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옥 양의 다카에서 온 편지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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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 통신원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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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6.1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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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래도 배워야 하잖아’ ... 방글라데시의 교육현실
완성된 그림을 색칠하는 아이 뒤에 한 발치 물러나 가만히 바라보니 가죽만 남은 앙상한 등이 눈에 들어온다. 당장 배를 채워야 하는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가르침을 고집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답답해졌다.
그런데 마음 한 구석에 이 말이 계속 맴돈다. ‘그래도, 그래도 배워야 하잖아’
- 6월 이동도서관 활동 중
방글라데시는 교육법 제17조에 의해 모든 어린이에게 초등교육(5학년제)을 무상의무화하고, 초등교육헌장(1990년)을 통해 모든 국민의 초등교육은 국가의 사회적 책임임을 헌법화하고 있다.
또한 새천년개발목표(MDG’s)의 두 번째 목표인 ‘보편적 초등교육의 달성’을 통하여 현재 81.3%의 초등학교 입학 등록 율을 오는 2015년까지 100%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현장은 썰렁하기만 하다. 어쩌면 도로 위에서 구걸하며 물건을 파는 어린이들과 슬럼지역에서 방임된 채 어린동생을 돌보고 있는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 것일까?
5세 이상 14세 미만의 약 6,300만 명의 어린이들이 노동현장에 있고, 약 38만 명의 어린이들이 거리에 나와 있으며, 슬럼지역 한 군집당(30가구 기준) 적어도 2명의 어린이는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부모를 대신하여 동생을 돌보고 있는 현실은 통계 수치에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교육을 받고 있는 어린이들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공립학교의 경우 2부제로 오전반과 오후반을 학년별로 나누어 수업함으로 방과 전과 후의 아동방임이 주요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슬럼지역에서 거주하며 맞벌이를 하는 부모를 둔 어린이의 경우 기본적인 식사와 방과 전/후 보호 부재의 문제를 겪으면서 자연히 아동방임으로 연결되게 되었다.
구체적인 현장문제 파악을 위해 슬럼지역 부모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 것은 교육과 보호의 문제였다.
맞벌이 부모를 둔 가정 중 형제에 의해 보호되는 아동이 36%, 보호자 없이 방임된 아동이 19%였으며, 방과 전/후 아동보호를 위한 적절한 문화 공간 및 활동이 없어 방임으로 인한 아동들의 잦은 사고발생도 문제가 되었다. 아이들이 집에 있을 땐 불안해서 밖에서 문을 잠그고 간다는 어머니도 있었다.
다카 슬럼지역. 지난 15개월 동안 사방팔방을 돌아다니게 만든 이상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배우지 못한 사람,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지만, 오늘 하루를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그들이 가여웠고, 책 한 권에 집중할 줄 아는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느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눈은 얼마나 맑던지.
매일 꿈을 꾼다. 이곳에 어린이센터가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슬럼지역 주민들의 공간으로 흡수될 수 있는 지역별 소규모 어린이센터.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한 어린이들이 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방과 전과 후에 홀로되는 아이들이 친구들과 뛰어 놀고, 부족한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으로 말이다.
더불어 슬럼지역 부모들을 조직화하여 지역공동체에 통합되도록 역량을 강화한다면 이 어둡고, 습한 땅덩어리를 밝게 해 줄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되지 않을까? 슬럼지역의 희망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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