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육서울병원 이승진 집사가 국토종주로 배운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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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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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12.2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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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는 인생이 담겨 있어” ... ‘가슴 뛰는 이야기’ 소책자 선교도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첫 걸음을 뗀 후 동해안을 거쳐 부산과 통영 등 남해안을 훑었다. 지금까지 발걸음을 내딛은 거리가 1000km를 훌쩍 넘는다. 앞으로 서해안을 돌아 서울로 돌아오면 3000Km는 족히 될 듯하다.
배낭에는 간단한 요깃거리와 텐트, 식수, 상비약 등이 담긴다. 그리 커 보이지 않는데도 30Kg 가까이 된다. 들기만 해도 만만찮은 무게인데, 이걸 등에 짊어지고 하루 종일 걷는다. 새벽 4시에 일어나 길을 나서면 대개 시계바늘이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을 때쯤 목표지점에 다다른다. 그렇게 보통 2박3일을 걷는다.
식사는 마트나 편의점에서 간편 식품으로 해결하고, 잠자리는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한다. 여름에는 텐트에서 잠을 자거나 해안가의 쉼터에서 비박을 하기도 했다. 때때로 마을회관 신세를 지기도 한다.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는 말을 자주 듣지만, 그에겐 오히려 이게 쉼이고 힐링이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평생 못할 거 같아 과감하게 도전했습니다. 한 코스를 완주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남달라요. 곧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무슨 일을 만나더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죠. 무릎에 통증이 올라오고, 숙소에 도착하면 온몸이 삭신 쑤셔도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요. 그만큼 보람이 있습니다”
그런 그가 매번 잊지 않고 챙기는 게 있다. 바로 <가슴 뛰는 이야기> 소책자다. 기왕에 할 거라면 뭔가 더 의미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전도지가 많이 담길수록 배낭은 더 무거워지지만, 마음은 가볍고, 뿌듯하다. 아침에 출발할 때 아예 손에 10권씩 쥐어든다. 그러고 보면 길에서 만난 여행자, 동네어귀에서 만난 부지런한 어민, 친절한 관광센터 안내봉사자 등이 그에겐 구도자가 되는 셈이다.
단, 철칙이 있다. ‘저런 사람이라면 성의 없이 버리지 않고, 꼭 한 번쯤 읽어보겠다’ 싶은 사람에게만 “골라” 주는 것이다. 주로 바닷가에서 조용하게 사색하거나 혼자 있는 이들에게 권유한다. 자신처럼 종주에 나선 사람에게는 ‘여행하면서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소개한다. 뱃사람도 적잖다. 무심한 것 같아도 ‘이런 책이 있냐’며 관심을 보이며 반가워한다. 때론 공감대가 형성돼 식사를 같이 나누며 말벗이 될 정도로 부쩍 가까워지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험이 소소한 재미와 만족을 준다. 자신이 근무하는 삼육서울병원을 홍보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는 걸으면서 인생을 배운다고 했다. 길에는 삶의 희로애락이 다 담겨 있다.
“그야말로 산을 넘고, 물을 건너야 해요. 떠오르는 일출의 광명함을 마주할 때도 있지만, 비바람을 만나기도 하죠. 그림처럼 아름다운 해안선이 있는 반면, 어떤 길은 굽이굽이 거칠고 가파릅니다. 자칫 잘못해 엉뚱한 길에 들어서면 막다른 골목을 빠져 되돌아 나오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합니다. 우리 인생도 그렇잖아요?”
혼자 걷는 길의 장점은 깊이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신앙의 의미를 곱씹고, 발견할 수 있어 유익하다. 누구의 방해도, 눈치도 받지 않고 맘껏 찬양하며 묵상할 수 있어 좋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을 동해 일대에서만 7개나 지나야 했어요. 높은 산을 오르면서 ‘제자들과 함께 엠마오로 가시던 예수님은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라고 떠올리니 가슴이 먹먹해 지더군요. 예수님의 생애를 되돌아보면서 제자들처럼 연약한 저 자신이 느껴졌어요”
몇 번이나 물집이 터져 고생했지만, 그 자리에 굳은살이 박이고 내성이 생기는 모습을 보면서 사탄의 시험과 유혹에 쓰러져 좌절하기도 하지만, 다시 믿음으로 일어서는 회복을 배웠다. 다른 사람을 대하는 마음에 포용력이 생기고, 일상에서 예수님의 사랑을 나눠주고 싶은 열정이 샘솟았다. 소책자를 전하며 선교정신이 함양되는 직접적인 경험을 하기도 했다.
종주를 하며 이 마을, 저 마을을 다니다보면 척박한 환경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을 의외로 자주 만난다. 한번은 반갑다고 인사하며 말을 건네자 “너무 힘들고 외롭다”며 처음 보는 자신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외국인노동자를 본 적이 있다. 예전에 다녔던 오남교회에서의 외국인 봉사가 떠올라 더 안쓰럽고 애틋했다. 작은 거라도 도와주고 싶어 그를 위해 기도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참다운 신앙을 배우는 것 같아 마음이 넉넉해진다.
그래서일까. 그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적어도 한 번쯤은 ‘순례’를 하며 자신의 삶과 신앙을 깊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는 것도 좋겠다”고 추천했다. 혼자이든, 소그룹이든 도전해 보길 권유했다.
안 그래도 요즘 걷기운동이 열풍인데, 말이 나온 김에 장거리 걷기의 유의할 점을 물었다.
“일단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저는 이번 종주를 위해서 1년 전부터 계획을 세웠어요. 해당 지역의 정보나 지리적 특성 등은 미리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걷기 전에는 스트레칭을 해서 부상을 예방하고, 절대 무리하지 마십시오. 안전이 제일입니다.
장거리 코스에 도전할 때는 등산화보다는 워킹화가 좋습니다. 가볍고 편해 빨리 걸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소식(小食)을 해야 합니다. 배가 부르면 걷는 것도 힘들고, 걷기도 싫어져요. 물을 충분히 섭취하면서 혹여나 배가 고프면 오이나 당근을 드시는 게 도움이 됩니다. 당일의 목표치를 정해놓고 즐기면서 하면 누구라도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언제쯤 종주를 마칠 거 같냐”고 물었다. 그가 신발끈을 질끈 묶으며 서해로 다시 돌아 올라와야 하니 몇 달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손에 <가슴 뛰는 이야기> 50권이 들린 건 물론이다. 삼육서울병원 측은 이승진 집사에게 워킹화와 함께 소책자를 지원하며 그의 발걸음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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