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사릉중앙교회의 ‘공간 사역’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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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신앙에 ‘비우는 삶’은 필수다. 나를 위한 계획, 나를 위한 물건, 온통 나를 위해 채워진 ‘공간’을 모두 예수님께 내어 드릴 때 우리 삶은 하늘의 선물로 가득 ‘채워질’ 것이다. ‘공간’空間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아무것도 없는 빈 곳’이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교회 건물이 교인들만 누리고 활동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면 손님이 찾아왔을 때 내어줄 ‘빈 방’이 없다는 말 아닐까? 우리의 삶에도, 성전에도 언제 찾아올지 모를 영혼에게 내어 줄 空間이 필요하다.
사릉중앙교회(담임목사 김성곤)는 2005년부터 2023년 2월까지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폐원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공간’이 생겼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20년 가까이 운영해 온 어린이집을 정리하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었다. 그러나 성도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기로 했다. 어떻게 하면 그 공간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교회는 이미 19년째 장수대학을 운영하며 주5일 교회를 찾는 어른들로 북적인다. 고령화 사회에 꼭 필요한 사역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고, 그로 인해 파생된 여러 가지 사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제는 젊은 층을 겨냥한 선교에 집중해야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성도들이 어린이예배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고 방송을 송출하면서 온라인 참여자들이 점점 사릉중앙교회로 몰렸다. 패스파인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원하는 인근의 작은 교회 아이들이 모여 패스파인더 대원만 40~50명에 달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활동하는 동안 성전 곳곳에서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교회는 어린이집으로 사용하던 공간을 카페로 만들기로 했다.
안식일에는 젊은 성도들이 편안하게 쉬면서 소그룹 활동을 하는 공간으로, 평일에는 지역 주민이 부담없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으로 내어주며 교회를 친숙하고 편안하게 느끼게 하고 싶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집보다 밖에서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집을 카페처럼 꾸미고 사는 이들도 많지만, 집 자체를 오픈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그러다 보니 잘 꾸며진 공간에서 만나 대화하고 친교를 나누려 한다. 주말마다 예쁜 카페를 찾아다니며 마음의 휴식을 얻는 이들도 많은 시대에 교회에서 카페 공간을 만들어 개방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는 방법이다.
그런데 ‘카페 오픈’을 결정한 지가 한참이 지났지만, 공사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 진행됐다. 공사 견적이 약 2000만 원이 나왔는데 남집사들이 ‘우리가 직접 해 보자’고 팔을 걷어붙였다. 직업이 있는 사람들이 아침저녁, 주말을 활용해 셀프로 인테리어를 진행하다 보니 3개월 가까이 소요됐다. 덕분에 인건비를 전혀 들이지 않고 자재비 700만 원 정도로 근사한 카페를 만들어냈다.
김성곤 목사는 “전문가들이 하면 일주일 이내로 끝날 일인데, 집사님들이 발 벗고 나선 덕에 교회 재정을 아낄 수 있었다. 생업이 있는 분들임에도 자정을 넘긴 적도 하루이틀이 아니다. 젊은 세대가 교회를 위해 이렇게 헌신하는 마음을 갖게 된 건 장로님들과 노 집사들로부터 대물림된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윤주호 수석집사는 매일 오전 교회에 와서 공사 작업을 하고 낮 12시에는 학원으로 출근해 밤 10시에 퇴근하는 일상을 3개월간 이어갔다. 저녁에는 다른 집사들이 퇴근하고 나서 교회에 와서 공사를 진행하며 주말에는 다같이 힘을 모았다. 전문가가 없다 보니 일은 더뎠지만, 교회를 위한 마음에 하나님이 함께하셔서 무사히 공사를 마쳤다.
윤 집사는 “김종석 집사가 전체적인 기획을 했고, 서윤희 집사가 건설회사에 잠시 근무했던 경험과 디자인 감각을 발휘했다. 교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뭐든 다하겠다는 집사들의 ‘재능기부’가 아니라면 도저히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하며 “수십 년간 교회를 지켜 온 장로님들과 여집사님들의 헌신을 생각하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그분들이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셔서 뭘 하든 걱정이 없다”고 한다.
이명규 수석장로는 “젊은이들이 스스로 일하며 교회를 섬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지나간 세대의 역할이다. 이것이 건강하게 계승되면 교회는 10년 후, 20년 후에도 성장할 것”이라고 교회 성장의 비결을 짚었다. 또한 “합회 주도가 아닌 교회 자체적으로 행사를 기획하면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일하며 지속하게 되고 그래야만 지역사회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회 법인실장으로 18년 가까이 근무한 그는 “교회가 비과세로 운영할 수 있는 국가 정책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교회가 지역사회와 활발히 소통하는 것은 이러한 정책을 잘 활용해 왔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선교부장인 백흥순 장로는 개인 소유 땅을 교회 주차장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고, 교회 바로 옆에 있는 개인 사업장을 개방해 성도들이 언제든 모여 교제를 나눌 수 있는 아지트로 활용하도록 공간을 내줬다. 아들 백성남 집사 역시 아버지의 본을 따라 교회 위주의 삶을 살며 젊은 세대의 화합을 이끌어내는 데 한몫했다.
김 목사는 “교회는 지역사회에 공간을 내줘야 한다. 결혼식뿐 아니라 요리강습, 각종 세미나 등을 진행하면 주민들이 우리 교회를 자주 드나들고 친숙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교회가 교인만이 활동하는 장소가 되지 않도록, 비신자들과 함께하는 사업이 주기적으로 이어져야만 지역선교의 지경을 넓힐 수 있다”며 ‘장수대학’을 비롯한 각종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 왔기에 ‘카페 이레’ 역시 주민들의 발길을 끌어들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교회를 나서는 길, ‘이런 교회 되게 하소서’라는 찬양의 가사가 저절로 떠올랐다. “섬김과 헌신이 기쁨이 되어 앨매 맺는 아름다운 교회. 주님의 마음 닮아서 이웃을 사랑하는 교회. 날마다 사랑에 빠지는 교회”
대부분의 교회가 출석 교인 지키기에 급급한 시대에, 예수께서 바라시는 진정한 교회의 모습을 갖춘 사릉중앙교회와 이렇게 어울리는 찬양이 또 있을까. 소외된 교인을 케어하는 동시에 외부인이 언제라도 찾아올 수 있는 ‘카페 이레’에 하나님께서 소중한 영혼들로 가득 채워 주시지 않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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