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인선에 밀려 ‘총회 정신’ 놓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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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이병천 은퇴목사
충청을 시작으로 영남과 서중한, 호남까지 4개 합회의 총회가 모두 마무리됐다. 필자는 어느 합회는 직접 현장에 가서 참관해보고, 어느 합회는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소식을 접하며 상황을 볼 수 있었다. 지난 3년 혹은 4년 동안 각 합회 선교 농원을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이를 위해 헌신한 전임 임부장의 노고에도 고마운 마음이 드는 은혜로운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에서는 거둘 수 없는 아쉬움이 들었다. 무엇보다 ‘하루 총회’에 대해 여러 상념이 스쳤다. 결국 인선에 지나치게 치중했다는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이 남는다. 물론 총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임부장 선출이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자칫 총회의 정신을 돌아보는 데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총회는 모름지기 지난 한 회기 동안 합회가 어떤 사업을, 어떻게 꾸려 왔는지 면밀하게 살피는 기회여야 한다. 단순히 보고에 그치지 말고, 부서나 기관 운영에 문제점은 없었는지, 앞으로 한 회기의 사업은 어떻게 기획하고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인지 심층적이고 다각적으로 의논하는 자리여야 한다.
아울러 마지막 시대 진리의 등불을 밝히는 재림교회와 복음전도 사명을 감당해야 할 재림성도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성에 대해서도 모색하고,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때문에 보고 위주의 총회는 과거는 짚어볼 수 있을지 몰라도 미래를 설계하는 데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시대와 기술의 변화에 따라 전자방식으로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었고, 평신도의 경우 개인 일정을 이틀이나 빼려면 부담과 어려움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도 십분 이해한다. 그럼에도 총회가 지닌 무게감이나 중요성에 비춰본다면 인선 위주의 ‘하루 총회’는 여러 모로 한계가 있었지 않나 생각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총회의 바람직한 모델을 ‘예루살렘 총회’에서 찾는다. 바울이 전도하다 할례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총회로 모이게 된 것이다. 그리스도의 복음이 ‘행함으로 말미암는 의’의 길로 갈 것인가,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의 길로 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참으로 중차대한 기로였다. 이것은 그리스도교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을 표방하는 문제요, 나아가 기독교가 지향하는 신학의 이정표가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를 다룬 총회였다.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네 가지 긴요한 것 외에는 새 신자들에게 요구하지 않기로 결의한 것도 ‘예루살렘 총회’의 중요한 의제였다. 이 총회 후 2차 선교여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드로아에서 마게도냐의 부름을 받게 된다. ‘예루살렘 총회’가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의 진리를 천명한 후 하나님께서 이방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셨다. 교회가 선교하면서 부딪히는 문제를 총회가 전향적으로, 발전적으로 해결해 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기폭제 되어 복음이 유럽으로, 대륙을 건너가는 역사적인 전도의 문이 열렸다.
또한 베드로의 전도 사례 발표도 이어진다. 고넬료의 회심의 사례는 이방인들이 들어올 때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실례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선교 일선에서 발생한 문제를 총회에서 다뤘음을 보여준다. 결국 총회의 결정과 천명하는 의지가 세계 선교를 지향하는 큰 방향타가 된 것이다. 필자는 우리 총회에서도 그런 폭발성이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갖는다.
그러려면 인선보다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예루살렘 총회’가 당시 구성원들의 총의를 모으고, 문제점에 대해 숙의했듯 우리 총회도 선교 현안에 대해 심도 있게 토론해야 한다. 잘 된 것은 잘 된 것대로 회기가 바뀌더라도 차기 행정부가 연속성을 갖고 사업을 계속해 가도록 요구하고, 안된 점은 안된 점대로 무엇이 문제였는지 짚어보는 자리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총회에서는 일선 교회에서의 성공적인 선교 사례 발표나 감동적인 경험담, 마음에 담아 둘 간증이 없었다. 물론 경영위원회도 있었지만, 중장기적인 방향을 논의하기에도 역부족이었다. 쏟아지는 보고와 정해진 시간에 쫓겨 심층적으로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늘 총회가 다가오면 우리는 선거 위주의 모임이 되지 말자고 다짐한다. 합회나 연합회가 앞으로 한 회기 동안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함께 모색하고, 제시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과 성령의 지도에 따르기 위해 특별강사를 초청해 말씀에 귀 기울이고는 했다. 하지만, 이번 총회에서는 이런 순서가 부차적으로 밀렸다.
앞으로 동중한합회 총회도 다가올 것이고, 올 연말에는 한국연합회 총회도 있을 것이다. 차제에는 이런 부분에 좀 더 신경을 써서 총회가 우리 공동체의 비전을 나누고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끝으로, 이제 새로운 회기를 시작하는 4개 합회에 하나님의 은혜와 인도하심이 함께 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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