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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지남 공동기획] ‘희망 2020 – 섬기는 교회’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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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17.02.2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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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죽 한 그릇에 예수님 사랑을 담아 ... 영남합회 하동교회
하동교회에서는 벌써 5년째 매주 안식일 오후면 고소한 죽 냄새가 퍼진다. 죽 한 그릇은 이웃과의 접촉점이 되고, 선교의 결실로 이어진다.
안식일 오후, 시계바늘이 오후 1시30분을 가리키자 여집사들이 삼삼오오 식당으로 모였다. 테이블에는 노랗게 익은 늙은호박과 붉은 단호박이 손길을 기다리며 수북하게 쌓여있다. 어림잡아 족히 서른 개는 되어 보인다. 어느 장로가 직접 농사지은 걸 준 것도 있고, 매번 고맙다며 한 독거노인이 들려준 것도 있다. 오늘의 메뉴는 영양만점 호박죽이다.
  
이내 정교하고 빠른 손놀림으로 칼질을 시작했다. 껍질을 깎고, 씨와 속을 파내니 한상 가득이다. 호박이 워낙 단단해 손목이 아프지만, 얼굴에는 웃음꽃이 떠나지 않는다. 기다리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절로 흐뭇하고, 바빠진다.

주방에서는 깎은 호박을 씻고 삶는 작업이 바삐 이어졌다. 힘을 다해 박박 문지르며 이물질을 제거하니 속살이 깨끗하다. 마치 달달한 멜론처럼 탐스럽다. 그사이, 방앗간에서 빻은 찹쌀이 도착했다. 고슬고슬하게 내린 찹쌀가루가 곱다. 압력솥에서는 ‘칙칙’ 소리를 내가며 동부콩이 익어간다.

얼마나 지났을까. 솥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더니,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단단하던 호박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뭉개졌다. 펄펄 끓는 동부콩은 팥처럼 검붉다. 대형 솥 두 군데로 나눠 찹쌀가루를 넣고 휘휘 저으니 금세 몽글몽글 걸쭉해졌다. 겉보기엔 먹음직한데, 아직 아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타면 안 된다. 노를 젓듯 쉼 없이 계속 저어야 한다. 삽자루만한 전용 나무주걱으로 눌어붙지 않도록 골고루 젓는다. 담당은 주로 젊은 남집사가 맡는다. 양이 많다보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한겨울인데도 땀이 후끈 오른다. 그러나 입에서는 찬양이 떠나지 않는다.  

요리가 진행되는 동안, 식당에서는 배달준비가 한창이다. 주인을 기다리는 종이그릇이 켜켜이 대기 중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달달한 냄새가 코끝에 닿아 침샘을 자극한다. 30분을 꼬박 매달려 저으니 드디어 맛있는 호박죽이 완성됐다. 뚜껑을 덮고, 개별 포장을 해 비닐에 담아내는 정성도 만만찮다. 자칫 데일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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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을 나가기 전, 모두 한자리에 모여 마음을 모은다. 이 음식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파하고,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길 기도한다. 이 활동에 성령의 은혜가 강처럼 흐르길 간구한다. 어느새 고소한 죽 향기가 바람을 타고 온 동네로 은은하게 퍼져나갔다.  

영남합회 하동교회(담임목사 정원익)에서 매주 안식일 반복되는 풍경이다. 기자가 찾았던 이날은 220인분의 호박죽을 만들어 이웃에 전했다. 도르가 회원들을 중심으로 벌써 5년째 이어지고 있다. 해마다 혹한기인 1월을 제외하곤 매달 계속했다. 얼마 전부터는 아예 ‘하늘정원 소그룹’이라는 이름을 짓고, 활동을 구체화하는 중이다. 교회 주변은 물론, 자신이 사는 마을에 모두 전하는 게 목표다. 제일 많은 사람은 한 번에 60그릇을 가져가기도 한다.

봉사자들을 따라 함께 배달에 나섰다.

