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크라 전쟁난민’ 김잔나 씨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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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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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11.1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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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여전히 전쟁의 한 가운데 ... 침례 받고 새 소망
지난달 20일 (사)희망365(구 안산다문화센터)에서 만난 김잔나 씨 역시 이번 전쟁의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이다. 고려인의 후손인 그는 러시아 국적이다. 남편인 최안드레 씨는 우크라이나 국적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이들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이 커다란 비극에 온몸으로 맞서고 있었다.
지난 7월 잔나 씨는 두 자녀와 함께 폴란드를 거쳐 한국에 난민으로 오게 됐다. 남편은 여전히 전쟁의 한가운데 남겨져 있다. 잔나 씨는 그간의 여정에서 만난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전쟁 전까지 난임/불임클리닉에서 의료인으로 근무했다. 남편은 심리학과 교육학을 전공해 도네츠크 지역 구단의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하는 일을 했다. 그리고 두 자녀들은 광고모델 로 활동할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전쟁은 이 가정의 행복을 하루 아침에 송두리째 가져가 버렸다.
집은 폭격으로 붕괴됐다. 자녀와 함께 추위를 피할 수도 쉴 수도 없게 됐다. 잔나 씨의 가정이 집을 잃은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전쟁 전부터 발생한 분리 독립투쟁의 여파로 도네츠크에서 한 차례 집을 잃었고, 이후에 키이우로 이주 했을 땐 전쟁으로 또 한 차례 집을 잃었다.
삶의 기반이 산산조각나고, 눈앞이 캄캄하던 때 남편은 국경을 넘어 폴란드로 피난을 가자고 제안했다. 잔나 씨는 고향을 두고 떠나는 것이 두려웠지만 어린 자녀들을 지키기 위해 피난길에 올랐다. 하지만 남편은 국경을 넘지 못했고, 키이우에 그대로 남겨졌다. 어머니와 할머니도 도네츠크에 남아 있다. 어머니는 3년 전 뇌졸중을 겪으셨고, 할머니는 고령으로 언제 잠들지 모르는 상황이다.
인터넷을 이용해 백방으로 알아본 남편은 아내와 자녀들이 한국으로 갈 것을 제안했다. 조상들의 나라이기에 생활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나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그리고 앞서 탈출한 친구들로부터 (사)희망365를 알게 됐다. 올해 3월 폴란드로 탈출한 뒤 4개월 그곳에서 머무르다 7월 한국 땅을 밟아 이곳에 오게 됐다.
고향도 잃고, 집도 잃고, 사랑하는 가족마저 헤어졌다. 모든 것을 잃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잔나 씨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이 한동안 그를 괴롭혔다. 전쟁 소식을 뉴스로 접할 때마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그를 보듬어 주고 눈물을 닦 아 주는 이들이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들어 바라보니 모두 재림성도였다.
잔나 씨는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그때마다 모든 일을 하나님께 맡기란 말을 들었다. ‘당신은 하나님의 딸이니 염려하지 말라’는 음성이었다. 하지만 잔나 씨는 이전까지 하나님에 대해 알지도 못했고, 성경을 펼쳐 본 적도 없었다. 과연 자신이 침례를 받아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자신과 아이들이 낙담하며 울고 있을 때 눈물을 닦아 준 친절한 성도들의 조언에 마음을 열었다. 그리고 지난 9월 24일 마침내 침례를 받았다. 전쟁이 터진 후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잔나 씨는 이제 한국에 오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모두 하나님의 섭리라고 믿는다. 6·25전쟁을 겪고도 단기간에 극복한 한국인들의 굳센 의지와 부지런함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고국도 이 같은 기적을 재현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엄마만 바라보는 두 자녀들을 돌보기 위해 요즘은 한 공장의 생산라인에서 일하고 있다. 업무가 손에 익지 않아, 빨리빨리 하지 못해, 한국말이 서툴러서 싫은 소리를 듣는 등 만만치 않은 현실이지만 입술을 깨물며 마음을 다진다. 다행히 (사)희망365와 아드라코리아가 도움을 주어 힘이 된다. 그러나 넉넉하지는 않다.
낯선 땅에서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며 어미새처럼 두 자녀를 품고 있는 잔나 씨는 “가끔 전쟁 때문이 아니라 더 좋은 상황에서 조상들의 나라에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할 때가 있다. 우리 가족이 다시 만나 예전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한국의 성도들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의 목소리에 눈물이 묻어 있었다.
#우크라이나전쟁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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