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삼성의료원에서 만난 준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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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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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6.1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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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선한 길로 인도하실 하나님 확신”
낯선 이의 방문에 쑥스러운 듯 아빠 뒤로 몸을 숨기면서도, 마스크 너머로 천진한 눈웃음을 선물해 주었다.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이렇게 바깥바람을 쐬어주어요. 아이도 답답한 병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는 게 좋은지, 산책만 나오면 표정이 한결 밝아지네요. 햇빛을 보는 게 건강에 더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구요”
아이 곁을 지키고 있는 황혜영 사모가 살짝 귀띔해 주었다. 이날은 앞으로 준혁이의 치료과정을 어떻게 잡아 갈 것인지 의료진과 상의하기 위해 잠시 귀국한 아빠와 함께하는 산책이어서 아이에게는 더 기쁜 날이었다.
그러고 보니 수술을 받은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소뇌 부근에서 직경 4Cm 정도의 종양이 발견돼 대만에서 9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받았다. 그사이 한국으로 병원을 옮겼고, 척수검사, MRI촬영, CT촬영 그리고 몇 차례의 항암치료 등 다섯 살 아이가 버텨내기 힘든 과정을 이겨내야 했다.
상의세포종(Anaplastic ependymoma). 뇌종양 중 발병률이 3%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희귀병이다. 국내 대표적 의료기관인 삼성의료원에서도 이제껏 발생사례가 6명에 지나지 않을 만큼 임상 사례가 드물다. 완치 경험은 아직까지 보고된 적 없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희귀병을 몸에 안고 있는 준혁이는 그렇게 자신의 병마와 힘겹게 싸워가고 있었다.
안정을 취하는 사이 많이 회복되긴 했지만, 12일부터 갑자기 고열이 나 지켜보는 이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대만에서도 열이 올라 두 번이나 채혈검사를 했지만, 그 이유를 뾰족하게 찾아내지 못했다. 삼성의료원에서는 혹 합병증이 아닌지 의심했다. 자칫 뇌수막염으로 발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척수검사를 했다. 병원 측은 계속 항생제를 투여하며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이재형 목사 부부는 아이의 열이 가라앉으면 여수요양병원으로 옮겨 뉴스타트 원리로 치료할 계획이다. 하나님의 특별한 섭리에 기대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현대의학의 한계를 뛰어넘어 하나님께 아이의 회복을 온전히 맡기겠다는 생각이다.
“병원에서는 지금까지 유병 사례 중 한 건을 제외한 5건은 치료과정이 괜찮다면서 항암치료를 계속 권하고 있어요. 고위험군에 속한 준혁이 같은 환자는 병원이 관리하며 계속 치료하기를 원하는 거죠. 하지만, 부작용 위험성도 높고 아이가 너무 힘들어해 천연치료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어요”
이재형 목사 부부는 인터뷰 도중 그동안 준혁이를 위해 기도하며 정성과 마음을 모아준 성도들에게 진한 감사의 마음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 전했다.
“준혁이가 수술실에 들어가 있는 동안, 기도가 참 많은 힘이 된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곳곳의 성도들께서 시간별로 계속 기도를 해 주셨는데, 만약 그때 여러분이 기도가 없었더라면 저희는 아마 절망적인 생각에 빠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함께 기도하고 위로를 받으면서 하나님께서 분명 우리를 선한 길로 인도해 주실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여러분의 도움과 사랑에 정말 어떤 말로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몇 번의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사이, 의료진으로부터 준혁이를 찾는 전화가 왔다. 고열의 원인을 찾고, 병의 진행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척수검사를 해야 할 시간이었다.
아빠 품에 안겨 병실로 향하는 아이의 가녀린 손가락에는 엄마가 만들어준 네잎클로버 풀잎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아이의 머리 위로 신록을 물들이는 햇살이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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