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부모 10년’ 이은미 집사가 찾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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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명국. ‘가을을 밝히는 국화’라는 뜻의 가녀린 바람꽃.
‘서리를 기다리는 꽃’이라 하여 대상화라고도 불리는 가을꽃. 아이는 그렇게 다가왔다.
2014년 10월의 어느 즈음이었다.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제 겨우 생후 8개월 된 아기가 오갈 곳 없는 딱한 처지에 놓여있다는 사연이었다. 돌봐줄 엄마도 아빠도 가정도 없었다. 급히 위탁가정을 찾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너무 연약했던 아기는 가정위탁으로 보호받고 있었지만, 어떠한 사정으로 더이상 위탁을 진행할 수 없어 새 가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대학병원에서 받은 두툼한 검사결과지와 소견서가 아이의 전부였다. 당장 위탁부모를 찾지 못하면 시설로 보내야 했다.
당시 ‘아침고요둥지복지회’ 간사로 봉사하며 위탁가정 모집과 홍보를 하고 있을 때라 몇 가정에 특수위탁을 안내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결국 자신이 아이를 맡기로 했다. 이미 ‘가슴으로 낳은’ 두 자녀를 키우고 있었지만, 이 또한 하나님께서 보내신 귀한 선물이라고 여겼다. 그렇게 이들은 가족의 인연을 맺었다.
충청합회 내포교회에 다니는 이은미 집사 이야기다. 그는 벌써 10년째 ‘위탁 부모’로 살고 있다. 어느새 훌쩍 자라 10살이 된 아이와의 만남을 그는 “3일 만에 이뤄진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귀하고 특별하다. 위탁으로 아이를 돌볼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하다며 “살아 있는 생생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고 예찬론을 폈다.
“그해 5월 난소 수술을 했어요. 이후 호르몬 불균형으로 몇 년간 악전고투해야 했지만, 10월의 어느 멋진 날 찾아온 아기 덕분에 아픈 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죠. 막내를 중심으로 온 가족이 하나가 되어 날마다 웃음꽃이 그치지 않았어요. 삶으로 들어가면 아이 돌보는 일에 얼마나 많은 수고와 눈물이 있을까마는 실제로는 정말 아름답습니다”
강산이 변할 만큼 세월이 훌쩍 흘렀지만, 그는 아직도 아기를 처음 만나던 날이 또렷하게 기억난다.
“너무 여리고 약해 날갯짓을 할 힘도 없는 어린 새 같았어요. 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이가 없어 나무 위 둥지에서 떨어져 버린 작은 새처럼 가여웠죠. 스스로는 먹지도 입지도 못하는 가녀린 존재 말이에요”
하지만 그 약하디 약한 아이가 생명과 사명을 불어 넣어줬다. 늘 품에 안아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기쁨을 줬고, 하늘을 사모하는 마음을 갖게 했다. 가진 것 넉넉하지 않아도 손을 뻗게 하신 것도 하나님의 은혜였다. 지극히 작은 자보다 더 작은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은 겸손을 일깨우신 섭리였다. 위탁한 자녀를 돌보는 일상은 자신을 불러 세우고 맡긴 그리스도의 일이었다.
물론 말이나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럼에도 남들이 알지 못하는 보람이 서려 있다. 특히 아이와 공감하며 ‘이것이 옳은가?’ ‘이것이 불편한가?’ ‘이런 문제를 과연 어린아이가 견뎌야 하는가?’ 등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동반 성장할 때 행복했다. 눈높이를 맞춰 같이 아파하고, 개선하고, 응원하고, 지지하며 사랑을 나눈다.
인터뷰를 마치며 ‘무엇이 이 일을 하도록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세 가지를 꼽았다. 우선 입양과 위탁을 먼저 이야기하고 제안해준 고마운 남편과 만나 복음 안에서 귀한 가정을 꾸릴 수 있었다. 입양부모 ‘선배’들을 통해 어린 영혼을 먼저 만난 사례를 충분히 들을 수 있었던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시시때때로 인도하시며, 단단하게 고정됐던 마음을 움직이신 하나님의 은혜가 컸다. 모두 감사의 조건이다.
이 집사는 그러면서 “세상에는 어린아이가 홀로 견딜 수 없는 일이 분명히 있다”면서 재림교회 안에 그리고 성도들 사이에서 가정위탁의 문이 더욱 활짝 열리길 바랐다. 아이에게 보내는 짧은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아빠, 엄마, 할머니, 큰형, 작은형, 큰누나, 작은누나, 이모, 고모, 삼촌, 목사님, 선생님 그리고 패스파인더 대장님까지. 너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지? 어렵고 힘들고 무서울 때 떠올려 봐. 넌 결코 혼자가 아니야. 우린 하나님 안에서 대가족이야!”
바람꽃 추명국은 오늘도 열 살배기 아이와 엄마가 거니는 산책길에 가득 피어 있을 것이다. 추석을 맞아 집으로 오는 친척식구들이 오는 길을 보름달이 훤히 밝히듯 휘영청 밝혀 줄 것이다. 이 집사의 가족들은 올 한가위도 막내 덕분에 더 풍성하고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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