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서 맞은 열여덟 번째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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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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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4.3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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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균 군 수혈 위해 재입원 ... 호전증세 없어 ‘답답’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허리통증을 호소하는 아이를 위해 엄마 윤숙이 집사가 아들의 등을 마사지해 주고 있었다. 아이의 팔에는 링거수액 줄이 4개나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열흘 만에 만난 아이는 그 사이 더 수척해 보였다. 얼굴도 한결 창백했다. 목소리에는 예전 같은 힘이 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천진하고 꾸밈없는 웃음만은 변함없었다.
15일 퇴원해 그간 경기도 남양주시 집에서 요양하던 희균이는 27일 수혈을 위해 재입원했다. 구토증세가 이어지면서 분비물과 함께 출혈이 계속되어 혈액이 모자란 탓이다. 혈액수치도 부쩍 낮아졌다.
병원을 찾은 김에 그간의 경과를 알아보기 위해 몇 가지 검사를 했다. 그러나 결과가 그리 좋지 않아 걱정이다. 그나마 지난 이틀 사이 수혈을 받으면서 혈액수치가 많이 올라간 것이 다행이다.
요 며칠 전부터는 복수가 차 오르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는 갑작스런 호흡곤란을 일으켜 가족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좀처럼 멎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 구토도 아이는 물론, 지켜보는 이들을 힘들게 한다.
의료진은 당장 퇴원하지 말고, 좀 더 병세를 지켜보자고 말하지만, 엄마는 수혈이 끝나는 대로 집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이다. 천연치료에 의지하기 위해서다. 지난주 집에 있는 동안 숯가루 찜질, 비파치료, 팩 치료 등 천연요법으로 진통제를 맞지 않고도 지낼 만큼 효과를 보았다. 가까운 거리로 산책을 나갈 수도 있었다.
아이도 “답답한 병원보다는 넓고 아늑한 집에 있는 게 훨씬 편하다”며 퇴원을 원하고 있다. 햇볕도 잘 들고, 공기도 좋아 통증이 한결 줄어드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23일은 희균이의 열여덟 번째 생일이었다. 하지만 그날따라 유독 기운이 없어 문병 온 친구들과 함께 몇 마디 이야기도 나누지 못한 채 헤어져 여간 아쉬운 게 아니다. 축하케이크도 자르지 못하고, 얼굴만 마주하다 보낸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윤숙이 집사는 “아마 그날부터 혈액수치가 급격하게 떨어진 것 같다”며 “힘들어서 친구들과 놀지도 못하고 헤어진 게 본인으로서도 무척 섭섭했던 모양”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이날 희균이는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생일선물을 받았다. 바로 담임선생님이 정성껏 만들어 보내주신 앨범이다. 선생님은 활짝 핀 교정의 목련꽃과 친구들의 소소한 일상이 담긴 사진을 앨범으로 만들어 보내 주셨다. 그간 희균이가 무척이나 보고 싶었고, 그리워했던 모습들이다.
희균이는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몰려오는 참기 힘든 통증과의 싸움에도 자신은 절대 이 병으로 쓰러지지 않는다며 오늘도 투병의지를 곧추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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