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신드롬’ ... 한국은 왜 그에게 열광했나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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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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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8.18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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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과 실망 넘어 희망과 위로 제시할 ‘진정한 리더’로 부각
그가 머물렀던 지난 4박5일간 한국 사회는 마치 세계적 슈퍼스타를 맞은 것처럼 열광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각종 미사여구와 수식어를 달고 인구에 회자됐다.
외신을 비롯한 언론은 교황의 말과 행동을 앞 다투어 보도했고, 그의 모습은 화려하게 지면을 장식했다. 그야말로 ‘프란체스코 신드롬’에 가까웠다.
사실 교황을 향한 이런 뜨거운 환호는 예견된 것이었다. 이미 그의 방한이 결정된 후부터 한국 사회는 ‘파격적인’ 교황 맞이를 준비하고 있었다.
주관방송사인 KBS는 첫 날인 14일부터 그가 떠나는 18일까지 주요 방한 일정을 124시간 동안 생중계했다. 교황이 도착한 시간부터 한국을 떠나는 날까지 공식일정과 관련 영상을 볼 수 있는 웹캐스팅을 실시하는가 하면, <프란치스코, 보통 사람들의 교황> 등 특집방송을 편성해 송출하기도 했다.
서점가에서는 평소에 비해 60% 이상 가톨릭 관련 서적의 판매가 급증하는 등 교황의 이름을 단 책은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고, 이름만 대면 알만한 (가톨릭 신자)유명 연예인과 아나운서, 스포츠 스타 등이 교황 방한을 축하하는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기념주화는 예약신청이 쇄도해 당초 발행량을 초과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의 캐릭터가 인쇄된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려나가기도 했다.
심지어 가톨릭계 내부에서마저 “교황의 방한은 유명 외국 연예인이 오는 게 아니”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교황을 만난 일부 천주교 신자들의 반응은 이런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한 평신도는 “하느님을 눈앞에서 만난 것 같았다”며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고 말했다. 음성 꽃동네에서 교황을 본 가톨릭 신자들 역시 “저무는 태양에서 예수님의 모습을 봤다” “태양에서 십자가의 모습이 보인다”고 환호성을 보냈다.
언론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가난한 자의 벗’ ‘사회적 약자의 친구’ ‘불평등과 부패에 맞서는 희망과 정의의 등불’ ‘인류의 공동선과 공동체를 이끄는 평화의 사도’ 등의 표현으로 그의 행보를 부각했다. 심지어 ‘프란치스코 교황은 특정 집단을 위해 오신 게 아니’라는 제목까지 등장했다.
언론은 “(교황은)약자의 외침에 무관심한 우리 사회를 뒤돌아보게 했다. 청년실업과 장애인 문제 해결을 바라는 목소리 또한 공허하게 울려 퍼질 때, 교황은 그들 가까이에서 외침을 듣고 아픔을 공감하고 손을 잡아주었다”며 그의 방한으로 대한민국이 위로를 받았다고 송고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렇게 교황에 열광했을까.
우선 정치권과 종교계에 켜켜이 쌓인 불신과 실망을 새로운 희망과 위로로 전환할 수 있을 것 같은 ‘환상’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세월호’ 침몰 사고로 큰 상처를 입은 한국 사회에 던진 그의 메시지와 행보는 각별하게 부각됐다.
참사가 일어난 지 4개월이 지나도록 특별법 제정 해법도 찾지 못한 채 서로 남 탓만 하고 있는 정치권의 한심한 모습을 보면서 환멸을 느꼈던 사람들이 “고통 받는 이들의 곁으로 먼저 다가서 슬픔을 어루만지는” 교황의 발걸음에서 진한 감동과 위로를 얻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진정한 리더십의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세월호’ 참사와 군대 내 가혹행위 등 절망적인 소식에 지친 국민들이 믿을 만한 ‘어른’인 교황을 발견하고 위로받으려 하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힘든 시기에 절대적 리더에게 기대려는 마음이 동시에 표출된 현상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실제로 교황의 ‘세월호 상처 보듬기’는 그가 한국 땅을 밟은 첫 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졌다. 그는 14일 도착하자마자 환영단으로 참가한 ‘세월호’ 유족들에게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며 손을 맞잡았다.
시복식을 앞두고 진행한 카퍼레이드 도중에는 차에서 내려 34일째 단식 중인 ‘세월호’ 희생자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김 씨는 교황에게 친필로 쓴 편지를 전달하며 “우리를 잊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말했고, 교황은 편지를 수행원에게 건네는 대신, 자신의 오른쪽 주머니에 직접 챙겨 넣었다.
교황은 유가족이 전달한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대중에게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의미가 전달됐다. 여기에 희생자 유가족과 순례단이 900Km를 걸으며 짊어졌던 십자가를 로마로 가져가겠다고 약속함으로써 그 상징성을 부여했다.
17일에는 세월호 참사로 아들 승현 군을 잃은 아버지 이호진 씨에게 자신과 같은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으로 직접 세례를 했으며, 아직까지 가족 시신을 찾지 못해 진도 팽목항에 머물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자필로 직접 서명한 한글 편지를 보내 위로했다.
여기에는 출구가 없는 것 같은 현실에서 교황이 나서면 무엇인가 해결되리라는 기대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등 난제에 답을 줄 것이라는 마음이 그의 인기로 이어졌다는 것. 실제로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후 ‘세월호’ 유족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면서 정치권이 이를 반영해 ‘세월호 특별법’ 정국의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는 후속 보도가 계속 지면을 달궜다.
교황의 방한을 지켜본 한 시민은 포털사이트에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가라앉은 한국 사회 전체가 교황 한 사람으로 인해 슬픔을 위로받는 느낌이었다”면서 “자국의 정치권도 정쟁에 밀려 해결하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에서 교황의 모습은 마치 ‘치유의 메시야’ 같았다”고 댓글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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