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코로나 사태 이후의 예배를 준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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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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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4.25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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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전통과 현대의 축 사이에 건강한 긴장 유지해야”
■ 예배의 본질로 향하게 만든 감염병 팬데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이 급속히 확장하던 지난해 초,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와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 전국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1%가 ‘공예배로 모이지 않는 것’에 찬성했다. 신앙의 연수가 길수록 반대가 많았고, 초신자 일수록 찬성하는 비율이 높았다.
신앙인이라면 죽음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함께 안식일예배를 드려야 마땅한데, 사람들이 붐비는 지하철을 타고 직장에는 가면서, 마트와 식당은 자유롭게 가면서 일주일에 한번 두 세 시간 남짓 드리는 예배모임은 취소한다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어떤 이들에게 온라인 예배는 매우 낯선 예배 방식이다. 온라인으로 예배를 지속하는 것이라 해도 그런 방식으로 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발상 자체를 받아드리기 힘들어 하는 교인이 있을 수 있다. 모이지 못함으로 교회에 미치게 될 심층적이고 복합적인 피해도 깊이 우려하고 있다.
온라인 예배가 회집예배를 온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보지도 않는다. 비상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대안으로 택했을 뿐이다. 다들 이번 사태가 하루속히 종식되어 예배가 원상 복구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혹시 그 후에라도 교인들이 온라인 예배를 더 선호하는 ‘편리주의’에 빠지지 않을까 염려한다.
반대로 많은 교회에서 안식일 모임을 자제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이웃과 사회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이웃사랑 실천 정신과 국가적인 재난을 다 함께 극복하는 일에 교회가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깃들여있다. 무엇보다 ‘신천지 사건’처럼 재림교회의 이미지가 사회에서 실추되지 않게 하려는 교회에 대한 애정과 염려가 깔려있다. 그래서 안식일예배를 한시적으로 비정규적인 방식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여기서 우리는 안식일예배를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모두 수구적이며 생각이 막힌 이들이라고 섣불리 정죄하는 일을 삼가야 한다. 역으로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 것을 믿음이 없거나 대세에 편승하여 신앙을 타협하는 것으로 비난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는 곧 종식될 것이다. 지금처럼 일상생활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 지침을 충실히 지키며 회집예배를 이어 갈 수 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교회 예배를 무너뜨렸지만, 예배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제 교회는 패러다임을 전환할 기회를 맞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 하이브리드 교회를 세우자
온라인 예배가 오프라인 예배를 대체할 수 있을까? 이번 감염병 팬데믹은 온라인 예배에 관한 신학적 성찰을 촉발했다. 영상으로 드리는 예배가 과연 예배당에 모여서 드리는 예배를 대체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이들은 교회도 전근대적인 예배의 형태만을 고집하는 데서 벗어나 모든 것이 디지털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방식의 예배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테레사 베르거, 『예배, 디지털 세상을 만나다』 중)
이미 미국에서는 예배뿐 아니라 대부분의 교회사역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디지털 교회들이 등장했다. 7만 명이 온라인으로 예배드리는 라이프 처치(Life Church)가 대표적이다.
온라인 교회를 지지하는 진영은 비록 교인들이 육체적으로 함께 하지 않으며, 얼굴과 얼굴로 서로를 대면하지 못해도 가상공간 안에서 정서적이고 인격적인 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그것이 진정한 공동체라고 주장한다.
물론 육체적으로 모인다고 정서적이고 인격적인 교제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해도 서로 깊은 교감 없이 피상적인 만남과 교제만이 지속될 수 있다. 특별히 대형 교회에서는 거대한 청중의 한 사람으로 모였다가 예배가 끝나면 군중 속에 이름 없는 얼굴로 각자 뿔뿔이 흩어진다. 그렇게 교제가 심각하게 결핍된 현대 교회에서 가상공간은 서로의 마음과 생각을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유익이 있다.
동시에 그 한계는, 육체적으로 함께 하지 않고 온라인에서만 교제하는 것이 인격적 실체에 접촉하지 못하는 가상적 만남의 차원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비록 인터넷 공간에서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정서적인 교류가 존재할지라도, 그것은 매우 제한적이고 부분적이다. 육체성이 배제된 인격적인 만남과 영지주의자의 가현설적(docetic) 인간이해를 전제하지 않는 한 생각하기 어렵다.
우리 육체는 우리 인격 밖으로 표출되어 타자를 대면하고 접촉하는 자아이기 때문이다. 시공간 속에 육체적으로 함께 하는 것이 진정한 인격적 교제의 기초이다. 같은 시공간에 육체적으로 함께 할 때 우리는 영육통일체로서 전인적인 교제를 누린다.
문제는 A 혹은 B가 아니라 둘 다를 함께 쓰는 방법론이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현대문명의 이기를 우리는 누리고 있다. 첨단 미디어의 놀라운 기능이, 뿔뿔이 흩어져 있는 신자들이 영상으로 같은 설교를 듣고 함께 기도하고 찬양하며 예배드리는 것을 가능케 한다. 교회는 이런 기술문명을 지혜롭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선교전문가들은 “우리의 편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 사회에 감염 확산을 막음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며 주님과 교회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 않으려는 동기로 우리가 흩어져 예배드린다면, 우리의 마음과 상황을 잘 아시는 성령께서 온라인을 특별한 은혜의 매체로 사용하신다”고 말한다.
