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 “실천적 대안 우선돼야” 종교계 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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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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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6.1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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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는 다소 신중 ... 가톨릭·불교는 대체로 긍정
특히 종교계와 법조계 일부에서는 존엄사에 여전히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종교계는 공통적으로 안락사와 존엄사의 경계를 어디까지 정하고, 어떤 형태로 무의미한 치료 중단의 시스템을 만들어 갈 것인지의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공감한다.
특히 이를 계기로 생명 존엄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실천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존엄사 문제가 특정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오는 만큼 이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존엄사 문제에 대한 국내 각 종교계의 입장을 정리해 본다.
가톨릭 ... 죽음은 끝이 아닌, 새로운 생명의 시작
존엄사에 관한 사회적 논의 과정에서 가장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입장을 내놓으며, 여론을 선도하고 있는 종교는 가톨릭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인 장봉훈 주교는 얼마 전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인간의 죽음에서 참된 존엄이란 환자 자신이 자기 자신에게 다가온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자연스럽게 맞아들이면서 편안히 눈을 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톨릭은 이 담화에서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여 그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려는 것도, 기계 장치에 의존하여 억지로 죽음의 시간만을 연장하려는 의료 집착도 하느님의 뜻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천주교생명윤리위원회 박정우 신부 역시 “가톨릭교회에서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의 새로운 생명의 시작”이라면서 “다만 안락사까지도 존엄사에 슬쩍 끼워 넣으려는 입장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가톨릭은 “환자의 상태나 의료 행위의 조건이 환자마다 다른 만큼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법적 기준처럼 일률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기독교 ... 존엄사 명목으로 죽음 강요당할 수도
기독교는 존엄사 시행과 더불어 가시화되고 있는 존엄사법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를 벌이고 있다. 일단 존엄사 문제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하거나 반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연세의료원 원목실장 조재국 교수는 최근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인간의 생명은 신성하고 존엄한 것으로 어떤 경우에도 생명에 대한 경시가 허용돼서는 안된다”며 “환자의 의견은 존중돼야 하지만 그렇다고 연명치료 중단의 요건이 될 수는 없다”면서 존엄사 반대입장을 밝혔다.
조 교수는 “자칫 존엄사라는 명목으로 죽음을 강요당할 수도 있다”며 특히 의료보험제도 등에 지원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어쩔 수 없이 존엄사를 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김희헌 한신대 교수는 최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죽음을 신의 섭리로 이해할 때 안락사는 신의 뜻에 대한 도전이고 존엄사는 불경(不敬)이 된다”며 반대했다.
반면 박일준 박사(감신대 강사)는 같은 토론회에서 ‘안락사와 존엄사,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이제 기독교는 삶과 죽음의 연산식을 생각할 때가 됐다”고 전제하면서 “기독교적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 삶과 죽음의 단절을 받아들이자”고 말해 사실상 존엄사법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입법단계에 놓인 존엄사법에 대해 “존엄사법은 말기환자에게 육체적 고통 외에 심리적·정신적 부담감에다가 죄책감까지 가져다주는 비윤리적 발상으로 이미 약자가 되어버린 말기환자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법”이라며 존엄사법을 반대했다.
불교 ... ‘신 고려장’ 변질 악용은 걱정
불교계도 내부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존엄사에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 불교계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도층에서도 정상적으로 생명이 유지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의 의사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권리는 인정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계종 불교생명윤리위 연구위원인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고승들이 나이가 많아졌을 때 음식을 끊고 열반에 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존엄사에 대해서는 수용적인 분위기”라면서 “무의미한 생명 연장은 오래 살아야 한다는 생에 대한 집착이기 때문에 불교적 가치관과도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곽만연 동아대 인문학부 교수는 불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존엄하게 살 권리가 자신에게 있듯 죽을 권리도 자신에게 있다”면서 “소극적 안락사와 존엄사를 하나의 의미”로 전제하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장곡 스님은 “사람에게는 자연적으로 주어진 수명이 있는데, 이를 첨단의료를 통해 인공적으로 늘리는 것이 과연 생명존중사상인가라는 의문이 든다”며 “존엄사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지만 ‘신 고려장’ 등으로 변질되고 악용될 가능성이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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