명은 얼마 전 학생회 주관으로 우크라이나 전쟁피해어린이를 돕기 위한 ‘우크라이나 79’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또래의 난민친구에게 보내는 응원편지를 한글과 우크라이나어로 적어 초코과자 상자에 붙였다. 교내 모금활동을 펼쳐 함께 마련한 성금 300만 원도 동봉했다.
학교 측은 이 과자를 아드라코리아 난민 대응팀에 전달했다. 지난 21일 새벽 현지에 도착한 대응팀은 이를 폴란드와 슬로바키아의 임시보호소에 머무르고 있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에게 직접 전달했다. 100박스 분량을 적절히 나눠 4곳의 임시보호소에 분배했다. 자원봉사자로 동행한 오스트리아 비엔나한인교회와 독일 프랑크푸르트한인교회 청년들이 나눔활동에 참여했다.
공수 과정도 만만찮았다. 항공사에서 허용하는 무료 수화물 무게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 다행히 취지에 공감한 항공사 측에서 추가요금을 받지 않아 무사히 비행기에 실을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현장에 다다른 서울삼육중 학생들의 ‘깜짝 선물’은 불안에 떨고 있는 난민들의 눈가에 촉촉한 이슬을 맺히게 했다. 상자를 켜켜이 쌓으면 겉면이 우크라이나 국기가 되도록 디자인한 세심함도 돋보였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그저 위로뿐이라 미안하다고 했다. 마냥 어린 줄만 알았던 사춘기 학생들이 나름의 방법으로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전쟁 종식을 바라는 모습이 의젓하게 다가왔다. 짧지만 진실어린 메시지는 먹먹하고 절절했다. 정든 고향을 떠나 하루하루를 막막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잊지 못할 선물이 되었다.
과자상자를 받아든 난민아동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피부색도, 언어도 다른 낯선 이들의 방문에 수줍어하던 아이들은 이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겠다는 듯 가슴에 꾹 움켜쥔 개구쟁이는 마냥 즐거운 듯 까르르 웃어 넘어갔다. 곤히 잠든 어린 동생의 몫을 머리맡에 꼭꼭 챙겨놓는 듬직한 오빠와 비닐봉지를 까 엄마에게 먼저 한 입 베어 물게 하는 착한 딸의 모습도 보였다.
23일 오후 찾았던 어느 가정형 임시보호소에서는 한 난민아이가 직접 편지를 낭독해 듣는 이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삐뚤빼뚤 써 내려간 한글 손편지를 우크라이나어로 번역한 글을 보며 어른들은 감동의 눈물을 머금었다. 어떤 이는 두 손을 모으고 진심으로 고맙다는 표정을 지었다. 조용히 창밖을 응시하며 소리없이 흐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순간이었다.
아드라코리아 김익현 사무총장은 “우리가 이곳으로 올 때 한국의 학생들로부터 여러분을 응원하는 편지가 담긴 초코과자를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배경을 설명하고 “세계 어디에서나 사람들은 서로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으며 친구가 된다. 비록 우리가 물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 과자를 나눠 먹으며 가슴으로는 친구가 됐다. 그 어떤 이유로도 아무런 잘못 없는 아이들이 전쟁의 피해로 고통 받아서는 안 된다”며 평화를 기원했다.
난민들은 “우리를 기억해줘서 정말 고맙다” “여러분의 관심에 힘을 낼 수 있다. 진심어린 따뜻한 사랑이 느껴진다” “우리를 위해 한국에서부터 이 과자를 갖고 왔다는 게 믿겨 지지 않을 만큼 감동적이다” “우크라이나에 있을 때 한국의 초코과자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며 반가워했다.
서울삼육중 학생들은 선물을 보내며 “우리의 메시지가 큰 시련을 겪고 있는 난민들에게 자그마한 힘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우크라이나 학생들도 학교에서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날이 어서 속히 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 응원의 기대는 어느 정도 이뤄진 듯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오랜만에 우리도 정말 좋다며 환하게 웃음짓는 어른들의 표정이 이를 대신 말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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