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라봉사자 진한나 양의 여기는 프놈펜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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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2.14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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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준수 빌리지 탄생기 ...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그때, 어떤 분의 일기에서 “우기는 기우였다”는 글을 보고 ‘아,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며 안심하고 우산 한 개, 전기담요 한 장으로 출국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성은 언니와 내가 캄보디아에 도착했을 때는 건기가 끝나가는 무렵이라 가장 무더울 때였다. 그래서인지 우기가 시작되면서 하루 한 차례 내리는 비가 오히려 반갑기도 했다.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가량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비가 쏟아지는데, 그때는 우산도 소용이 없어 꼼짝없이 어딘가로 들어가 비가 그칠 때까지 하릴없이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비가 그치고 나면 숨 막히게 달궈졌던 공기가 식어 오히려 활동하기 수월하다.
그러나 본격적인 우기가 시작되고, 집집방문을 다니면서 비가 오는 것을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팜나무잎과 대나무로 만들어진, 그나마도 다 낡아 구멍이 숭숭 뚫린 천장아래 사는 가난한 캄보디아인들에게 우기는 기우가 아니었다.
억수같이 퍼붓는 비를 막아보려고 어디서 천막조각 같이 방수가 되는 갖은 소재를 구해다 구멍 난 천장 밑에 매달아 보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우리에게는 소원이 하나 생겼다. 우기가 끝나기 전에 낡고 구멍이 숭숭 뚫려 비가 새는 아이들의 집들을, 아니 천장만이라도 고쳐주고 싶다는 것이다.
그렇게 우기의 한 중간에 접어들고 있던 7월 말, SMA의료봉사대와 함께 미국 가든그로브교회의 김용 장로님과 샌디에고교회의 강영길 집사님께서 캄보디아를 방문하셨다. 첫날 SMA 학생들이 진료소를 차리는 동안 두 분은 우리가 활동하는 마을을 돌아보길 원하셔서 그들을 한 작은 마을로 안내했다.
쌉강과 메콩강의 중간에 자리 잡은 좁고 긴 모양의 쁘레악리업이란 지역에 있는 이 마을을 찾아가려면, 일본대교를 건너야 한다. 이 다리를 건너면 길이 하나 나온다. 이 길은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씨엠리업으로 이어지는 도로다.
많은 여행자들이 무심코 지나가는 이 길을 따라 한참을 달려가면 왼편에 쁘레악리업초등학교가 눈에 들어온다. 학교 정문으로 들어가면 후문은 없고 이 마을로 이어지는 길이 나온다. 이 마을 사람들이 사는 집은 작고 더러운 하천을 따라 길 오른편에 다닥다닥 늘어서 있다.
58가구가 사는 이 마을을 돌아보신 두 분은 그들의 열악한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주는 게 좋겠냐고 물으셨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 주거환경개선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다.
미국으로 돌아가시기 전, 강영길 집사님께서는 그 마을에 있던 literacy 선생님의 집을 우선 고쳐주고, 주민들을 위해 써달라며 두툼한 흰 봉투를 건네 주셨다. 그 속에는 샌디에고교회 교우님들께서 모아주신 귀중한 성금이 들어있었다. 김용 장로님도 아드라코리아를 통해 주거환경개선 사업비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샌디에고교회 교우님들 덕분에 25살의 어린 나이에 홀로 세 아이를 키우던 literacy 선생님의 집을 고쳐줄 수 있었다. 마을에서 가장 낡고 너덜너덜했던 집이 말끔하게 바뀌었다.
밤에 비가 올 때면 밤새 잠을 자지 못하고, 집안으로 쏟아지는 비를 피해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아이들을 끌어안고 우는 막내를 달래야 했는데, 이젠 비가와도 걱정이 없게 되었다.
이렇게 한 채를 고치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동방신기의 멤버인 시아준수 팬클럽 회원들이 작년 시아준수 씨의 생일선물로 아드라코리아에 성금을 기부했었는데, 그 기금을 주거환경개선 사업에 쓰기로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거기에 김용 장로님께서 약속하셨던 기금까지 합해져 본격적인 집수리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다.
낡은 팜나무잎 지붕들이 있던 자리를 비 샐 걱정 없는 양철 지붕들이 대신하게 되었다. 빗방울이 철판을 때리는 소리가 시끄럽긴 해도,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떨어지는 빗줄기를 보는 대신 두 다리 뻗고 누워서 천장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나 역시 비오는 밤이면 오들오들 떨고 있을 아이들의 모습이 상상이 되고, 춥고 졸려서 보채는 아기 울음소리가 머릿속을 맴돌아 잠이 오질 않았는데, 이제 조금은 마음 편하게 잠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주민들께서 하도 고맙다고 하셔서 저한테 고마워하지 말라고, 시아준수라는 한국 가수의 팬들과 저번에 방문했던 미국에서 오신 그 분들이 도와주신 거라고 열심히 설명해야 했다. 그러자 미국에서 왔던 분들은 얼굴을 아는데, 시아준수라는 사람은 어떻게 생겼냐며 사진이 없냐고 물어왔다.
어렵게 동방신기 브로마이드 한 장을 구해다 보여줬더니 참 잘생겼다면서, 장가는 갔느냐 여자친구는 있느냐, 여기는 언제 안 오냐, 몇 살이냐. 질문이 쏟아졌다. 시아준수에 관해 아는 대로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집수리하는 내내 우리의 피부는 더 까매졌지만, 참 고맙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더 많이 사랑받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 더 많은 이들에게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랑인 것 같다. 한 가수를 향한 사랑이 먼 캄보디아의 한 마을에 변화를 일으키고, 그 변화가 아이들과 사람들의 마음에 희망을 일으켰다. 좀 더 안정된 환경에서 살 수 있게 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나면 더 나은 미래를 갖게 될 것이고, 그 아이들이 캄보디아의 미래를 밝힐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사랑이 분명한 것 같다.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면, 세상의 많은 문제들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고, 그 중의 대부분은 애초에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심장이 뛰는 동안 뜨겁게 사랑하자. 자신도 사랑하고, 가족도 사랑하고, 이웃도 사랑하자.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요 13:34, 35, 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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