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무형문화재 이학수 장로의 ‘이 한 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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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쁨 명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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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6.2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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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 ... 내려놓음의 가치를 읽다
이 장로는 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추천했다. 이 책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서 인생의 마무리를 아름답게 매듭짓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어느 노승의 산문집.
내려놓음의 소중한 가치를 스스로 알게 된다면 진정으로 아름다운 마무리를 성취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책에는 특히 저자와 이학수 장로와의 인연이 담긴 내용도 소개되어 있어 흥미롭다.
이 장로는 인터뷰 도중 매일 새벽 성경을 읽으면서 마음에 새기고 기억해야 할 말씀을 기록한 다이어리를 펼쳐 보이며 “이것이 내가 자녀들에게 줄 유산이 될 것”이라며 “영적 양식인 성경에 비추어 사는 생애를 살 때, 우리의 삶이 날마다 새롭게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직도 직접 물레를 발로 돌려 그릇을 빚고 부엽토와 재를 섞은 천연유약을 발라 가마에서 구워내는 전통방식 그대로 옹기를 제작하고 있는 ‘옹고집 옹기장이’ 이학수 장로는 “하나님의 사랑이 그릇들 속에 듬뿍 담겨있다는 사상을 널리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학수 장로와의 대화를 정리했다.
▲먼저 이 방송을 보고 있는 청소년 여러분에게 인사의 말씀을 전해주세요.
- 안녕하세요? 이렇게 영상으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때 많은 관심을 갖고 보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지금 저희가 나와 있는 곳이 장로님의 미력옹기 전시장인데요. 전시회 소개 좀 해 주세요.
- 지난 몇 년 동안 만들었던 전통옹기들을 보여 드리고 있습니다. 옹기가 실생활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 그릇인지 주안점을 두고 보면 좋겠다 싶어서 기획한 전시회입니다. 대략 100점 가량의 크고 작은 그릇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흙으로 빚은 그릇을 옹기라고도 말하고 도자기라는 말도 쓰는데, 두 용어의 차이가 무언가요?
- 흔히 도자기라고 하면 청자나 백자 혹은 분청사기를 떠올리는데, 도자기라는 말 속에 옹기가 다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자기라는 말은 도기와 자기가 합쳐진 복합명사입니다.
도기는 이런 옹기들을 말하고, 자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청자나 백자, 분청사기 최근에는 산업자기 등 도자기를 말합니다. 지금 이곳에서 전시되고 있는 그릇들은 모두 옹기입니다. 도자기라고 부를 때에는 옹기도 포함됩니다.
▲오늘 저희들에게 추천해 주실 책은 어떤 책인가요?
-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특이한 제목의 법정 스님이 쓰신 책입니다. 말 그대로 사람의 생애에는 마무리가 있게 마련입니다. 우리는 마무리라 하면 죽는다는 의미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아름다운 마무리'는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매번 새로운 시작을 의미합니다. 읽어볼만한 책이라 생각되어 추천하고 싶습니다.
▲책의 73페이지를 보니까 저자가 찻물을 담기 위한 물병을 골랐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장로님과의 인연을 언급해 흥미로웠는데요. 저자와는 어떻게 만나게 되셨습니까?
- 제가 문학청년 시절, 그분을 한 번 뵌 적이 있습니다. 옹기를 하면서는 자주 뵙곤 하는데, 한번은 저희 공방에 오셔서 차와 관련된 그릇을 고르던 중 물병을 고르셨어요. 그런데 그 물병의 크기가 좀 작아서 고민하시는 모습을 보고 제가 크게 만들어 드리겠다고 했더니, 그렇게 하자고 하시더군요.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오셨는데, 제가 물병을 만들면서 스님을 생각해 두 점을 만들어 모두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굳이 한 점만 고르시고 그것만 갖겠다고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스님을 생각해 두 점을 만들었고, 모두 드리겠다”고 했더니 절대 받지 않으시겠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이렇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세속적인 욕심은 하나둘씩 빠져 나가는데 아직도 도자기나 옹기를 보면 욕심이 든다”고 말씀하셔서 둘이 웃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 내용을 표현해 놓은 것 같습니다.
▲책의 첫 장부터 아주 인상적인 글귀를 봤어요.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긴다. 내가 걸어온 길 말고는 나에게 다른 길이 없었음을 깨닫고, 그 길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음을 긍정한다”라는 구절이었는데요.
그런 면에서 가업을 9대째 전수받아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장로님의 인생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장로님도 이 부분에 공감하시나요?
- 제가 대를 이어서 하고 있는 이 일이 줄잡아 300년이 넘었습니다. 우리가 가는 이 길이 어찌 보면 '외길인생'이라고 해도 될까요? 다시 말하면 제 아버지 때까지만 해도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로 대를 이어서 해 오셨습니다. 그런데, 제 대에 오면서부터는 선택사항이 되었어요. 그럼에도 이 길을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자식에 대한 부모님의 견해나 바람과는 동떨어지게 이 길을 선택하고, 대를 이어 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맥이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에게는 한 길 인생을 살면서 보람도 되고, 나름대로 만족해하는 길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주 좋게 이 길을 가고 있으면서, 내 다음 대에 까지 전수하고, 이어주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저자는 ‘삶의 기술’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리는 참으로 소중한 것은 배우지 못하고, 어리석은 것들만 배워 왔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지금 이곳에 깨어있음이다. 삶의 기술이란 개개인이 자신의 삶에 대해 깨어 있는 관심이다”라고 정의했는데, 장로님께서는 ‘삶의 기술’에 대해 어떻게 정의내리고 싶으세요?
