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가타교회 김영민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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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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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4.0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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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척박하지만 오히려 감사할 조건 더 많아”
통화가 길어지면 그들의 집중력이 흩어질 새라, 차분했던 그의 목소리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빨라졌다.
기후현 야마가타교회에 혼자 남아 20여명의 성도를 위해 봉사하고 있는 김영민 선교사(PMM 4기).
그는 “매일 일본과 한국의 언론보도를 비교해서 보고 있다”며 “이쪽에서도 심리적 불안감은 커지고 있지만, 외형적으로 큰 변화는 없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가 사역하는 야마가타시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와 약 106Km 가량 떨어져있다. 그나마 인근에 해발 2000m이상 높이의 산들이 가로막혀 있어 다소 걱정을 덜어주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지금도 방사능물질 피폭으로부터 몸을 피하기 위해 많은 피난민들이 발길을 옮기고 있다.
김영민 선교사는 “시에서 매일 그날그날의 방사능 수치를 공개하고 있어 이를 확인하고 있다”며 “아직 인체에는 이상이 없는 수준이라니까 마음을 놓기는 하지만, 방사능물질이라는 게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 선교사는 지난 17일 부인 고주연 사모를 비롯한 자녀들을 모두 귀국시켰다. 특히 고주연 사모는 사상 최악의 지진과 쓰나미의 피해 속에서 갑작스런 충수염과 복막염으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위급한 상황을 넘겨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가족들의 귀국 이후 김 선교사는 홀로 현지에 남아 불안에 떨고 있는 성도들과 피난민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식사도 혼자 해결한다. ‘힘들지 않느냐’며 우문을 던졌더니 “처음에는 여간 불편하지 않았는데, 며칠 지나니까 익숙해졌다. 할 만하다”며 수화기너머로 너털웃음을 짓는다.
다행히 많은 양은 아니어도 자동차연료를 구할 수 있어 이제는 교인들 방문도 다닐 수 있다. 다만,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는 식수를 구할 수 없다는 게 걸린다. 급한 대로 끓여 마시기는 하지만, 한 구석이 찜찜한 건 어쩔 수 없다. 도쿄의 수돗물에서도 방사능물질이 검출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김 선교사는 “지금은 바람의 방향이 편서풍이라고는 하지만 5월이나 6월이 되면 바뀔 텐데, 그때 가서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는지 모르겠다”며 “부디 최악의 경우가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 선교사는 그러나 “앞으로의 상황이 불확실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사태가 복음을 전하는 데는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며 “방문도 이전보다 더 많이 다니고, 성경을 배우려는 분들도 많아졌다. 상황이 척박해졌지만 오히려 감사할 부분이 더 많다”고 전했다.
전화를 끊기에 앞서 ‘방사능물질이 확산될 걸 알면서도, 지난번 가족들이 귀국할 때 왜 함께 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는 “기회가 되면 나중에 자세하게 말씀드리겠다.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큰 상처를 입고 충격과 슬픔에 빠져 있는 일본인들을 위해 한국의 성도들이 더욱 많이 기도해 달라는 부탁을 덧붙였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걱정해 주시는 한국의 많은 재림성도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기도와 염려 덕분에 저는 건강하게 잘 있습니다.
지금 많은 일본인들이 지진과 쓰나미로 사랑하는 가족과 소중한 재산을 잃고 갑작스런 이별과 허탈함에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원자력발전소 원자로 폭발로 인한 방사능 유출로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앞으로 이곳에서 더욱 열심히 복음을 증거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도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큰 고통을 당한 일본인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기도가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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