“아유~ 날씨도 추운데, 이렇게 또 죽을 쒀 왔어? 나야 맛있게 잘 먹겠지만 매번 번거로워서 어째. 정말 고마워요”

읍내의 한 독거노인을 방문하자 익숙한 듯 반갑게 맞으며, 손을 내밀었다. 혼자서 변변한 식사 한 끼 해결하는 일도 버거울 때가 있는데, 하동교회의 죽은 든든한 별미가 된다. 칼로리가 낮으니 노인뿐 아니라, 환자에게도 건강식으로 그만이다. 할머니는 이 일을 오랫동안 했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자동차를 타고 10분쯤 떨어진 정량면의 안성마을회관에 들어서자 예닐곱명의 노인들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포옹했다. 이제는 토요일 이맘때가 기다려진다며 몇 번이고 고맙다고 인사했다. 뭉쳐있던 피곤이 보람에 씻겨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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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처럼 이웃과의 접촉점이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교량이고, 복음을 전하는 통로다. 죽을 나누다보니 이웃과의 관계형성이 이전보다 훨씬 쉬워졌다. 거부감이나 편견도 덜하다. 오가는 대화에서 교회를 소개하고, 교회를 소개하면 예수님의 말씀을 증거하게 된다. 그러면 이웃은 금방 ‘죽 구도자’가 된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이웃에 사는 치매 할머니에게 매주 죽을 갖다 드렸더니, 사실을 알게 된 자녀들이 무척 기뻐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해왔다. 나중에 보니 이들은 과거 학창 시절, 하동교회에 출석했던 잃은 양이었다. 후에 이들은 어머니를 모시고 교회에 출석하게 되었고, 침례를 받았다. 봉사가 영혼의 결실로 이어진 사례다.    

봉사는 선교의 열정을 되새기는 동기부여가 된다. 하나님의 은혜로 먼저 그리스도인 된 자들이 복음을 나눠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매개다. 이는 곧 재림교인의 정체성으로 확인된다. 예수님께서 자신을 통해 무슨 일을 하시는지, 교회가 이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다잡고,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웃을 향한 나눔의 손길이 얼마나 거룩한 의무인지 생각하게 한다.

도르가회장 이순희 집사는 “죽 봉사를 시작한 후 내 자신은 물론, 우리 모든 성도들의 마음이 선교적 열의를 회복한 거 같아 기쁘다”면서 “약한 사람은 약한 대로, 모자란 사람은 모자란 대로, 늦은 사람은 늦은 대로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최선의 연합과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일에 쓰임을 받고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하다”고 미소 지었다.  

News_7940_file4_v.png하동교회 성도들은 이처럼 봉사를 통해 자신을 낮추는 겸손과 섬김의 경험을 하고, 따뜻한 죽 한 그릇을 통해 이웃을 자신의 몸처럼 사랑하라는 성경 말씀을 일상에서 실천하고 있다.

갈 길이 멀어 상경을 재촉하려 주섬주섬 카메라가방을 챙기던 기자의 눈이 교회 한 켠에서 이런 글귀를 발견했다. 일순, 발걸음이 멈춰 섰다.

“주여! 가난한 자는 갈 곳이 없습니다.
교회당은 수없이 세워졌지만
배고픈 자는 간밤에도 허기진 배로 잠들었습니다.
교회당 십자가는 찬란하지만

주여! 용서하소서
우리 손은 너무 깨끗했습니다.
지쳐 쓰러진 영혼의 손을 잡기에 우리 입은 옷은 너무 값진 옷이었습니다.
그들을 품에 안기엔

용서하소서
우리 가정은 너무 튼튼한 우리만의 울타리였습니다.
나그네가 쉬어가기엔

우리 사랑의 바람 가슴에 불게 하시고
우리 사랑의 눈물 눈에 솟게 하소서.
주여!”

■ <재림마을 뉴스센터>와 <교회지남>은 2017년 [연중기획] ‘희망 2020 – 섬기는 교회’ 탐방 시리즈를 공동 연재합니다. <재림마을 뉴스센터>는 선교가 실제 이뤄지는 현장을 생생한 스케치 기사로 전달하고, <교회지남>은 이러한 사례를 다른 교회에서 접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지 살펴봅니다.

따뜻한 죽 한 그릇에 에덴의 사랑을 담아 전하는 영남합회 하동교회 이야기는 <교회지남> 3월호 ‘희망 2020 – 섬기는 교회’ 3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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