- 결국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라고 여겨집니다. 정체성이라는 말은 나를 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를 알까. 남을 보아서도 나를 알 수 있겠고, 나 자신을 더듬으면서도 알 수 있겠죠.
하지만 우리처럼 무언가 소망을 갖고 믿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더 확실한 정체성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고 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확실히 갖고 사는 사람들. 그래서 내가 지금 어디에 와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깨어 있는 사람이고, 바로 자기 인생의 삶을 기술적으로 잘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 겠죠?
▲책을 읽다보니 “옛것과 낡은 것은 아름답다. 거기 세월의 향기가 배어 있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이 눈에 들어왔는데요. 옹기도 그런 면에서 참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장인’께 이런 질문을 드리는 것이 어리석을 지도 모르지만, 장로님께서 생각하시는 옹기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 옹기가 전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말씀과도 맥이 통합니다. 숨 쉬고, 깨끗하게 해주고, 썩지 않게 해 주고 하는 것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진정성과 통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옛것이나 전통적인 것들을 중시 여기는 경향이 있죠. 옹기가 그런 믿음을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옹기는 자기가 자기를 주장하지 않아요. 쓰는 사람이 어디에 놓든, 그 자리에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옹기와 아까 주신 말씀이 통한다고 할까요.
▲저자는 책에서 유독, 생태, 자연환경보호 등을 강조하고 있던데요. 특히 이론이 아닌, 본인의 체험과 삶의 경험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어 피부에 와 닿았습니다. 어쩌면 이 점은 흙을 빚어 옹기를 만드는 장로님의 직업과도 연관이 된다고 생각되어 의미 깊게 느껴졌습니다. 자연과 옹기,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 지금 흙을 이용해서 그릇을 만들고 있는데,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그릇부터 시작이 되는 것이라고 볼 때, 어쩌면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그릇들이 가장 자연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 속에 담겨진 내용물이 곧 어떤 음식이 되겠지만, 그런 음식을 통해서도 자연에 가까운 것들을 섭취하면서 건강한 인간을 만들어 간다고 보게 될까요?
지금 만들고 있는 이 그릇이 현대적인 그릇은 아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아마도 흙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자연에 가장 가까운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자연에 동화될 때만이 우리가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겠다는 결론을 얻습니다.
▲말씀을 듣다보니, 이런 ‘흙의 매력, 옹기의 매력’에 빠져보는 것도 오늘날 하나님의 진리를 발견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창조주 하나님을 소개할 수 있는 독특한 전도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떠세요?
- 결국 흙을 이용해서 뭔가를 만들어 거기에 생명력을 불어넣게 됩니다. 사람과 자연, 사람과 옹기가 한 묶음으로 그렇게 되어가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이런 것을 통해 하나님의 손길, 혹은 하나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 그릇을 만들면서 여러 번 손길을 주고 매만지니까 아름다워지고, 내가 원하는 모양대로 되어가는 것을 보실 수 있죠? 흙이 이처럼 너무나 정직합니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흙은 넓어지기도 하고, 좁아지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작은 흙을 통해 그릇을 만들면서 창조주 하나님을 소개할 때, 정말 좋은 매개체가 된다는 생각에서 자주 물레에 앉아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책의 내용 중에 “어느 날 내가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그 사람이 나를 만난 다음에는 사는 일이 더 즐겁고 행복해져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을 만난 내 삶도 그만큼 성숙해지고 풍요로워질 것이다”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많은 날을 살아가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우리 청소년들에게 당부나 조언의 말씀이 있으시면 해 주세요.
-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잖아요? 그렇다면 누군가 같이 살아야 할 터인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손을 펴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계속 주면서 사는 삶이죠. 남에게 이로움도 주고, 도움도 주고, 줄 수 있으면 돈도 주고, 자기 것을 주면서 사는 삶이 될 때에는 결코 후회하지 않는, 가치 있는 삶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것이 우리 청소년과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가지는 삶의 목표가 되길 바랍니다.
▲오늘 저희들에게 너무 좋은 말씀과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작품 활동은 물론, 대학에서 강의도 하시고, 전시회도 여시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시는데, 장로님의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 아마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여전히 그릇을 만들 것입니다. 그 그릇이 크든 작든 그들 나름의 쓰임새가 있는 그릇을 만들겠죠.
그리고 손끝을 통해 마무리 지어지는 그릇의 품새보다, 머릿속에 마무리를 잘하고 사는 사람들이 될 수 있도록 그런 가르침을 주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전통 도자기를 배울 수 있는 학교를 세울 계획입니다.
그리고 선인들이 만들었던 그릇들을 한 자리에 모아 전시나 보여드릴 수 있는 공간을 짓고 싶습니다.
거기에 하나를 덧붙인다면 우리 하나님의 사랑이 그릇들 속에 듬뿍 담겨있다는 사상을 널리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런 것이 저의 작은 소망이기도 하고, 계획이기도 합니다.
방송을 보시고 이 책을 읽어보기 원하시는 분들은 재림마을 뉴스센터([email protected])로 자기소개와 이 책을 읽기 원하는 이유를 적어 보내주시면 추첨을 통해 책을 우송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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