온라인은 출타나 입원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교회에 출석하지 못하는 교인들이 안식일예배에 참여할 수 있는 방편이기도 하다. 더불어 교인들이 주중에 세상 속에 흩어져서도 서로 교제하며 결속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 서로 안부를 묻고 격려하며 저마다의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교제의 채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의 교제 폭과 장을 안식일 모임에서 주중의 흩어진 삶으로까지 확장해준다. 이런 온라인 예배 속에서 누리는 교제의 유익과 가치를 간과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예배가 모여서 드리는 예배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온라인상의 교제는 매주 함께 모여 누리는 인격적인 만남과 교제에 깊이 뿌리 내릴 때, 단순히 가상공간 속의 만남이 아닌 인격적인 교제를 연장해주며 심화시켜주는 장이 된다. 이 문제의 핵심에는 교회가 진정한 공동체인가 하는 질문이 놓여있다. 재림교회 앞에 시급하면서도 중대한 과제는 교회가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 하나님의 가족 공동체로 거듭나는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모여야 할까? 바로 하나님이 우리를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를 이루도록 부르셨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가족 공동체로 부르셨다. 예배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된 형제자매들이 하늘 아버지 앞에 모여 함께 먹고 마시는 하나님의 가족 모임이다. 제임스 스미스가 말했듯이 “기독교의 예배는 불가피하게 물질적이며 육체적이다.”
하나님이 우리를 근본적으로 공동체적인 존재로 부르셨다. 그리스도인은 교회 공동체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스미스는 이와 함께 매주 반복되는 예전은 우리가 하나님 나라를 욕망하며 추구하는 습관과 성향을 우리 몸에 아로새김으로 우리의 행동과 삶을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우리를 형성해간다고 지적했다.
신앙생활은 결코 혼자 할 수 없다. 예배로 모여 성령으로 충만한 성전을 체험해야 세상으로 흩어져 그 은혜를 흘려보내는 이동성전 역할을 할 수 있다. 성령 충만은 모이는 성전과 이동성전을 하나로 이어준다. 따라서 모이는 교회 없이 흩어지는 교회가 있을 수 없다. 요즘 흩어지는 교회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모이는 교회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모임과 흩어짐은 하나님의 부르심과 보내심에 대한 우리의 응답으로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교회의 두 축이다. 어느 한쪽이 무시되고 약화될 때 교회의 목적과 역할은 온전하지 못하게 된다.
■ 코로나 이후 준비를 위한 제언
기독교 역사에서 예배는 복음 전달의 핵심적 기능을 수행해 왔다. 또 그 예배는 시대를 거쳐 여러 가지 사회문화적 배경 속에 다양한 매체를 수용하고 활용해 왔다. 이것은 예배의 미래적 모습에서도 그와 같은 현상은 지속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또한 교회는 전달매개적 수단의 여러 변용 가능성에 대해 이해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글을 마무리 하면서 교회가 코로나 이후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간략한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가 예측하다시피 예배와 영상의 유관성(온라인 예배와 커뮤니티)은 지속되고 확대될 것이다. 이 시대에는 수많은 전달 매개 수단이 존재한다. 우선 예배에서 영상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일은 이미 정착됐다. 이런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영상 미디어 기술과 기법 등을 다변화시켜 예배자들이 입체적 시야를 가지고 예배에 참여하도록 돕는 장기적 투자가 필요하다.
둘째, 온라인 예배의 확대와 중계 예배 방식에 대한 논란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예배가 차선책으로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무조건 그 자체를 예배 방식으로 부적합하다고 단언하기보다는 온라인 예배가 가진 예배적 요소를 적절히 활용하는 문화를 만들면 좋겠다.
셋째, 이미 예시한 대로 첨단 정보화 상황과 그 이기와의 연관성 속에서 쌍방향적 디지털 매체를 가나안 교인이나 레저문화 확대로 생기는 결석자들에게 지속적 공급 모델로 활용하는 노력은 증폭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에 대한 과신은 자칫 예배공동체의 무력화 내지는 해체 가능성을 갖고 있음도 함께 유념해야 한다. 공동체 안에서 내부적으로 균형 잡힌 적용을 하도록 미래예배위원회(가칭)의 실재적인 활동을 권장한다.
마지막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두 개의 심장을 바탕으로 교회가 하나님의 공동체가 되도록 공동체성을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성만찬도 실험해 볼 수 있다. 핵심은 코로나19로 무너졌던 공동체성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강화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이다. 성육신적 하이브리드 모델을 가지고 다양한 실험을 하다보면 창조적인 예배와 선교가 만들어 질 수 있다.
교회는 앞으로 일어날지 모르는 다양한 예배 위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 그 대비란 무엇보다도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사회문화적 상황이나 재난 속 비상 상황에서 기독교 신앙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가장 밑바탕에 있는 과제요, 우선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토대 위에 확고하게 서면서 동시에 외적인 변화들은 본질적 토대를 지원하는 도구로서 언제든지, 얼마든지 활용될 수 있다는 열린 사고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도전 앞에서 교회는 전통(성경과 역사)과 현대라는 두 축 사이에 건강한 긴장을 유지하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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